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당 162경기의 정규리그를 모두 소화한 가운데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성적은 대부분 기대치를 밑돌았다. 류현진은 빅리그 데뷔 후 최다패를 떠안았으며, 김광현과 최지만은 부상으로 시즌 중반 이탈하기도 했다. 올해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선수들은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한 채 시즌을 마감했다.
◇ 무너진 에이스 류현진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은 지난 4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시즌 최종전에 승리를 올리며 2013년, 2014년, 2019년에 이어 4번째로 시즌 14승째를 기록했다. 시즌 14승은 개인 한 시즌 최다승 타이 기록이다.
하지만 빅리그 입성 후 한 시즌 최다패(10패)를 당했고, 평균자책점(4.37)도 데뷔 후 가장 높았다. 2016년 평균자책점 11.57을 기록했으나 당시엔 부상으로 한 경기만 뛰었다.
세부 스탯도 이전에 비하면 좋지 않다. 홈런을 가장 많은 24개나 맞았으며 퀄리티스타트(선발투수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13번을 올리는 데 그쳤다.
후반기의 부진이 뼈아팠다. 류현진은 전반기 때 17경기에 선발 등판해 8승 5패 평균자책점 3.56으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후반기에는 14경기에서 6승 5패 평균자책점 5.50에 그쳤다. 특히 9월에는 4경기 동안 1승 2패 평균자책점 9.20으로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주무기였던 체인지업의 위력이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봉인했던 슬라이더를 3년 만에 다시 꺼내며 변화를 꾀했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소속팀 토론토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류현진은 다음 시즌을 준비할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하게 됐다. 어깨 수술 이후 복귀해 꾸준히 팀 에이스 역할을 맡은 그이기에 충분한 휴식과 함께 여유롭게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것은 다음 시즌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 가을야구 초대 받았지만… 부상이 아쉬웠던 김광현·최지만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최지만(30·탬파베이 레이스)은 부상으로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
지난 3월 스프링캠프에서 허리 통증에 시달렸고, 부상자 명단에서 시즌을 시작한 김광현은 시즌 초반에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6번의 등판에서 4패를 떠안으며 부진에 빠지기도 했다. 허리 부상으로 약 10일 정도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김광현은 완전히 달라진 달라졌다. 7월 5경기에서 4승 1패 평균자책점 2.28로 ‘이 달의 투수’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팀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하지만 8월에 팔꿈치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등재된 김광현에게 기회는 없었다. 김광현이 부상자 명단에 내려갔다 복귀한 사이 선발진 로스터는 포화가 됐고, 그는 불펜 투수로 보직을 변경했다. 이후 김광현은 불펜투수로 1승 1세이브를 추가했다.
김광현은 포스트시즌에서도 불펜 투수로 활약할 예정이다. 미국 매체 CBS 스포츠는 “세인트루이스가 디비전 시리즈에 진출하면 김광현은 구원투수로 여러 이닝을 소화하거나 임시 선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며 “그가 로스터에 포함된다면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이 유연하게 투수진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광현이 속한 세인트루이스는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2위로 오는 7일 LA 다저스와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마주한다. 이 경기에서 승리할 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5전 3선승제)를 치른다.
김광현과 마찬가지로 최지만 역시 부상으로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
스프링캠프에서 무릎 통증을 호소했고 결국 수술까지 받았다. 최지만은 5월 중순 팀에 합류했고, 5월 동안 타율 0.317(41타수 13안타) 2홈런 10타점으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우려를 떨쳐냈다.
하지만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최지만은 6월초 왼쪽 사타구니를 다치며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7월에만 홈런 5개를 때려내며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는데 8월 왼쪽 햄스트링으로 올해 3번째로 부상자 명단에 등재됐다. 9월 팀에 복귀했지만 최지만은 좀처럼 경기력을 끌어 올리지 못했다. 정규리그 최종 성적은 83경기에 출전 타율 0.229 11홈런 45타점으로 다소 아쉬움이 뒤따른다.
