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전자·IT 박람회 ‘CES 2019’가 9일(현지시간) 개막 2일 차에 접어들었다. 4500여개의 기업이 참가해 자사 혁신 제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모바일존에서는 다소 빈약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맞이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당초 업계는 CES 2019에서 폴더블폰(접었다 펼 수 있는 스마트폰)이 공개될 것이라 전망했다. 국내 이동통신사가 오는 3월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5G폰이 공개될 최적의 장소는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2019’가 유력하기 때문이다. 다음달에 열리는 MWC에서 5G폰이 공개된다면 폴더블폰 이슈는 비교적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업계 추측과 달리 삼성전자, LG전자, 화웨이 등의 제조사들은 이번 CES에서 혁신제품 공개를 미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선보인 자사 플래그십 모델 갤럭시노트9을 전시했으며, LG전자도 자사 스마트폰 라인업 전시에 머물렀다.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 역시 자사 스마트폰 라인업을 단조롭게 늘어놓는데 그쳤다.
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제조사들의 폴더블폰 공개는 MWC 2019가 유력하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CES에서 소수의 고객사를 대상으로만 폴더블폰을 선보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모두 가지고 다니는 이들에게 폴더블폰이 주는 이점은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기대했던 것보다 잘 만들어졌더라. 실제로 출시된다면 살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 폴더블폰과 관련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스마트폰 혁신 제품이 부재한 틈을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로욜이 치고 나왔다. 로욜은 지난해 폴더블폰 ‘플렉스파이’를 선보이며 ‘최초의 폴더블폰’ 타이틀을 쟁취했다.
최초의 폴더블폰은 실제 어떤 모습일까. 플렉스파이에 대한 기대감은 전시회가 시작하기 전부터 알 수 있었다. 로욜 부스가 자리한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사우스홀 앞에는 입장 시간 전부터 대기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입장과 동시에 관람객의 발길이 향한 곳은 단연 로욜 부스다. ‘DO NOT TOUCH’라는 팻말이 무색하게 만져보려는 사람들로 넘쳤다.
플렉스파이는 7.8인치의 스크린 크기와 7.6㎜의 두께를 자랑한다. 지문인식, 신속충전, 인공지능 그래픽 알고리즘 등의 기능을 탑재했다. 접었을 때는 스마트폰으로, 펼쳤을 때는 태블릿으로 사용 가능하다. 삼성전자가 공개할 것으로 알려진 ‘인폴딩’ 방식의 디스플레이와는 다르다. ‘아웃폴딩’ 방식의 플렉스파이는 바깥으로 접히는 형식의 스마트폰이다.
반쯤 접은 다음 평평한 곳 위에 세워놓으면 거치대가 따로 필요 없다. 접은 채로도 콘텐츠 감상하기에 최적화된 상태이며, 원하는 만큼 접을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가장 놀라운 점은 생각보다 부드럽게 접힌다는 점이다. 뻑뻑한 소리를 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제법 부드럽게 접히는 느낌이었다. 반으로 접은 뒤 카메라를 켜면 양쪽 디스플레이에 같은 화면이 띄워진다. 사용자는 타인이 찍어주는 본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로욜의 폴더블폰은 매우 완벽한 폴더블폰일까. 아쉽게도 최초라는 수식어가 최고로 이어지지는 못할 듯 싶다. 디스플레이 전문업체가 선보인 제품임에도 디스플레이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큰 패착이다. 시연 제품에 원인 모를 흔적이 남아있었다. 관계자가 옆에 있던 행주로 닦았음에도 지워지지 않았던 것을 보면 외관에 묻은 얼룩은 아니다. 관계자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눈 뒤 해당 제품을 전시장에서 빼버렸다. 현장에서 해결할 수 없다면 디스플레이 상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최초라는 타이틀에 집착한 나머지 제품력이라는 본질을 잊어버린 듯해 아쉬울 따름이다.
또한 아웃폴딩인 탓에 손바닥과 닿은 면에 의도치 않은 터치가 자주 발생했다. 물론 ‘딱’ 소리가 날 때까지 스마트폰을 접으면 초기화면의 앱들이 사용자가 사용하는 디스플레이로만 몰린다. 하지만 완전히 접지 않는 경우는 다르다. 양쪽 디스플레이 모두 구동한다. 원하지 않아도 무작위로 앱이 구동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색상도 미드나잇 블루 한 가지 뿐이다. 커스터마이징이 필수 옵션이 된 세상에서 색상이 하나라니. 자신감보다는 무모한 도전에 가깝지 않을까.
미국 라스베이거스=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