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약급여화가 뭐길래… 의사·한의사 전운 감돈다

첩약급여화가 뭐길래… 의사·한의사 전운 감돈다

의료계 내부 의협 집행부에 쓴소리 이어져 “사전에 대응했어야”

기사승인 2020-06-26 04:00:00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의사-한의사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첩약 급여화 때문이다. 

대한한의사협회가 전 한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한 찬반 투표를 벌인 결과 63%가 찬성해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의사단체들은 첩약 급여화를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예고하고 있어 의사와 한의사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는 것. 

한의협은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2만3904명의 한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첩약급여화 찬반 투표를 벌였다. 이 중 1만6885명이 투표에 참여해 73.11%의 투표율을 기록했고 1만682명(63.26%)이 찬성표를 던졌다. 참고로 첩약 급여화 사업은 ▲뇌혈관질환 후유증 ▲안면신경마비 ▲월경통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된다. 수가는 월경통의 경우 약제비 상한금액 기준 10일분 15만원 이상으로 정해지고, 환자 당 1년에 1회, 10일분을 건강보험에 적용하게 된다. 연간 총 500억원의 건보재정을 투입할 예정이며 향후 3년의 시범사업을 거쳐 본 사업을 논의하게 된다, 해당 안은 오는 7월 중 개최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본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며, 연내에 전국 단위의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건정심에 참여하고 있는 이은경 한의학정책연구원장은 이번 투표결과를 두고 “한의계 내부에서 (첩약 급여화와 관련한 논란이) 정리가 됐다”고 평가하며 “첩약 급여화 연구 이후 1년 반이라는 기간을 협상해 합의한 안이다. 7월에 열릴 건정심 본회의에서 통과시켜 시범사업을 시행하겠다”고 자신했다.

의사단체들의 반발에 대해 이 원장은 “한의대와 한의사가 없어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이야기할 것 같다”면서 “원격의료·의대 정원 확대 등 여러 안건이 있는데 가장 공격하기 만만한 한의계를 노리는 것 같다. 건정심에서 다른 직역의 건강보험 보장성에 대해서는 크게 이야기하지 않는데, 한의계에 대해서는 의사들이 항상 적극적으로 반대한다. 본사업에 들어간 추나요법도 마찬가지였다. 상식적이지 못 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의협은 오는 28일 오후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첩약급여화 규탄 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의협은 “안전과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첩약 시범사업을 졸속으로 강행되는 상황을 국민께 알리려 한다”고 대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의협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참석자들이 각종 보호구를 착용하고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등 감염 전파의 위험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협의 대응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반대에 대해 회원들이 크게 공감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한방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하다.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도 제대로 되지 않은 첩약 급여화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집행부가 너무 급하게 궐기대회를 결정했다”며 “첩약 급여화 논의가 될 때 의협 집행부는 몇 수 앞을 내다봤어야 한다. 이슈가 됐다고 갑자기 궐기대회를 연다고 해서 의사들이 다 모일 수 있는 게 아니다. 또 부당하다면 국민을 어떻게 설득하고 반대할지 단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미 결정된 사항은 뒤엎기 힘들다. 건정심 소위가 열리기 전에 궐기대회를 해야 했는데 아쉽다”고 지적했다. 

소위 ‘궐기대회 무용론’을 언급한 의사도 있었다. 한 개원가 원장 A씨는 “궐기대회가 무슨 효과가 있을까 싶다.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며 “첩약 시범사업에 대한 논의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진작에 대처하지 못하고 이슈가 있으니 나서겠다고 하니 대처가 너무 늦다. 또 의협 집행부가 뭔가 보여줬어야 했는데 매번 반대만 하고 얻어낸 게 없다. 참석하더라도 뭘 얻어낼 것이라고 기대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한의계는 코로나19 상황에 집회를 여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계진 한의협 홍보이사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외국인 입국제한까지 주장하던 의사단체가 스스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하는 것부터가 모순”이라고 지적하고 “첩약 급여 수가를 분석할 시간이 있으면, 진료 저수가를 보상해달라는 볼멘소리와 함께 수가 협상장을 뛰쳐나간 본인들의 과오부터 되돌아보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동석 회장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도 야외에서 2m 거리를 유지하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며 “실내에서 하는 뮤지컬·음악회 등도 열리고 있는 와중에 의협은 야외에서 보호구까지 착용하겠다고 했다. 모이는 걸 못하게 해야 한다는 식의 공격은 유치하다”고 답했다. 

한의계는 정부에서도 한방 건강보험 급여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고 주장하며, 첩약급여화 사업이 무난히 진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의료계는 의협을 비롯해 부산시의사회, 광주시의사회,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등 의사단체들의 잇따른 반대 성명을 발표하면서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폭발 직전의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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