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IT 강국’이 옛말이 되려 한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생겼다 사라지기 일쑤다. 규제는 여전하고 인재는 부족하다. 인재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노력도 치열하다. 국내 IT 기업들은 어떤 기업문화와 복지로 차별화를 뒀을까. ‘알아보잡’에서는 독특한 기업문화 및 복지 정책을 지닌 기업을 살펴본다.
▲ 오전 8시25분
“A 부장이 모니터 앞에 앉았다. 초등학생인 딸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와도 9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각이다. 박 부장은 아침에 내린 커피 향을 맡으며 사내 시스템에 접속했다. 오늘은 9시부터 일할 예정이었지만, 다소 일찍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오전 8시25분. 원래대로라면 지옥철에 시달려야 했을 시간이다”
→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신이 근무하기 편한 시간이나 공간을 골라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자율 출퇴근이나 재택근무를 위한 결재는 따로 필요하지 않다. 자율 출퇴근은 말 그대로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시간대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것이다. 재택근무도 만약 외부 미팅이 없거나 집안 사정이 있을 시 매니저(팀장)에게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 이 역시 보고 체계 때문이 아니라, 팀원 간의 소통을 위해 알리는 것이다. 실제로 고객과의 미팅이 없으면 사무실로 출근을 안 하는 직원들이 많다.
▲ 오전 10시
“둘째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온 B 대리가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오늘은 2개의 모니터가 구비된 곳이 좋을 듯싶다. 문서 작업이 많은 날이기 때문이다. 자리에 앉기 전 사무실을 훑어보니, 출근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오후에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면 ‘골방’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사무실이 조용한 것을 보니 그럴 필요는 없을 듯하다”
→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유 좌석제를 시행 중이다. 업무 특성상 꼭 어떠한 자리가 필요하지 않은 이상 사무실 어디나 앉을 수 있다. 전망이 좋은 자리, 1인석 등 자리의 업무 스타일에 맞게 자리를 선택해서 앉을 수 있다.
▲ 오전 10시40분
“커피를 한잔 마시기 위해 B 대리가 일어섰다. 휴게공간에는 마침 옆 부서의 C 부장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팀이다. B 대리가 반갑게 말을 건넸다. ‘부장님. 저희 저번에 진행하고 있던 마케팅 말인데요’”
→ 마이크로소프트는 직원들의 동선이 최대한 겹치도록 사무실 공간을 디자인했다. 회의실을 잡고 미팅을 진행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간단하게 업무 처리를 마주치면서 할 수 있도록 했다.
▲ 오후 1시25분
“B 대리가 회의 자료를 챙겨 예약해둔 회의실로 향했다. 오늘 재택근무를 하는 A 부장은 자택에서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다. 오늘은 A 부장, B 대리, 그리고 마케팅팀 직원 2명과 짧게 회의가 있는 날이다. 마케팅팀 직원들 역시 모두 외근 중이라 회의실에는 B 대리뿐이다”
→ 마이크로소프트는 스마트폰 앱, PC 등을 통해 화상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 번에 총 250명까지 회의에 참여할 수 있으며, 문서를 공유하면서 동시에 채팅도 가능하다. 또한 본인의 PC가 아닌 클라우드에 회의 내용이 저장된다. 녹음과 녹화 기능도 함께 제공되므로 따로 기록할 필요도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달리 대부분 회사의 경우 회의 문서를 공유하는 곳이 따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불필요한 회의·자료 준비, 이동 시간 등이 기존 6시간30분 걸리던 것에 비해 현재는 2시간으로 대폭 감소했다. 이는 20014년 사무실을 이전하고 1년 뒤 설문조사를 통해 얻은 결과다.
▲ 오후 2시10분
“B 대리가 동료와 함께 휴게실로 향했다. 자꾸 졸음이 쏟아지는 것이 커피를 한잔 마셔야 할 듯싶다. 마침 휴게실로 들어오던 동료가 자연스레 B 대리 옆에 자리하고 앉았다. ‘대리님. 곧 인사평가네요’ B 대리는 곰곰이 기억을 되짚었다. 동료들한테 어떤 도움을 줬더라. 갑자기 상기하려니 잘 생각나지 않는다. 조만간 평가를 대비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 마이크로소프트는 인사평가 제도에 커넥트(Connect meeting)를 새롭게 도입했다. 커넥트는 부서에 따라 1년에 2~3회 매니저와 직접 미팅을 통해 업무와 성과를 논의하고 이를 통해 직원들을 평가하도록 하는 제도다. 평가제도는 기존의 성과 중심에서 얼마나 영향력(Impact)를 가지고 왔는지를 평가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즉 업무 성과의 영향력, 내가 다른 사람을 어떻게 도왔는지, 다른 사람의 성과를 내가 어떻게 활용해서 더 큰 영향력을 만들었는지를 자세하게 기술해야 한다. 기존에는 00% 판매 달성, 00% 성과 초과 달성 등과 같이 수치 위주의 성과를 평가했다면 이제는 서술형으로 자세히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를 기술,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평가한다. 얼마나 협업을 잘했는지가 평가 목표다.
▲ 오후 3시
“‘자, 퇴근들 하자고’ 임원들이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퇴근을 장려했다. B 대리도 가방을 챙겼다. 오늘은 패밀리 데이로 일찍 퇴근하는 날이다. 임원이 퇴근한 뒤 B 대리가 사무실을 나섰다”
→ 마이크로소프트는 매월 패밀리데이를 시행 중이다. 패밀리데이는 전 직원이 매월 둘째 주 금요일 오후 3시에 퇴근하는 제도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