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기자 ▷ 네. 안녕하세요. 이승희 기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늘 키워드 포착 시간은 어떤 내용으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이승희 기자 ▷ 민간인 성관계 영상이 가장 빨리 유포되는 나라가 어디인지 아시나요?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한국 여성의 실제 성관계 영상을 부르는, 코리안 홈 메이드 포르노라는 영어 단어까지 생길 정도인데요. 초고속 인터넷망 확산과 IT 산업 진흥은 음란물 덕분에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국 사회의 불법 음란물 수요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발생되는 문제도 많은 만큼, 오늘 관련 내용 세세히 짚어보려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음란물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지만 IT기술의 발전으로 최근 그 심각성이 더 커지고 있어요. 하루 빨리 불법 음란물의 천국이라는 오명을 벗어야 할 텐데요. 오늘 음란물과 IT산업의 연관성에 대해 이승희 기자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이승희 기자, 불법 음란물에 대한 이슈는 계속해서 있었지만 최근 더 이슈가 된 건 구속된 양진호 전 회장 때문이었죠?
이승희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은 국내 웹하드 업계 1,2위를 차지하는 두 곳의 실소유주인데요. 불법 자료와 음란 콘텐츠를 유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고, 이 영향력을 기반으로 직원들에게 온갖 악행을 저지르다 덜미를 잡혀 구속됐습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데요. 그래서 불법 음란물 유통을 막는 동시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막대한 부를 축척한 주 수익원이 불법 음란물 유통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는데요. 이번 사건에 대해 알아보려면 먼저 그 유통 구조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것 같아요. 이승희 기자, 불법 음란물은 대체 누가 올리는 겁니까?
이승희 기자 ▷ 불법 영상은 개인이 직접 올리기도 하지만, 널리 유포하는 건 헤비업로더입니다. 헤비업로더란 직업적으로 영상을 올리는 사람들을 말하는데요. 최근 수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에 따르면, 몇 달 만에 6000만원을 벌었다는 헤비업로더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양 전 회장의 회사는 이런 사람들에게 뒷돈을 주거나, 직원을 독려해 불법 음란물을 올리는 방식을 써온 것으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러니까 직접 올리는 사람도 있지만 불법 음란물을 직업적으로 올려주는 헤비업로더가 따로 있는 거군요. 그런데 궁금한 점은 어떻게 불법 음란물이 계속해서 올라오는 걸 방치할 수 있었냐는 거예요. 웹하드 업체를 운영할 때는 그런 영상을 당연히 걸려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승희 기자 ▷ 네. 일반적인 상식에 기대어 봐도 그게 당연합니다. 실제로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하면 음란물이 필터링 되어야만 하는데요. 2011년 웹하드 등록제가 시행된 후 웹하드 업체들의 불법 음란물 필터링이 의무화됐습니다. 다시 말해 필터링 업체를 두거나 따로 계약을 맺어서라도 음란물을 걸러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양 전 회장 같은 경우는 이 필터링 업체를 본인이 직접 만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필터링 업체까지 직접 만들어서 운영을 했기 때문에 음란물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거군요.
이승희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양 전 회장이 실 소유했다는 회사 중 하나인 필터링 업체는 불법 음란물을 제대로 걸러내지 않아, 웹하드 업체에 막대한 불법 이익을 안겨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이 필터링 업체와 계약을 한 일부 웹하드 업체에서 다수의 불법 음란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니까 최선을 다해 불법 음란물을 필터링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웹하드 업체와 필터링 업체를 함께 운영해 필터링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도록 임의로 조절해 영상물 유통으로 수익을 얻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건데요. 원래 정상적으로 필터링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음란물을 거를 수 있는 거죠?
이승희 기자 ▷ 네. 변형 및 편집된 복제 영상까지 걸러내는 기술인 DNA 필터링 프로그램을 돌릴 경우, 디지털 성폭력 영상의 98% 정도는 아예 인터넷에 올리지 못하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직업적으로 음란물을 올리는 헤비업로더를 활용하고, 불법 영상을 감시하는 필터링 업체까지 소유했으니, 양 전 회장은 불법 음란물의 유통에 전반적으로 관여했다고 볼 수 있네요.
