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코로나19라고 불리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 충격에도 실적 선방하면서 그동안 크게 하락했던 주가도 반등하고 있다. 비은행 부문의 실적 증가와 은행 계열사도 시장기대치를 상회하는 순이익을 기록해서다. 다만 정부의 규제(부동산금융)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미국과 비교해 다소 저조한 배당성향(자사주 매입 포함)으로 상승 곡선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주가는 최근 실적 선방과 맞물리면서 반등하고 있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은행주 8개 종목을 편입한 ‘KRX 은행’ 지수는 이달 2일 기준 590.78로 3개월 전 지수(529.88) 대비 11.49%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2.18%) 보다 높게 상승했다. 특히 KB금융의 주가는 19.14% 오르면서 은행 지수 보다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은행 계열 금융지주사들의 주가 반등은 ▲시장기대치를 넘는 실적 ▲배당 시즌 ▲올해 초 주가 부진으로 인한 밸류에이션 매력도 확대 ▲금리 상승 등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올해 3분기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순이익은 시장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거뒀다. 이 가운데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3분기 나란히 1조원이 넘는 순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올해 초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주가 급락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 완화도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IBK투자증권 김은갑 연구원은 “튼튼한 실적과 반대로 주가가 장기간 부진하여 밸류에이션 매력이 더 높아졌다”며 “현재 은행주는 코스피 대비 상대적 매력도 높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배당 시즌도 목전에 다가오면서 은행주에 대한 투자가치를 상승시켰다. 교보증권 김지영 연구원은 “4개 금융지주사의 올해 은행 수익은 우려보단 견조한 수준을 시현할 전망”이라며 “배당금에 대한 기대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배당 규모가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에서 결정될 여지가 큰 만큼, 이에 따른 배당수익률은 5~7%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최근 시장금리 상승까지 맞물리며 은행주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이 마련된 것으로 판단된다.
내년 실적도 선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증권 구경회 연구원은 “당초 우려보다 코로나19 영향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내년에 은행 실적이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다만 순이자마진이 축소되었고, 대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어서 이익이 급증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은행업종이 주가가 지속적인 상승곡선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이미 은행업종의 주가는 지난 몇 년 간 ‘박스피’만도 못한 주가 흐름을 보여왔다. 이는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업에 대한 규제 및 영업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변화 ▲부동산 대출과 관련한 정부의 규제 ▲자사주 매입과 같은 주가 부양책 부재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원인 중 하나가 은행들의 무분별한 레버리지 확대에 있었던 만큼, 바젤(Basel) III로 대변되는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이 지난 10년간 최대 화두였다”며 “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구조적 ROE(자기자본이익률) 하락이 불가피했고, 밸류에이션 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규제도 주가 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DB금융투자 이병건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주가 흐름은 실적을 따라가지만 3년 전부터 정부의 부동산 금융(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가가 실적과 별개로 하향했다”며 “부동산 금융이 은행의 실적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SK증권 구경회 연구원도 “2017년부터는 실적 자체는 괜찮은데도 은행주는 부진한 흐름을 지속했다”며 “이는 순이자마진(NIM)이 축소되면서, 장기적으로 이익 베이스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 은행과 비교해 저조한 배당성향도 주가 부진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DB금융투자 이병건 연구원은 “미국 은행은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하는 등 높은 배당 성향(당기순이익의 80~110%)을 통해 주가를 부양한다”며 “반면 국내 은행은 미국은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배당성향이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미국의 은행들의 주가가 부각됐을 뿐이지 유럽을 비롯한 해외 은행들의 주가는 부진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핀테크로 불리는 인터넷 은행의 비중이 커진 것도 기존 은행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전통 금융사들의 최대 강점이라 할 수 있었던 고객과의 오프라인 접점에 대한 중요도가 떨어지고, 이를 빠르게 온라인 판매채널이 대체하는 과정에서 핀테크로 불리는 플랫폼 기업들이 등장했다”며 “이 과정에서 기존 금융사들의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는 최근 카카오뱅크의 장외가격 급등에서도 드러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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