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상장 현대엔지니어링 수요 예측 실패…IPO 흥행 어두워

내달 상장 현대엔지니어링 수요 예측 실패…IPO 흥행 어두워

기사승인 2022-01-28 06:11:02
서울 종로구 소재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전경

다음달 상장이 예정된 현대엔지니어링이 IPO(기업공개)에 앞서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다소 높은 공모가 산정 방식 ▲정의선 회장 승계를 초점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투자자 심리 위축 ▲미국발 금리 인상에 따른 증시 위축과 건설주 부진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28일 건설업계와 IB(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달 지난 25∼26일 이틀간 진행된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은 70~80대 1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대형 공모주 가운데 가장 낮은 수요예측 경쟁률을 낸 크래프톤(243대 1)보다도 낮다. 아직 최종 집계는 완료되지 않았으나 부진한 수요예측 경쟁률에 따라 공모가도 희망범위(5만7900원∼7만5700원) 하단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공모가 수요예측이 부진한 까닭은 우선 다소 높은 공모가 산정 방식이 영향을 미쳤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자사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EV/EBITDA’라는 방식으로 배수를 구했다. EV/EBITDA는 상각 전 영업이익이라는 뜻으로, 기업의 시장가치(EV)를 세전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값이다. 기업의 적정 주가를 판단하는데 사용된다.  예컨데 EV/EBITDA가 2라면 기업가치가 1년에 벌어들이는 현금성 영업이익의 2배라는 의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공모가 산정을 위해 국내외 건설사 12곳을 비교해 배수를 구했다. 하지만 정작 직접적으로 비교 대상이 되는 국내 건설사는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대우건설 3곳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세계적인 시공사나 설계 기업을 대상으로 삼았다. 전체 12곳의 평균적인 EV/EBITDA(11.64배)를 구하고 여기에 할인율(14.9~34.91%)을 적용, 현재 공모가 밴드가 나왔다. 국내 비교군의 EV/EBITDA 평균은 약 5배 수준이다. 

또한 투자자들은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배경은 정의선 회장의 지배구조 개편에 맞춰 있다고 우려한다. 수년 전부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향후 현대차그룹 승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은 11.72%로 개인 최대주주다. 기업 중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맏형 ‘현대건설’(38.62%), 정의선 부회장이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글로비스(11.67%), 기아차(9.35%), 현대모비스(9.35%) 등이다. 

실제  현대엔지니어링은 그룹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하고 있던 현대엠코 주식 261억원치를 사들인다. 2005년 5월 정 부회장은 현대엠코 유상증자 참여, 113억원을 출자해 현대엠코 지분 25% 지분을 보유했다. 

현대엠코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연속 배당 실시했고 정의선 부회장은 이 기간 동안 476억원에 달하는 배당을 챙겼다. 이후 현대엠코는 2014년 현대엔지니어링에 흡수합병된다. 이 과정에서 정 부회장은 11.72% 지분을 소유하게 된다. 

합병된 현대엔지니어링은 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원으로 지난 2015년 해외건설 수주 1위(총 57억4705만 달러)에 등극한다. 반면 현대건설(34억158만 달러)은 기록해 5위를 차지했다. 

이는 과거 삼성SDS 상장과 유사하다고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주가 급증으로 논란이 된 삼성SDS도 비슷한 절차를 거쳐왔다. 삼성은 상장 전 중요 매출을 창출하는 일감들을 삼성SDS에 몰아주었다”며 “현대엔지니어링 상장도 향후 정의선 부회장 승계 및 상속세 납부 등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건설업종의 불신도 공모가 수요예측 참패의 원인 중 하다. 특히 얼마 전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광주 화정동 붕괴사고 여파로 인해 건설업종의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당장 HDC현산은 연초 대비 주가가 40% 이상 폭락했다. 나머지 주요 건설사들의 주가도 하락세다.

건설주 자체도 실적 대비 시장에서 저평가받고 있다. 건설 대장주 삼성물산 주가도 합병 이후 고점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PER(주가수익비율)은 11배에 불과하다. 

아울러 최근 미국 연준이 조기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주식시장은 급격히 냉랭해졌다. 지난해 말 3200p를 넘겼던 코스피 지수가 최근 하락세를 보이면서 2600선도 위태한 상황이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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