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사를 내려주세요”

[기자수첩] “기사를 내려주세요”

기사승인 2020-07-17 05:01:23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기자는 최근 과거 취재원 중 한 명으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제보를 통해 피해사실을 알려왔던 피해자가,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100% 순수한 공익 목적의 제보가 어디 있겠냐마는, 해당 제보는 현재 분양보증심사의 구조 문제와 연관이 있어 보도를 다뤘던 기억이 있다.

당시 보도 내용은 이렇다. 어느 지역개발을 앞둔 중소 시행사는 HUG에 분양보증심사를 의뢰했다. HUG 측에서 제시한 분양가는 당초 시행사가 고려한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했고, 이에 시행사는 구체적인 근거를 통해 이의를 제기했다. 해당 분양가로는 도저히 사업을 진행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HUG 측에서 돌아온 대답은 내부지침에 따른 결정이라 세부 내용에 대해선 말해줄 수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행정처분에 대한 이견을 제기해도 아무런 조정행위는 이뤄지지 않았다. 억울했던 시행사는 해당 내용에 대해 언론사들에 제보를 하게 됐고, 쿠키뉴스도 그 중 한 언론사에 속했다.

최근 연락은 그 후의 이야기다. 결과적으로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오히려 제보자의 상황만 더욱 악화됐을 뿐이었다. 수년간 공들인 사업을 포기할 수 없었던 제보자는 후분양을 택하고 금융사로부터 자금조달을 받기로 한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라는 말마따나, 문제는 또 발생한다. 이들에 따르면 금융사의 여심(투자)심의는 굉장히 까다로워 작은 문제만 있어도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해당 사업지는 이미 언론에 다수 보도가 된 ‘문제의 소지가 있는’ 사업지로 낙인 찍혀 자금조달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설령 그것이 공익적인 문제였어도 말이다.

물론 금융사의 이같은 '색안경 심의'는 제보자의 일방적인 주장일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자금조달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제보자의 모습을 보면 전혀 없는 얘기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기사를 쓴 기자 입장에서 굉장히 아이러니하고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잘못된 사업 구조에 대한 폭로가 외려 가혹한 부메랑이 되어 돌아가다니. 제보자의 심정은 더 처참할 것이다. 분양보증심사에 이어 금융조달에서까지 높은 벽에 부딪혔으니까 말이다.

“괜히 나서서 화를 키우지 마”

어르신들이 자주 하는 얘기다. 가만히만 있으면 보통은 간다는 말. 혹자는 해당 제보자가 언론에 제보하는 등 '너무 나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이 말은 현재의 사회 시스템에 순응하고 이에 맞춰 살라는, 폭력적인 말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잘못돼 보이는 것에 대해 말하고,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조차 부정된다면 이 사회의 발전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지난 5월 보도에 이어 다시 한 번 더 HUG의 '깜깜이 보증심사'와, 이번 금융사의 '색안경 심의'에 대한 개선의 여지를 바라본다.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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