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대한항공·아시아나 M&A…기대와 우려

‘뜨거운 감자’ 대한항공·아시아나 M&A…기대와 우려

기사승인 2020-11-18 06:01:02
▲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한 것에 대해 M&A(인수합병) 시장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산업은행이 제3자 배정을 통한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하지만 국책은행이 대규모 자본을 투자한다는 점 ▲경영권 분쟁이 있는 한진칼에 투자했다는 점 ▲항공사 독과점 우려 ▲대규모 채무 부담에 따른 부실 리스크 등을 꼽을 수 있다. 아울러 산업은행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지지할 경우 발생할 오버행(대량 대기매물) 이슈도 논란이 될 수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KDB산업은행과 계약을 통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5000억원, 교환사채 발행을 통한 3000억원 등 총 8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할 예정이다. 현재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해 총 1조8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상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 신주 약 1억3000만주를 1조5000억원에 인수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3000억원의 영구전환사채도 인수한다. 만약 이러한 시나리오가 변수 없이 진행된다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지분율 64%)로 등극한다.
 
DB금융투자 김평모 연구원은 “유상증자가 완료될 경우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총 1조5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며 “여객부문의 회복이 불투명한 가운데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이 같은 결정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각이 표류된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문제 및 자본확충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에서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반신반의한다. ▲국책은행이 국민세금을 통해 대규모 자본증자 ▲항공사 독과점 우려 ▲아시아나항공 대규모 부채 부담 ▲경영권 분쟁이 있는 한진칼에 투자했다는 점 등이 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강성부 대표는 유튜브 경제방송(삼프로)에서 산업은행의 대한항공 지원(유상증자)에 대해 “상법 정관상 긴급한 경우에 한에서 전체발행 주식의 30% 이내에 3자배정 유상증자를 할 수 있다”며 “현재 상황은 긴급한 자금 사정과 전혀 관계없다. 산업은행의 투자자금은 국민혈세가 투입되고 절차상으로도 기존 투자자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반발했다. 

독과점 논란도 피해갈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추진에 대해 “일반적으로 시장점유율이 높은 두 회사가 결합하면 집중도가 매우 높아져서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우려했다. 두 회사가 인수합병에 성공할려면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라는 ‘거대한 산’을 통과해야 한다. 다만 과거 공정위는 제주공항의 이스타항공 승인 당시 이스타항공의 회생 불가능을 이유로 승인한 사례가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대규모 부채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올해 상반기 기준)은 2291.01%에 달한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일부 자본잠식 상태(자본총계가 자본금 보다 적은 상황)이면서 자본유보율도 마이너스(-) 132%를 기록하고 있다. SK증권 유승우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1조5000억원의 유상증자 대금과 영구채 인수대금 3000억원을 모두 차입금 상환에 활용하더라도 10조원에 가까운 부채를 떠안게 되는 것”이라며 “당장 내년 말까지의 급한 불을 끌 순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대한항공의 재무 부담은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은 ‘BBB-’로 이마저도 하락한다면 투기등급으로 강등된다. 

아울러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이 아닌 경영권 분쟁이 있는 한진칼에 투자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증권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한진칼의 유상증자 참여로 조원태 회장이 우호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한다. 대신증권 양지환 연구원은 “산업은행이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함에 따라 주주연합과 한진그룹과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료된 셈”이라고 말했다. 유안타증권 최남곤 연구원도 “만약 산업은행이 조원태 회장 측을 지지한다면 유상증자 이후 조원태 회장 측의 지분율은 48.9%로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되는 단계로 진입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용우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경영권 분쟁이 있는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하는 행위는 결과적으로 경영권 분쟁에 있는 총수 일가를 지원하는 거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부담이 있던 산업은행과 경영권 분쟁에서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총수 일가의 이해관계가 맞았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고 우려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도 “산업은행이 자금 선집행이라는 유례없는 지원으로 조원태 회장으로 하여금 한진칼의 경영권 방어는 물론, 돈 한푼 내지 않고 무자본으로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하게 됐다”며 “조원태 회장은 한진칼의 지분 단 6%만을 가지고 단 1원의 출자도 없이, 산업은행을 통한 막대한 혈세투입과 구 주주들의 희생해 경영권을 지키게 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항공사의 인수합병은 정상적인 실사와 가치평가, 거래조건 협상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며 “기존의 우선협상대상자도 확인하지 못한 추가부실을 예상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한진그룹이 전격 인수하는 것은 6% 주주인 조원태 회장이 국민의 혈세를 통해 10%의 우호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결과만 낳을 뿐”이라고 우려했다.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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