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모순적이지만, 대부분의 보험설계사들은 스스로를 개인사업자로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노조는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보험업계의 고용보험 도입은 보험설계사들의 모순적인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첫 단추가 될 겁니다”
정부 및 국회에서 ‘특수고용직종(특고직)’ 9개 대상들을 고용보험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고직에는 보험설계사도 해당되는데, 이를 두고 보험업계에서는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다. 보험사측에서는 보험설계사들은 개인사업자라는 인식하에 고용보험 도입을 원치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고용보험이 도입될 경우 매년 연간 2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 구조조정까지 일어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6일 광진비즈니스센터에서 만난 오세중 보험설계사노조 위원장은 보험사측의 설명은 현실과는 전혀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업에서 뛰고 있는 많은 보험설계사들은 고용보험 도입에 찬성하고 있으며, 보험사들은 고용보험이 흩어져있던 보험설계사들이 뭉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보험연구원의 보고서는 손해보험사와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보험설계사는 제외하고, 8개 생명보험회사의 전속설계사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라며 “당시 해당 조사가 생명보험협회의 협조로 이뤄졌고, 설문조사내용 왜곡, 설문조사 전 사전 교육실시 등 문제가 많은 설문조사인데도 불구하고 보험사에서는 여전히 반대의 근거로 사용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히려 정 반대로 고용노동부의 의뢰로 한국노동연구원이 산재보험DB에 등록된 보험설계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4.6%가 고용보험 도입에 찬성했고, 노조에서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77.6%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고 덧붙였다.
오 위원장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보험설계사들의 생계가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고용보험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영업활동이 힘들어지면서 계약실적이 줄어들게 되고, 생계가 곤란해진 보험설계사들이 많다”라며 “설문조사를 진행해보니 최소 30%에서 7~80%까지 소득이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보험설계사들은 회사와 개인간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회사로부터 해촉된다 하더라도 어떠한 사회보장제도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다”라며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돕고, 보험설계사들의 재취업을 도울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이번 고용보험 도입이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오 위원장은 고용보험이 도입된다 하더라도 보험사가 주장하는 연간 2000억이라는 보험료 부담 주장은 틀리다고 이야기했다. 오 위원장은 “고용노동부에서 밝힌 해명자료를 보면 임금노동자와 유사하게 적용할 경우 기업의 보험료 부담은 보수의 0.65%로, 월보수 200만 원인 종사자의 경우 사업주는 월 1만3000원 가량의 보험료를 부담하게 된다”라며 “전국의 보험설계사들을 간단하게 40만명이라고 가정하면, 사측은 연 400억정도 부담하게 된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사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오 위원장은 보험사가 진짜 긴장하고 있는 것은 고용보험 도입 이후 흩어져있던 보험설계사들이 뭉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그간 보험업계에서는 일방적으로 설계사들의 수당을 삭감하거나 부당하게 해촉하는 일이 일어났고, 여기에 해촉 이후 잔여수당을 지급 안하는 등 일방적인 갑질 행태가 계속돼왔다”며 “보험사에서는 고용보험 도입 이후 설계사들이 스스로를 노동자로 인식하고, 이에 대해 목소리를 내게 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순적이지만, 설문조사를 해보면 50~60%의 보험설계사들은 스스로를 개인사업자로 생각하지만 90%의 설계사들은 노조가 필요하다고 응답한다”며 “고용보험이 도입된다면 보험설계사들도 스스로에 대한 권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환경 변화를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보고, 고용보험 도입이 보험설계사 권익 보장의 첫 단추로 기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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