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시중은행들은 앞 다퉈 관련 위원회를 만들고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또한 금융지주 회장들의 올해 신년사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ESG 경영 강화였다. 전 세계적으로 ESG경영은 기업에 있어서 핵심 기조가 돼 가고 있는 것이다. 기존 은행에 이어 증권사, 자산운용사도 ESG 경영에 초점을 둔 투자에 활발하다. 특히 최근에는 우호적 행동주의를 내세운 ESG 가치투자 펀드까지 등장했다.
◇ 금융지주 올해 화두, ESG 경영…개선 방향은
국내 주요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금융)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올해 핵심 경영기조로 내걸었다. 금융지주의 ESG경영 강화는 최근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른 방침이다. 한때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기업의 사업 환경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투자 혹은 대출을 실행해 왔다.
‘한국 금융기관의 석탄 투자 현황’에에 따르면 2009~2020년 6월 사이 국내 162개 금융기관이 국내외 석탄발전 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총 60조원에 달한다. 삼성금융그룹(삼성화재·삼성생명)의 지원은 총 15조1302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컸다. 이어 KB금융그룹(6조3521억원), 현대해상(3조7006억원), 농협금융(3조5498억원), 한화(1조8339억원), 교보(1조5447억원), 신한금융(1조1807억원) 순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KB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 5대 금융지주들이 잇따라 탄소중립을 선언한 상태다.
금융지주의 이 같은 변화는 ESG경영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가 돼 가고 있어서다. 이미 ESG는 전 세계적인 기업 경영 방식의 표본으로 꼽힌다. 글로벌 기업도 ESG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은 해마다 탄소 배출량 1000만톤 줄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또한 임원진에 대한 성과급 산정 기준에 환경과 사회적 가치에 따라 행동했는지 여부도 반영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도 오는 2025년부터 자산총액 2조원이 넘는 기업은 ESG경영을 의무적으로 공시하게 됐다.
다만 시중은행들이 ESG 경영은 단순 보여주기 식이라는 비판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나 채용비리 논란 등은 여전히 끊이지 않는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 금융투자업계, ESG 투자 확대…우호적 행동주의 ESG펀드도 등장
현재 글로벌 투자은행과 자산운용사도 ESG 경영을 방점으로 하는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글드만삭스는 ESG 경영을 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첫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했다. 글로벌 3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자신들이 지분 투자한 기업에 ‘기후위험에 대한 관리를 하지 않는 기업은 투자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글로벌 지속가능투자 연합(GSIA)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 세계 ESG 투자 규모는 약 40조5000억 달러(약 5경5000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투자 규모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해 향후 2030년에는 130조 달러(14경696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증권사도 ESG 관련 채권 및 펀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나섰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내 10개 증권사는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총 170건의 ESG채권 투자를 단행했다. 투자 금액은 약 2조2701억원에 달한다.
신한자산운용은 자산운용 업계 최초로 일반 공모 주식형 펀드에 ESG등급 기준을 적용한다. ESG등급이 BB 이상인 기업을 70% 이상 담기로 한 것이다. 향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없고 녹색사업을 확대하지 않는 기업의 경우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다.
아울러 ‘우호적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ESG 사모펀드도 등장했다. 국내 가치투자 1세대로 불리는 이채원 전 한국투자밸류운용 대표는 올해 6월 라이프자산운용의 의장으로 복귀하면서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ESG 가치투자 사모펀드’를 선보였다.
이 의장이 선보인 첫 번째 펀드는 ‘라이프한국기업ESG향상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1호’로 ESG와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행동주의 전략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가치투자 사모펀드다. 기존 행동주의 펀드와 달리 회사의 의지를 먼저 묻고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다. 즉 ESG 경영을 위한 동반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채원 의장은 “ESG 경영의 개선 가능성이 있거나 시장에서 소외됐지만 ESG 경영을 하고 있는 저평가 기업에 투자하고, 디스카운트 된 상황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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