카카오가 여러 산업군에 걸쳐 영역을 확장해가는 가운데,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유사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하며 카카오 따라잡기에 열중하고 있다.
최근 SK텔레콤은 자사 택시 호출 서비스인 티맵택시를 전면 개편했다. 현재 택시호출 서비스 시장은 카카오택시가 약 80%가 넘는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3년 전 서비스 출시 이후 카카오택시에 왕좌를 내어준 만큼, 이번 개편을 통해 시장을 뒤흔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른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역시 SK텔레콤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로 택시업계에서는 카카오택시에 대한 불매 움직임이 일었다. 카풀을 도입하려는 카카오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이에 대책으로 티맵택시가 떠올랐고, SK텔레콤은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듯 적극적인 서비스 확장으로 고삐를 바짝 쥐고 있다.
뿐만 아니라 SK텔레콤은 음원 시장에서도 카카오와 한판승을 벌일 예정이다. 카카오는 2013년 SK텔레콤으로부터 인수한 음원 플랫폼 멜론을 적극 활용하며 스피커 사용자 확보에 전념했다. 자사 채팅 서비스인 카카오톡과 멜론의 결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기도 했다. SK텔레콤도 자사 AI스피커 ‘누구’에 자회사 SK테크엑스의 ‘뮤직메이트’를 탑재하는 등 시장 확장에 노력했지만 멜론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평가다.
SK텔레콤은 새로운 음악 플랫폼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SK텔레콤이 지난 11일 론칭한 음악 플랫폼 ‘플로(FLO)’는 AI 기반으로 개인 취향을 정교하게 분석해 최적의 음악을 추천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SK텔레콤 미디어기술원의 딥러닝 기술, AI센터의 음원 분석 기술 등이 음악 추천에 활용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플로는 음악 소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며 “이용자들이 보다 다양한 음악을 즐기면 인기차트 100위에서 소외됐던 아티스트들에게도 자연스럽게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KT도 KT는 기존 문자 메시지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메시지 서비스(RCS, Rich Communication Suite)로 카카오 따라잡기에 나선다. KT가 18일 출시한 ‘채팅(Chatting)’ 서비스는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을 필요 없이 스마트폰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문자 메시지와 달리 사용량에 따라 데이터가 차감된다는 점에서 국민 채팅 서비스라고 불리는 ‘카카오톡’과 유사하다.
특히 삼성전자와 손잡은 점도 눈여겨볼 만 하다. KT는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9에 서비스를 우선 적용하고, 내년 1월 갤럭시 S9과 갤럭시 S9+ 등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채팅이 카카오톡을) 쉽게 제칠 수 있다고 예단할 수는 없으나, 고객들의 충분한 니즈가 있을 것으로 보고 출시한 것”이라며 “지금도 카카오톡이 먹통이거나 느릴 경우 종종 문자메시지를 쓰는 경우가 있다. 분명 문자메시지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내년 5G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고용량 파일들을 주고받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며 “5G 시대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