이승희 기자 ▷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양 전 회장은 2003년 10월과 2007년 2월 웹하드 업체 두 곳을 설립했습니다. 2008년에는 웹하드 사이트의 불법 음란 정보를 걸러내는 필터링 업체도 인수했다고 합니다. 직접 대표로 나서지 않고 대표이사 3명을 선임해 회사 관리업무를 맡겼지만, 필터링 업체와 웹하드 업체는 같은 사무실을 사용했는데요. 그래서 경찰은 양 전 회장이 적극적으로 음란물을 걸러내지 않아 사실상 음란 동영상 유포를 방조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불법 음란물 유통을 방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거기서 끝이 아니라고요?
이승희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영상을 지워주는 디지털 장의사 업체까지 한통속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앞서 언급한 필터링 업체가 디지털 장의업체를 운영하며 수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장의사라는 명칭이 생소하실 텐데요. 디지털 장의사는 불법 음란물 유출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고 영상이나 사진을 삭제, 차단해주는 일을 하는 곳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불법 영상이 유출되면서 생긴 피해자들이 자신이 찍혀있는 영상을 지워달라고 돈을 주며 부탁하는 거군요?
이승희 기자 ▷ 네. 앞서 언급한 업체는 2015년 설립됐는데요. 온라인의 특성상 지속적으로 의뢰를 하지 않으면 영상은 온전히 차단되기 어렵기 때문에, 불법 음란물 삭제 비용은 3개월에서 6개월에 50만원 선이라고 합니다. 결국 그로 인한 수익 역시 상당히 올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러니까 불법으로 촬영된 음란물을 올리는 곳, 그 영상을 필터링하는 곳. 또 불법 영상을 지워주는 곳이 모두 한 통속이라는 거네요?
이승희 기자 ▷ 네. 그렇습니다. 불법 음란물을 공급하는 업체를 만들고, 필터링 업체에서는 형식적으로만 필터링을 하고 실제로는 필터링을 안 하는 겁니다.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영상이 올라갔을 때 삭제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삭제하는 거죠. 결국 불법 음란물 공유와 허울뿐인 필터링, 영상 삭제 요구 등을 통해서 돈을 버는 겁니다. 그래서 불법 음란물을 통해서 굉장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건데요. 이 구조를 웹하드 카르텔이라고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웹하드 카르텔이요?
이승희 기자 ▷ 네. 서버 운영자와 관리자, 헤비업로더, 업로더 프로그래머, 디지털 장의업체 등이 결탁해 불법 음란물 유통을 통해 수천억원 대 수익을 올리고, 이를 나눠 갖는 구조를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 와중에 얼마나 많은 피해자들이 생겨났을지 그들의 고통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픈데요. 그렇게 카르텔 구조를 취한 웹하드 업체는 양 전 회장의 업체 이외에도 더 있을까요?
이승희 기자 ▷ 국내에 무려 20개 이상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해외에 IP를 두는 경우도 많은데요. 양 전 회장은 구속되었지만, 그렇게 헤비업로더와 필터링 업체와의 공생과 방조 관계 속에 불법 음란물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불법 촬영물 유통 근절을 위해서는 먼저 웹하드 업체와 필터링 업체의 협력 구조를 깨야 하겠어요. 그리고 양 전 회장으로 인해 음란물 웹하드 수사가 진행되면서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이 또 있죠?
이승희 기자 ▷ 네. 숙박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심명섭 전 대표도 음란물 유통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음란물 427만건을 유통해 52억원의 수익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심 전 대표는 과거 웹하드를 운영했지만 현재는 지분을 모두 매각한 상태라며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대표직을 사임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숙박, 레저 예약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 대표 역시 검찰에 송치되며 불법 음란물 유포 방조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문제는 유포되는 곳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웹하드는 많은 네티즌에게 익숙한 서비스지만 음란물 유통의 온상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것도 사실이고요. 또 웹하드 뿐만 아니라 국내·외 인터넷 포털사이트, SNS 등을 통해서도 음란물은 공유되고 있잖아요.
이승희 기자 ▷ 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국내·외 인터넷 포털 및 SNS 공간에 유통되는 불법, 유해 정보 71만1434건에 대해 시정요구를 내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많은 시정요구를 받은 곳은 11만9205건이나 되는데요. 우리가 매일같이 사용하는 포털 사이트와 SNS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위반 내용별로 보면 어떤가요? 음란물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나요?
