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속 삼성·SK하이닉스는 ‘난감’

미중 무역전쟁 속 삼성·SK하이닉스는 ‘난감’

기사승인 2019-06-09 18:06:16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국내기업들에 '불가피한 선택'을 강요하면서 곤란한 처지가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뉴욕타임즈는 8일(현지시간)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상무부, 공업정보화기술부는 지난 4∼5일 주요 글로벌 기술 기업들을 불러 경고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의 요구대로 중국 기업에 대한 부품 공급을 중단하면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게 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임원이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을 찾아 부품 공급이 중단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진 데 이어 정부까지 나선 셈이다.

이번 중국 당국에 불려간 기업에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델, 영국 반도체설계업체 ARM을 비롯해 한국의 삼성과 SK하이닉스가 포함됐다.

이들 기업은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또다시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한 셈이다.

중국 상무부는 자국 기업에 공급중단 조치를 하거나 자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외국기업 등을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에 올리겠다고 지난달 31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요구대로 화웨이에 대한 부품 공급을 끊으면 중국 상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 가운데 하나다. 삼성은 스마트폰 분야에서 화웨이와 경쟁하면서도 이 업체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매출 가운데 중국의 비중이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급격히 높아졌다.

즉,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자칫 중국과의 관계가 삐끗하면 큰 타격을 받는 상황이면서 동시에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가뜩이나 중국에서 지난해 5월부터 반도체 반독점 조사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3사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95%가 넘는데 독과점적 지위를 남용해 제품을 고가에 팔았다는 의혹이 조사 대상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무역전쟁 전개 양상에 따라 반독점 조사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까 봐 우려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당국자는 최근 베이징을 방문한 한국 기자들을 만나 미중 무역전쟁 속에 한국이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나 기업의 판단에 따라 한중 관계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발언은 미국 상무부가 보안 문제를 이유로 화웨이를 거래제한 기업 목록에 올린 뒤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에 화웨이와 거래하지 말라고 요청한 것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처럼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에서 중간에 끼어 피해를 보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안나 기자 la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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