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이건희 회장이 별세함에 따라 삼성그룹 내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가운데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오너일가(이재용 부회장)의 취약한 지분 보유로 인해 여전히 지배구조 확립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천문학적인 상속세 납부 가능성도 주가 부양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배당 성향을 높여야 하지만 과도한 배당 증가는 기업의 투자 여력을 감소시킬 리스크로 작용한다.
◆ 이건희 회장 별세 소식 후 삼성그룹 계열사 주가 등락 엇갈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오너 일가의 지분구조에 따라 주가 반등 폭이 큰 차이를 보였다. 삼성그룹 주력 계열사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33% 오른 6만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건희 회장의 타계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안정적인 상황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높은 지분(17.48%)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은 전 거래일 보다 13.46% 상승했고, 삼성생명도 전 거래일 대비 3.80% 상승 마감했다. 삼성물산의 주가 상승은 향후 그룹 내 지배구조 개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5.01%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의 최대주주(8.51%, 국민연금 제외) 삼성생명의 지분 19.34%를 갖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김수현 연구원은 “상법과 자본시장법에 따라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 자사주 형식으로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여러가지 시나리오로 볼 때 생명을 통해 전자를 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면서 이재용의 지분율이 가장 높은 삼성물산의 그룹 내 중요도는 상당히 높아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6만전자’ 돌파한 삼성전자, 상속세·배당 부담 확대…저평가 지속 가능성
핵심 계열사 삼성전자는 지배구조 체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상황이 아니기에 당분간 실적과 별개로 주가 부양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안타증권 최남곤 연구원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상속 이슈가 전면부에 등장하면서, 기존에 생각했던 지배구조 시나리오의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현재 예상 상속세는 10조9000억원 내외로 예상된다”며 “주식 관련 상속세는 사망 시점 전후 2개월 간 기준 시가로 결정되기에 최대주주 일가(이재용) 입장에서는 삼성전자 주가의 단기 안정성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삼성전자의 주가가 상승할 경우 상속세 비중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기에 주가 부양은 오너 일가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배당 성향을 높여야 한다. 유안타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일가가 상속 후 연간으로 받을 수 있는 세전 배당소득 규모는 7022억원에 달한다. 상속세에 대한 5년 연부 연납 제도를 활용하면, 매년 부담해야 하는 상속세 규모는 2조1000억원이다. 특히 삼성전자에 대한 적극적인 배당은 불가피하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역시 지배구조 변화 과정 중 절대적 위치를 점하는 외국인 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추구되고 있는 주주환원 정책은 단계적으로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제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과도한 배당 성향은 투자 여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연간 배당금액은 9조6000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2019년 기준 27조7685억원) 대비 약 34.57%를 차지한다. 만약 배당액을 늘릴 경우 이익 감소 및 투자여력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기업과 비교해도 매출, 영업이익에서 크게 밀리지 않는다. 나스닥 시가총액 최상위권에 속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약 47조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현재 1800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 27조원을 기록했으나 시가총액 기준은 360조원이다. 이익 대비 시가총액 가치는 크게 저평가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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