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들 인재영입, 부끄럽다는 정치인들

정당들 인재영입, 부끄럽다는 정치인들

기사승인 2020-02-13 05:00:00

“냉정한 얘기지만 바둑황제로 불렸던 조훈현 미래한국당 의원이 국회에서 무슨 일을 했나요? 20대 국회 인재라며 영입된 후 내세울 수 있는 족적은 ‘바둑진흥법’이 유일할 듯합니다. 솔직히 기억에 남는 게 없습니다. 그 스스로도 정치는 자신이 있을 자리가 아니었다고 하더군요. 조 의원 예를 들어 죄송하지만, 지금 한참인 정치권 인재영입이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한 야당 정치인이 정치권의 인재영입의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은 속내다. 그리고 이 같은 말은 그만의 생각은 아닌 듯했다. 언론들도 ‘빛바랜’, ‘정치쇼’, ‘중량감 부족’ 등의 수식어를 달아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정당들조차 다른 정당의 인재영입을 두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는 영입인재의 자격문제를 거론하기도하고, 일부는 인재영입의 규모와 범위, 대상의 편향성 혹은 과시성을 비난하기도 했다. 문제는 틀린 말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젊은 국회, 전문성을 갖춘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당초 목표가 이뤄졌는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은 11일 유튜브를 통해 방영된 쿠키뉴스 정치토크쇼 ‘배종찬의 핵인싸’에서 “최근 정당들의 인재영입은 너무 창피하다”며 정당들이 내세운 청년의 정치참여라는 목표설정부터 잘못됐다고 혹평했다. 나아가 “국회는 장기자랑 하는 곳이 아닌 헌법기구다. (그리도) 국회의원은 입법가들이다. 인기에 연연해선 안 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더 큰 문제는 이 의원이 지적한 인재영입조차 절반의 성공을 이뤘는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실제 일반 국민은커녕 기자들조차 자유한국당이 영입한 인재가 몇 명인지, 어떤 이들인지를 알고 있는 이들이 드물었다. 단적으로 12일 보도된 조선일보 기사에서 보도한 한국당의 영입인재는 19명이다. 하지만 같은 날 세계일보는 한국당의 영입인재를 30명으로 기록했다.

현재까지 자유한국당에서 영입한 인물이라며 소개한 인사들은 약 30명이다. ‘약’이란 추정치를 붙인 이유는 한국당에서 청년정책연구소 출범과 함께 영입했다며 소개한 청년활동가들이 명확치 않기 때문이다. 이들을 제외하고 이름이 거론된 이들만 따지면 29명이다. 1호였던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을 뺀 수치다. 더구나 한국당은 영입인사의 명단이나 이력도 제대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11일 1차 인재영입을 마무리한 더불어민주당은 사정이 좋은 편이다. 2번째 영입인재로 주목을 받았지만 미투 의혹에 휩싸여 영입인재의 지위와 당적을 포기한 원종건 씨를 제외한 19명의 명단과 소개영상, 이력 등을 정당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어떤 인물들이 포진하고 있는지를 공개하고 있다. 다만 영입 후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를 두고 이 의원은 “정치판을 퇴보시키는 작태”라고 힐난했다. 헌법과 법치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고, 한 분야에서 20~30년을 보낸 행정가들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제도를 바꾸기 위해 설득할 수 있도록 지식과 소양을 쌓은 정치인을 영입하거나 키워야하는데 스토리를 중시하고 인기로 사람을 뽑아 일회용 소모품으로 쓰고 버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그는 “인기에 연연하는 것은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것이다. 스토리(인생 이야기)가 있느냐 없냐를 따지는 게 말이 되느냐. 그러니 국정감사에 출석한 관료들이 의원을 엿 같이 보고, ‘오늘만 지나라’라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이라며 “국회와 국회의원 본연의 역할을 고민하고 근본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작심발언을 하기도 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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