그래도 최지만은 소속팀 탬파베이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하며 3시즌 연속 가을야구에 초대됐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준우승의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는 기회도 잡았다. 최지만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타율 0.250(40타수 10안타) 2홈런 4타점 10볼넷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탬파베이는 오는 8일부터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5전 3선승제)에 돌입한다. 상대는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승자다.
◇ '빅리그 쓴맛 본 신입생' 김하성·박효준·양현종
지난겨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1년 계약을 맺고 미국으로 건너간 김하성(26)은 개막 로스터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개막 전에는 내셔널리그 신인상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기대를 모았다.
수비력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올 시즌 2루수와 3루수, 유격수를 오간 김하성은 수비 지표인 OAA(Our Above Average, 평균 대비 아웃기여)에서 +3을 기록하며 상위권 수비수임을 증명했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SNS에 김하성의 수비 영상 모음집을 따로 만들 정도였다.
하지만 빅리그 투수들의 빠른공에는 좀처럼 적응을 하진 못했다. 117경기 타율 0.202 54안타 8홈런 34타점 27득점 6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622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이었다. 결국 타격 문제로 인해 시즌 중후반에는 주전 경쟁에도 밀리면서 제대로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김하성의 소속팀 샌디에이고도 가을 야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우승 후보로 평가받던 샌디에이고는 79승 83패의 참담한 성적으로 가을 야구 진출에 실패하면서 김하성의 첫 시즌은 종료됐다. 김하성은 오는 7일에 귀국할 예정이다.
김하성의 고교 후배인 박효준(24·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은 길었던 마이너리거 신분을 청산하고 메이저리그를 밟았다.
2015년 뉴욕 양키스와 계약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박효준은 올해 마이너리그를 폭격했다. 트리플A 48경기에서 타율 0.327 10홈런 29타점 44득점 8도루 OPS 1.042로 활약했다. 활약에 힘입어 빅리그 콜업에도 성공했다.
양키스에서 자리가 없던 박효준은 지난 7월 피츠버그로 트레이드됐다. 초반에는 3할대 타율을 유지하며 발군의 기량을 뽐냈지만 슬럼프에 빠지면서 잠시 마이너리그에 강등되기도 했다.
박효준의 올해 빅리그 최종 성적은 45경기 출전 타율 0.195 25안타 3홈런 14타점 16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633이다. 아직은 저조하지만 1루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멀티 자원으로 출전 가능성을 끌어올렸다.
지난 2월 텍사스 레인저스와 스플릿 계약(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소속에 따라 조건이 다른 계약)에 합의하며 미국행에 도전한 양현종(33)은 스프링캠프에서 3경기에 등판해 승패 없이 6이닝 6피안타 1피홈런 2실점 8탈삼진 평균자책점 3.00의 성적을 올렸다.
빅리그 승격 1순위로 택시 스쿼드로 동행한 그는 지난 4월 1군에 콜업되면서 본격적인 메이저리거의 길을 걸었다. 승격 초반에 불펜 투수로 활약한 그는 텍사스 선발진이 부상으로 무너지자 대체 선발로 투입됐다.
하지만 선발 보직 변경 후 내리막이 시작됐다. 양현종은 선발 로테이션 합류 후 양현종의 성적은 3경기 동안 0승 3패 11.2이닝을 소화하면서 12실점 평균자책점 7.71 볼넷 12개로 아쉬운 성적을 냈다.
결국 지명할당 조처 끝에 마이너리그로 향한 그는 8월말이 돼서야 다시 메이저리그에 호출을 받았지만 별다른 기회를 받지 못하면서 트리플A에서 시즌을 마감했다. 양현종의 올 시즌 최종성적은 메이저리그 12경기에 나가 3패 평균자책점 5.60, 마이너리그에서도 10경기 3패 평균자책점 5.60으로 아쉬웠다.
양현종은 2022시즌을 앞두고 다시 FA가 된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이어나가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KBO리그 복귀가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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