이승희 기자 ▷ 네. 성매매, 음란이 17만7088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포털과 SNS 사업자별 위반 내역을 순위로 구분할 경우, 성매매 및 음란 건수는 SNS와 일반 블로그의 중간 형태를 취하고 있는 플랫폼이 11만8539건, 67%로 가장 많았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미국 소셜 미디어지만, 국내에서도 불법 음란물의 온상으로 지탄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해외 사업자들이 국내법을 따르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지적도 있었는데요. 전혀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겁니까?
이승희 기자 ▷ 초반에는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음란물 대응 요청을 거부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논란이 이어지자 얼마 전, 몇 가지 예외사항을 제외하고 노골적인 음란 콘텐츠나 나체가 들어간 사진, 비디오, GIF 콘텐츠를 플랫폼 내에서 금지할 방침을 밝혔는데요. 음란물이 포함된 게시물은 비공개로 전환돼 다른 사용자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노출이 있더라도 클래식 예술작품, 정치적 시위, 모유 수유 사진, 출산 직후 사진 등은 예외라고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음란물에 대한 필터링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사실 불법 음란물을 접할 수 있는 곳이 너무 많아요. 경찰 역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이는데요?
이승희 기자 ▷ 네. 그래서 경찰은 사이버 음란물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음란 영상물 단속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3개월 간 특별 단속 100일 계획을 진행했는데요. 40개 사이트에서 53명의 운영자를 검거하고, 헤비업로더 347명을 입건하기도 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불법 영상 유출로 인한 피해자도 늘고 있는데다가 성인이 아닌 청소년들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우려되는 부분이 많은데요. 앞으로도 관련 단속은 계속 이어져야하겠어요.
이승희 기자 ▷ 네. 그래서 경찰은 1월부터 3개월 간 웹하드 카르텔 집중 단속에 돌입했습니다. 이번 단속을 통해 음란물 유통망을 완전히 무너뜨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요. 경찰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여성가족부, 국세청 등 관계 기관이 힘을 모았습니다. 음란물 유통이 근절될 때까지 입체적인 단속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렇게 관계 기간의 협업이 필요한 것 같아요. 웹하드 업체가 음란물로 돈을 벌 수 있는 수익 구조가 존재하는 한 언제든지 유통은 벌어질 수 있잖아요. 협업으로 다른 조치도 기대해볼 수 있는 거죠?
이승희 기자 ▷ 네. 그렇습니다. 경찰과 관계 기관들의 협업이 이루어지면 형사처벌뿐 아니라 과태료나 등록 취소 등 행정 제재, 불법 수익에 대한 적극적인 세금 징수 등 종합적이고 입체적 제재가 가능해집니다. 결국 웹하드의 불법 행위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리고 지금까지 불법 음란물 유포에 대한 처벌 수위가 너무 낮았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처벌 역시 강화되어야 할 것 같은데요. 그와 관련해서 논의되고 있는 방안이 있습니까?
이승희 기자 ▷ 방송통신위원회는 불법 음란물을 유통하는 웹 하드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음란물 유통 사업자에 부과하는 과태료를 현행 최고 2000만원에서 상향하고,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국회와 법안 개정 협의에 착수할 계획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여러 법적 조치도 필요한 상황인 만큼 법 개정 상황도 볼게요. 관련해서 발의된 법안이 있습니까?
이승희 기자 ▷ 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웹하드 카르텔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웹하드 업체가 불법 촬영물이 유통되지 않도록 모니터링하고, 발견 즉시 삭제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일명 양진호 방지법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개정안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들어있나요?
이승희 기자 ▷ 웹하드 업체에 불법 촬영물이 유통되지 않도록 모니터링 의무를 부여함과 동시에, 이를 발견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해당 정보를 삭제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또 웹하드 업체가 모니터링 업체나 삭제 업체의 주식 또는 지분을 소유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디지털 성범죄의 구조적 문제도 해결하도록 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로봇 기술을 발전시키며 IT 업계에 오래 몸 담아온 양 전 회장이 불법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로 구속되면서 불법 음란물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눈부신 정보기술의 발전은 환영할 일이지만, 그 기술이 악용되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키워드 포착 마칩니다. 지금까지 이승희 기자였습니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