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신종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미국 나스닥 시장은 전 고점을 뚫고 고공행진 중입니다. 특히 미국 상장기업 1위인 애플은 2000조 달러가 넘는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애플이라는 한 기업의 시가총액이 이탈리아의 GDP(국민총생산)를 능가한 것입니다.
반면 세계 스마트폰 양대축이라고 할 수 있는 갤럭시 시리즈를 보유한 삼성전자의 주가는 2~3년 간 횡보하고 있습니다. 현재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약 336조원입니다. 영업이익만 놓고 본다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 중에서도 최정점(2018년 기준 세계 3위)에 있지만 기업가치는 한참 저평가 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저평가 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불리는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됐다는 점, 반도체 사이클 성장세 둔화, 삼성그룹 내 오너일가의 취약한 지배구조 등의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본다면 삼성전자만의 독자적인 플랫폼이 부재하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애플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면 생태계 구축에 실패했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라고 봅니다.
혹자는 애플이 스마트폰 판매 의존도가 크기에 향후 혁신이 없으면 ‘노키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애플은 단순한 핸드폰과 PC(개인 컴퓨터) 제조·판매사가 아닙니다. 애플은 IOS와 macOS라는 플랫폼을 통해 수많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독점적 상태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아이폰 운영체제 iOS는 미국인 절반 이상이 쓰고 있고, 전 세계 인구 20%가 사용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자신들의 플랫폼을 통해 앱스토어, 미디어, 게임, 동영상 서비스, 금융업 등 다양한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즉 애플은 IT기기 제조판매사가 아닌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플랫폼 서비스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플랫폼 기업은 기존의 산업 문법을 완전히 바꿔놓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가 저조한 수익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고공행진하는 것은 바로 단순 전기차 제조업체가 아닌 소프트웨어 기능을 갖춘 플랫폼 기업이라는 ‘프리미엄’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는 카카오, 네이버가 플랫폼 기업으로서 독점적인 지위를 행사하고 있습니다. 두 기업은 밸류에이션의 기준인 PER(주가수익비율), PBR(주당순자산비율)에서 고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주가가 오르는 것은 플랫폼 기업이라는 생태계를 구축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국민메신저를 통해 웹툰, 쇼핑, 금융, 게임, 미디어엔터, 모빌리티 등 다양한 사업을 문어발처럼 확장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도 한국의 아마존 혹은 알리바바처럼 대한민국 최고 검색포털을 통해 광고, 쇼핑, 금융, 웹툰 등의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증권업계에서는 플랫폼 기업은 향후 세계화 이후 등장한 새로운 헤게모니를 쥐고 있으며 향후 미래에도 디지털 패권을 다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현재 MAGA라고 불리는 미국의 상위 기술기업들은 당분간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삼성전자도 플랫폼 기업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안드로이드는 구글에게 흡수되기 이전에 먼저 삼성전자에 인수를 제안했지만 단칼에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물론 당시 안드로이드 체제는 지금과 달리 뚜렷한 수익구조가 없었기에 삼성전자로서는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를 인수했다면 단순 휴대기기·IT제조기업이 아닌 애플에 버금가는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플랫폼 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을 겁니다. 삼성전자로서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날려버린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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