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과 양적완화 축소 기조로 가는 상황에서 규제 완화는 정책 실행에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새로운 정부에서 금융 정책은 금융기관으로서 은행의 역할을 강화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시장과 관련된 윤 당선인의 주요 공약으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가 꼽힌다. 현재 LTV는 현재 투기 지역 여부, 매매가격, 주택 보유 수 등에 따라 차등 적용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은 최대 40~50%까지만 적용받을 수 있다.
새 정부는 LTV 상한을 지역과 관계없이 70%로 단일화하고, 다주택자는 LTV 상한을 30~40%로 완화하겠다고 한다. 생애 최초 주택구매 가구의 LTV 상한은 80%까지 상향조정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금융정책 기조가 리스크 대응에서 경기 부양 중심으로 전환함을 시사한다. 다만 정책 도입을 위해서는 기존 규제를 다시 풀어야 한다. LTV 규제를 완화하려면 DSR(연소득 대비 전체 금융대출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과 총량규제도 함께 풀어야 한다. 현재 금융당국은 현재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연 4~5% 수준으로 규제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최정욱 연구원은 “DSR 강화 정책에 변화가 없는 한 LTV 확대해도 영향 크지 않다”며 “현재의 총량규제 정책 유지 여부도 관건이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조만간 대출총량규제 완화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다만 이 같은 규제 완화는 국내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상반된다는 점에서 정책 변화에 혼란을 줄 수 있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 하에서 대출금리를 낮추려면 기준금리 인상(비용 상승) 요인을 은행이 상당부분 대신 부담할 수 밖에 없다”며 “기준금리 인상에도 은행 순이자마진이 하락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 시점에서 부채 구조조정보다 경기부양을 선택한다면 금융안정위험은 높아질 수 있다”며 “결국 정부의 자본 및 배당 규제는 강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효과도 반신반의한다. IBK투자증권 김은갑 연구원은 “DSR 규제가 수정될 가능성은 있으나 금리상승기와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를 감안할 때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섣부른 규제 완화는 금융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시장에서 우려하는 리스크 중 하나는 GDP 규모를 초과한 막대한 가계부채 증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표상 가계·기업 부채 합) 비율은 219.9%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가 시작된 1975년 이후 가장 높을 뿐 아니라 전년동기 대비 9.4%p 더 올랐다.
게다가 최근 주춤한 부동산 시장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아파트 거래대금은 3조원 수준으로 전년동기(31조원) 대비 급감했다. 올해 1월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도 전월대비 10.5% 감소했다. 미분양 물량도 증가세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1만7710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1만4094가구) 대비 25.7% 늘어난 수치다.
주택시장 시세가 하락할 경우 그 여파는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2년 전국 주택 가격이 5.6% 하락했을 당시 은행의 신규 연체 금액은 전년동기 대비 37.5% 증가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