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올 가을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승격되는 질병관리청(질청)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가 감염병 대응의 핵심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질청이 감염병 대응 컨트롤타워로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 보건복지부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학계에서는 신설되는 복지부 2차관과 질청 청장과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고 감염병 정책기능을 질청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질병관리청, 바람직한 개편방안은?’ 정책토론회에 패널토론자로 참석해 복수차관제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정 교수는 복수차관제 시행으로 질청 승격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는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걸 보면, 잠시 정부에 몸 담았던 경험을 돌이켜보면 가을, 겨울에 발생할 코로나19 2차 웨이브(유행)를 대비하기엔 늦은 것 같다”면서 “(승격의) 핵심은 전문성 강화와 독립성 확보다. 복수차관제가 시행되면 보건 담당 차관은 질청에 영향력을 행사할 텐데, 청장으로 거론되는 정은경 질본 본부장이 소신 있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나. 그렇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인력이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할 바엔 그냥 질본으로 유지하는 게 낫다”고 질타하며 “복수차관제를 하려면 질청은 처가 돼야 한다. 서로 간섭이 되면 컨트롤타워에 문제가 생긴다. 한 번 할 일을 두세 번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진행한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복지부 2차관이 질청 청장과의 갈등요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보건기능을 관리할 제2차관 신설이 보건기능의 강화를 이룰 수는 있으나 차관급인 질청 청장과의 갈등요소가 될 수 있다”며 “또 질청에게 예산권과 인사권에 독립성을 보장할 뿐, 감염병, 만성병 정책에 대한 언급이 없어 (질청-복지부 관계가) 지금의 질본-복지부 관계와 차이가 없다. 정책과 예산은 무관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구조는 예산권의 독립성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질청 청장과 2차관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고 감염병 정책기능을 질본으로 이관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며 “보건과 복지 기능을 나누는 보건부 설립이나 질병관리처 신설도 고민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두 조직의 업무 분리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에 효과적이지 않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감염병 정책기능이 질청으로 이관되면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을 통합해 운영할 수 있고 신속한 대응이 가능할 거라 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지적에도 복지부는 복수차관제 기능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했다.
자리에 참석한 이선영 복지부 혁신행정담당관은 “여러 지적에 많이 공감하고 복지부도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면서 “전문가들이 코로나19 2차 웨이브를 걱정하고 있고, 대비를 위해 방역체계를 개편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질본 조직 개편은 우리 보건의료 체계에 맞게 확충돼야 한다.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측면에서 검토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보면, 질본이 청으로 승격되면서 인사 권한이 주어지고 조직 역량과 자율성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감염병과 관련해서도 질청이 직접 운영하면서 정책까지 총괄하는 등 복지부가 담당하던 기능이 일부 조정됐다”며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각 부처의 고유 기능을 고려한 개편안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복수차관제에 대해서는 복지부에서 말하기 조심스럽다. 복지부가 총괄하는 보건산업 관련 업무는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복수차관제를 시행하는 다른 부처와 비교했을 때 업무량도 적지 않다. 소관 법률만 101개다. 저출산 고령사회 등으로 복지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복수차관제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관련해 허영지 행정안전부 정부혁신조직실 조직기획과 서기관은 “관련 내용들은 현재 내부에서 검토하고 있는 과정이고, 정부조직법을 입법예고 했지만 세부적인 사항을 담고 있진 않기 때문에 관계부처와 논의를 통해 변화시키겠다”고 했다.
신재영 질본 기획조정과장은 “질본이 중앙행정기관인 청으로 승격된 이유는 코로나 등 신종 감염병, 공중보건위기상황을 대응하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세부적인 것은 부처 간 협의 중에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결정되든 전문성을 가지고 업무 잘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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