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처 ‘수도권’, 통합당 ‘대안정당’ 인정 안 해

승부처 ‘수도권’, 통합당 ‘대안정당’ 인정 안 해

부동층, 제3정당조차 외면하며 여당 ‘선택’… 양자대결구도 ‘극화’

기사승인 2020-04-16 04:44:57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대한민국에서 수도권 민심은 사실상 정당의 승리를 좌우하는 가늠좌다. 영남과 호남이 극명한 정치 이념적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총 300석으로 제한된 국회의원석 중 121석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21대 국회는 수도권을 사실상 싹쓸이 한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로 끝났다.

21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4·15 총선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투표 개표율이 94%에 이른 16일 오전 4시 기준, 49석이 걸린 서울과 13석의 인천, 59석의 경기지역에서 민주당은 총 103석을 확보했다. 반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14석을 얻는데 그쳤다. 이밖에 무소속이 1석, 정의당이 1석을 가져갔다.

통합당의 참패다. 더구나 이는 20대 총선에서 통합당의 뿌리인 새누리당이 35석, 민주당이 82석을 가져갔던 것과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사실상 ‘정권심판’에서 ‘정권견제’로, 마지막엔 ‘살려달라’는 읍소까지 해가며 호소했던 통합당의 간곡한 외침도 수도권의 부동층 혹은 무당층의 마음을 사지는 못했다는 결론이다. 

민주당의 대항마로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그리고 이 같은 결론은 4년 전 서울에서 2석을 확보한 국민의당과 인천에서 2석을 확보한 무소속, 조금의 추가의석도 확보하지 못한 채 당대표인 심상정 후보만이 경기고양갑에서 연임에 성공한 정의당 누구도 대안세력으로 떠오르지 못했다는 평가기도 하다.

심지어 격전지로 관측됐던 51곳 중 수도권에서 격전지로 꼽히는 곳은 서울이 7곳, 인천이 4곳, 경기가 13곳으로 절반에 가까운 총 24곳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4·15 총선결과는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며 각 정당을 대표하는 인물인 이낙연 후보와 황교안 후보의 ‘종로대전’은 개표시작 3시간여 만에 이 후보의 당선으로 결론 내려졌다. 득표율은 58.3%대 39.9%로, 이 후보가 황 후보를 1만7294표차로 눌렀다. 중성동을에서도 박성준 민주당 후보가 51.99%의 득표율로 47.24%의 지상욱 통합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증을 받게 됐다.

당선이 확정된 곳 중 통합당 후보가 속한 곳은 최재성 민주당 후보(46.0%)를 상대로 6325표차 승리를 거둔 배현진 후보의 송파을 지역구가 유일하다. 그나마 강남을에서 전현희 의원을 상대로 우세를 점하고 있는 박진 후보만이 통합당으로서는 가능성을 걸어볼만한 지역이다. 

이밖에 민주당의 고민정 후보와 광진을에서 격돌하는 오세훈 후보나 이수진 후보의 도전에 직면한 동작을의 나경원 후보, 현역 진선미 의원의 벽을 넘어야 하는 강동갑의 이수희 후보 모두 접전을 벌이고는 있지만 열세를 보이고 있어 고배를 마셔야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도 접전지인 남동갑과 연수갑, 연수을, 동미추홀을에서 통합당 공천에서 배제돼 무소속으로 출마한 윤상현 후보를 제외하면, 공천파동의 중심에 있었던 민경욱 연수을 후보나 박찬대 후보와 20대 총선에서도 맞대결을 펼쳤던 정승연 연수갑 후보, 행정안전부 장관과 인천시장을 역임했던 유정복 남동갑 후보 모두 민주당 후보에게 21대 국회의원 배지를 내줬다.

경기도 마찬가지다. 통합당은 20대 당시 19석을 확보했지만 이 가운데 11석을 민주당에게 내줘야했다. 격전지로 꼽힌 13곳 중에서는 의석을 확보한 곳이 정찬민 후보가 유일하다. 그나마 분당갑의 김은혜 후보와 분당을의 김민수 후보가 각각 민주당의 김병관 후보와 김병욱 후보를 상대로 접전을 벌이며 경합하고 있을 뿐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수도권 압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대응한 정부에 대한 호응과 민주당이 앞세운 ‘국난극복’ 메시지가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내놨다. 아울러 통합당이 ‘공천논란’에 이어 선거운동 막판 ‘막말논란’에 휩싸이며 중도·무당층으로의 외현확장에 실패했다는 분석도 더했다.

그 때문인지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15일 패색이 짙어진 11시40분경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나라가 잘못 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국민께 믿음을 드리지 못했다. 모두 대표인 제 불찰이다. 모든 책임을 지고 가겠다”면서 대표직에 물러났다.

다만 “통합당은 수년간의 분열과 반목을 극복하고 산고 끝에 늦게나마 통합을 이뤘다. 그러나 화학적 결합을 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국민께 만족스럽게 해드리질 못했다. 지금 대한민국 정부에는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건강한 야당이 꼭 필요하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다”라며 대안이 되지 못했음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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