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정보업체 애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이익 전망치는 전년동기 보다 웃돌 것으로 집계됐다. KB금융지주의 1분기 추정 이익(영업이익 기준)은 1조7667억원이다. 이는 전년동기(1조7468억원) 대비 1.13% 늘어난 수치다. 이어 신한지주(4.81%), 하나금융지주(9.93%), 우리금융지주(19.90%)의 이익도 지난해 1분기 보다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금융투자 최정욱 연구원은 “올해 1~2월 가계대출 성장률이 매우 미미해 1분기 은행 대출성장률은 다소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NIM(순이자마진) 상승에 따라 순이자이익 급증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은행업종의 주가 상승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금리 인상과 주주환원(배당 성향 확대)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은행주(株)의 주가 반등은 엇갈린 의견으로 나눠지고 있다.
SK증권 구경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긴축과 금리 인상으로 인해 은행업종의 영업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며 “금리 상승으로 인한 순이자마진 (NIM) 확대는 은행주 밸류에이션을 높일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은행주의 강세는 금리 상승기 전체에 걸쳐 반영되기보다는, 대부분 초기에 반영된다”며 “올해 상반기 실적 발표 시점까지 은행주의 강세를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반면 은행업종의 주가 반등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무력 충돌 장기화, 인플레이션에 따른 미국발 긴축 강화 등의 변수가 남아있어서다.
하나금융투자 최정욱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빠르게 해결되기보다는 장기화될 여지가 높은 편이다”라며 “일반적으로 금융주들은 지정학적 리스크 발생 시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는데다 금리와 환율 등 매크로 지표들도 비우호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주의 주가 상승은 선반영됐다는 견해도 있다. 최정욱 연구원은 “은행주는 최근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연초이후 코스피 지수 대비 초과상승 폭이 14%p에 달한다”고 말했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도 “(그동안 은행주는) 어려운 증시 여건에서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달성했기에 주가 측면에서 매력도가 어느 정도 희석됐다”고 지적했다.
불확실한 글로벌 거시경제 상황도 주가 반등을 누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진정되지 못하는 와중에 우크라이나 발 에너지 가격 불안은 과거(1970년대 말) 1~2차 오일쇼크로 불리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소환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현재 블룸버그 원자재 현물지수는 지난 한 주 13.02% 급등했다. 이는 집계가 시작된 1960년 후 역대 최고 주가 상승률이다. 1974년 9월 오일쇼크 당시 최대 상승률(9.67%) 보다 높다.
주택시장 침체도 은행업종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아파트 거래대금은 3조원 수준으로 전년동기(31조원) 대비 크게 줄어들었다. 올해 1월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도 전월대비 10.5% 감소했습니다.
미분양 물량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1만7710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1만4094가구) 대비 25.7% 늘어난 수치로, 같은 해 9월(1만3842가구)부터 3개월 연속 증가했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지난해 11월부터 감소하기 시작한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2월까지 지속, 사실상 시장 기능을 상실한 상태”라며 “이미 주택시장 침체는 경매시장 매각가율 급락, 미분양 아파트 급증 등 대출 부실화 위험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충당금 이슈도 은행주 등락에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권고에도 국내은행의 충당금 적립 수준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총대출채권 대비 충당금 적립률은 0.41%(4대 은행 기준)로 전년대비 소폭 하락했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국내 시중은행의 충당금 적립률은 미국 투자은행 JP모건(1.5%), 뱅크오브아메리카(1.3%), 웰스파고(1.4%) 등과 비교해 볼 때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서 연구원은 “이에따라 금융당국은 향후 금융 불안정에 대비해 대규모 충당금 적립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만일 0.4%에 불과한 충당금 수준을 두 배 수준인 0.8%로 높이면 추가 비용은 4사 평균 1조원 내외로 올해 배당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