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대한 논의가 공회전을 계속하고 있다며 교통약자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지난 3일 오전 7시 45분쯤부터 한 시간가량 5호선 여의도역부터 공덕역까지 휠체어로 전동차 문을 막는 시위를 진행했다. 지난 7일에는 오전 8시경 혜화역 승강장에서 선전전을 벌이기도 했다.
장애인들이 출근길 시위에 나선 이유는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 연내 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국회에 계류 중인 이 법안은 시내버스 회사가 새 차를 들여올 때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상버스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쉽게 버스에 오를 수 있도록 차체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경사판이 있는 버스다.
지난 2001년 ‘오이도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사고’ 이후 정부는 ‘교통약자법’을 제정해 단계적인 저상버스 확충을 약속했다. 교통약자법 제3조(이동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3차 계획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전장연이 지난 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1차 계획에서 2011년도까지 전국 시내버스의 31.5%를 저상버스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2011년 말 시내 저상버스 도입률은 12%였다. 2차 계획에서는 2016년도까지 전국 시내버스 중 41.5%를 저상버스로 바꾸겠다고 했다. 실제 달성률은 19%에 그쳤다. 제3차 계획에서는 올해까지 저상버스 비율을 41.1%로 맞추겠다고 했지만 작년 9월 기준 28.4%에 불과했다.
전장연 측은 저상버스 도입률이 저조한 이유로 ‘법적 공백’을 들었다. 현재 저상버스 도입은 온전히 지자체‧운수 사업체 재량에 맡기고 있다. 관련법상 저상버스 도입 의무 조항이 전무해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올해 초에 나온 저상버스 의무 도입 법안도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발의한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 일부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관련 법안 논의는 올해가 끝나가고 있음에도 진척이 없는 상태다.
천 의원은 10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개정안을 발의한 지 한참 됐지만 법안소위가 열리지 않아 논의가 안 되고 있는 상태다. 올해 정기 국회가 끝나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야당 측이 법안심사 소위를 여는 데 소극적으로 나오고 있어 논의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까지고 이동권 보장을 바라는 장애인들을 거리로 내몰 수 있겠나. 개정안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에게 조금의 희망이라도 줄 수 있도록 이번 달이라도 법안 소위를 열어 통과시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애인단체는 정치권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정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직국장은 “현재 장애인단체가 요구하는 건 노후 버스를 교체할 때 계단 버스 대신 무조건 저상 버스를 도입하라는 조례 한 줄을 바꾸는 것뿐”이라며 “이 문제를 장애인단체는 꼬박 이십 년 동안 요구해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드시 연내 법안 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우 국장은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는 모든 과정은 시민의 기본권이다. 장애인의 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반드시 연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민경 인턴기자 medso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