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들이 진단용 방사선 촬영기기 일명 ‘X-ray(엑스레이)’를 찍고, 혈액검사를 하는 등 현대의료기기를 진료에 활용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C&I(씨앤아이) 소비자연구소가 리서치앤리처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6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패널조사에서 응답자 1000명 중 65.2%가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근시일 내에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이들의 경우 찬성하는 비율이 77.9%로 더 높았다.
오차범위 ‘±3.1%p’에서 95% 신뢰수준으로 조사된 이번 설문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응답자들이 찬성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환자의 의사 선택권 확대(46.9%)’였다. 이 외에도 ‘활용할 자격이 있는 의료인’이라는 응답이 24.2%, ‘관련 교육을 받아서’라는 응답이 9.8%, ‘한의약의 세계화를 통한 국익창출이 가능해서’란 응답이 4.4%였다.
반대로 한의사들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34.8%가 생각하는 반대 이유는 ‘한의사는 영상의학 전문지식이 없어 정확한 진단이 불가능할 것 같아서’가 37.5%로 가장 많았고, ‘한의사 업무범위를 넘어선 행위로 국민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응답이 24%로 뒤를 이었다. 기타 의료비의 이중부담(19.3%)이나 의료체계 훼손(18.3%) 순이었다.
결국 찬성과 반대 입장 모두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문제를 ‘면허범위’와 ‘전문성’의 영역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응답자의 89.3%가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교육과정 이수나 시험을 통한 자격획득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한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여기에 근시일 내 한의원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이 ‘추가적인 교육이나 자격획득 과정이 필요하다’는 답변에 91.3%가 동의한 점이나, ‘한의원에서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근처 병의원에서 검사를 하겠다’는 응답이 69.6%로 높았다는 점도 함께 고민해봐야 할 대목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C&I 소비자연구소 조윤미 대표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직능의 주장이나 요구보다는 의료소비자의 편의와 이익을 중심에 놓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응답에서도 알 수 있듯 국민들은 의사와 한의사에게 바라는 것이 다른 것 같다. 이를 고려해 적절한 교육과 건강보험체계의 방향성을 정해야할 것”이라고 뜻을 전했다.
한편, 설문조사에서 2018년 1월부터 현재까지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1000명 중 398명이었으며, 여성이 41.4%, 남성이 38.3%였다. 아울러 방문 경험이 있는 이들 중 77.7%는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서 침 치료를, 38.7%는 뜸이나 부황을, 29.6%는 추나요법 등 한방물리치료 서비스를 이용했다. 탕약 및 한약제제 처방도 29.5%가 받았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