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예산안부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 부정부패 수사를 위한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까지, 제1야당이 국회 폭력사태를 재현하면서까지 막아섰던 안건들이 모두 통과되며 완패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2019년을 마감하는 31일 ▲의원 총사퇴 ▲광화문 장외투쟁 ▲보수대통합으로 요약되는 3개의 카드를 꺼내들며 다시금 의지를 다졌다. 먼저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30일 오후 본회의가 정회한 늦은 시간 2시간여의 긴 의원총회를 마치고 ‘총사퇴’를 결의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31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2019년의 마지막 날인 오늘 비통함과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두 악법을 반드시 저지하라는 현명한 국민들의 뜻을 받들지 못해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다”고 의원들의 총사퇴 결의사실을 전했다.
이어 “저들의 만행에 끌어오르는 분노, 저들의 폭거를 막지 못했다는 자괴감,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송구함, 이 모든 감정들 때문에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한 것”이라며 “이 결기를 가지고 계속 투쟁해나가겠다”고 투쟁의 기치를 내걸었다.
그 시작은 오는 3일 예정된 광화문 장외집회다. 한국당은 이날 집회를 ‘국민과 함께, 문 정권 2대 독재악법, 3대 국정농단 심판 국민대회’로 명명하고, 대국민 여론전과 대여투쟁 동력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범여권의 일방적 법안처리 행태를 비난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의 부당성 및 불법성을 집중 조명해 투쟁의 당위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한국당은 장외투쟁과 대국민 여론전에 더해 내부적으로는 힘의 결집을 더욱 강화하고 21대 국회에서는 수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도록 몸집을 불리려는 ‘보수 대통합’ 카드도 함께 빼들었다.
심 원내대표는 “머릿수로 밀어붙이는 저들의 만행을 막아내기 위해 내년 총선 승리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며 “대통합의 길을 열겠다. 문재인 정권의 독선과 오만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고 판단하는 모든 분들, 그 분들이 우파든 중도든 함께 가는 길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황교안 당대표도 전날 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이 통과된 뒤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을 향해 보수통합에 대한 방안을 조만간 밝히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의총 참석자들에 따르면 황 대표의 보수통합 밑그림은 이르면 내달 초, 늦어도 중순까지는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수대통합의 여정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이언주 의원을 비롯해 한국당의 상임고문인 이재오 전 의원 등이 주도해 출범함 국민통합연대, 바른미래당에서 분리된 ‘새로운보수당’에 이르기까지 보수진형이 파편화 된데다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서로 간의 입장차가 큰 경우들도 있어 통합의 불씨를 키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연결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통합 비대위 구성해서 새롭게 출발하거라. 그래야만 야당이 산다”며 한국당이 기득권을 버리고 통합에 나서야한다는 뜻을 전했다.
김성태 의원 또한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결국엔 쪽수로 당했으니 함께 맞설 쪽수를 만드는 길 외에는 방법이 없다”면서도 “보수를 뛰어넘는 중도의 길을 향한 그 길에 우선 오욕의 간판을 미련 없이 내리자. 또 다시 못난 우리들끼리 부둥켜안고 무릎 꿇고 잘 할 수 있다고 한들 믿어 줄 사람도 없을뿐더러 될 일이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불출마를 선언한 김영우 의원도 “의원직 사퇴카드는 카드가 될 수 없다. 비호감 1위인 정당소속 의원들의 사퇴는 모두를 행복하게 할 뿐”이라고 꼬집으며 “지금 가장 강한 투쟁은 통합이다. 황교안, 유승민, 안철수 세 사람 등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진정이라면 더 이상 간만 보는 정치는 집어치워야한다”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