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웹툰을 볼 수 있는 쿠키만 얻어도 절반의 성공이죠."
한 IT기업 관계자는 지난 9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새로운 월정액제 네이버 멤버십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이 같이 말했다. 네이버 멤버십에 가입하는 유인을 '웹툰' 등의 콘텐츠로 지목한 것이다.
이처럼 IT기업이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인 테크핀(TechFin)은 IT기업의 콘텐츠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금융 서비스와 함께 콘텐츠를 제공해 자사의 플랫폼 사업을 키울뿐 아니라 소비자 경험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
일례로 최근 도입된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네이버페이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다. 월 4900원을 내고 쇼핑이나 예약 등 네이버 서비스에서 네이버페이로 결제 시 월간 구매금액에 따라 최대 5%의 네이버포인트를 적립해준다.
멤버십 혜택은 주로 콘텐츠에 집중돼 있다. 네이버 웹툰이나 시리즈의 쿠키 20개, 바이브(VIBE)의 음원 300회, 시리즈On 영화/방송 감상용 캐시 3300원, 네이버클라우드 100GB 추가이용권, 오디오북 대여 할인 쿠폰 중 4가지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곧 네이버페이를 이용하면서 얻은 포인트로 다양한 네이버 콘텐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으로, 네이버에 대한 충성도를 더 높이는 계기가 된다. 적립한 네이버페이를 또 현금처럼 구매를 할 수 있는 원동력도 된다.
특히 웹툰을 볼 수 있는 네이버웹툰이나 최신 영화 및 동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네이버 시리즈온, 오디오북은 네이버 콘텐츠의 핵심으로 평가받는다. 이를 통해 네이버 콘텐츠를 더 가깝게 느끼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생태계 안에서 결제뿐 아니라 웹툰 콘텐츠, 동영상 콘텐츠까지 쉽게 볼 수 있어 활용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SK텔레콤과 하나은행이 힘을 합쳐 만든 핀크에서도 이 같은 콘텐츠 제휴가 이뤄지고 있다. 핀크는 지난 1일 SK텔레콤의 동영상 플랫폼 웨이브(wavve) 및 하나카드와 함께 월 최대 1만3900원의 웨이브 구독료를 핀크머니로 돌려주는 웨이브카드(wavve 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wavve 카드로 정기 구독요금을 결제하는 고객뿐만 아니라, SK텔레콤의 주요 요금제를 통해 무료로 구독 중인 고객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청구 할인 방식이 아닌 적립 형식으로 설계했다는 것이 독특하다.
핀크 앱에서 현금성 포인트인 핀크머니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플라스틱 핀크 카드로 결제하거나, 온라인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즉 웨이브를 시청해 받은 핀크머니를 다른 곳에서 쓸 수 있도록 해 활용도를 키운 것이다. 여기에 핀크에서 카드 발급부터 거래내역, 적립까지 한번에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페이 머니로 리워드를 합쳤다. 카카오페이 머니는 카카오페이에 등록한 주계좌의 잔액을 1만원 단위로 출금해 카카오페이 머니로 충전하게끔 하는 간편결제 서비스다. 리워드 혜택도 이 카카오페이 머니로 현금 지급된다.
이를 통하면 카드나 현금 없이도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카카오 생태계 안에서는 자체 커머스인 카카오톡 선물하기나 카카오메이커스, 그리고 카카오페이지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카카오페이지는 네이버웹툰처럼 웹툰이나 웹소설, 영화와 방송 등을 볼 수 있는 플랫폼이다. 콘텐츠를 보기 위해 캐시를 충전하면 카카오페이 머니나 카카오페일 연결된 카드로 결제를 진행할 수 있다.
최근에는 카카오페이로 결제하면 페이머니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카카오페이로 결제한 후 '리워드받기' 버튼을 누르면 랜덤 페이머니가 1~5원 사이로 지급된다.
최근에는 카카오페이증권과 연계해 계좌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오는 30일까지 결제할 때마다 받은 리워드를 자동 투자하는 '알 모으기' 이벤트도 실시한다. 또 카카오페이로 온오프라인에서 결제를 하면 1000원 미만으로 남은 동전을 알아서 계산하여 미리 지정한 펀드에 자동 투자하는 '동전 모으기'도 진행하고 있다.
포털 등 IT기업들의 결제 서비스는 이런 점에서 기존 금융권이 가지지 못한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는 평가다. 간편결제로 인한 편리함에다 웹툰이나 동영상 등 콘텐츠 제공까지 가능해 금융업무만 가능한 은행이나 일반 카드사보다 훨씬 더 확장된 생태계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금융권이 테크핀 기업들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은행도 자사만의 포인트 적립체계를 운영하며 까페, 영화관 등 다양한 제휴사와의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웹툰이나 웹소설 등 IT기업들이 가진 독자적이면서도 유입고객이 많은 콘텐츠 플랫폼을 갖고 있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간편결제를 통해 받은 리워드로 다시 상품을 사들이거나, 다양한 웹툰 및 영상 콘텐츠를 보는 데 쓸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며 "테크기업만이 갖고 있는 인프라를 통해 소비자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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