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산업은 비상장계열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와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데 합병가액에 따른 동원산업의 가치는 약 9100억원(산술평균주가 24만8961원 적용)인 반면, 비상장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약 2조2000억원(주당 19만1130원 적용)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상장사인 동원산업이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보다 기업가치가 떨어진다고 평가한 것이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99.56%에 달한다. 이에 일부 주주들은 “회사 측이 제시한 대로 합병할 경우 동원산업의 소액주주는 지분 희석을 감수해야 하지만 오너 일가는 절반에 가까운 동원산업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며 “오너 일가의 이익을 위해 일반 주주들을 희생시킨다”고 반발했다.
이는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논란과 유사하다.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1대0.35의 비율로 합병했다. 삼성물산의 가치가 제일모직의 3분의 1 수준으로 평가된 것이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당시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지만,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다. 이재용 지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삼성물산 가치를 낮추고, 제일모직 가치를 높였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렇듯 지배주주 이익을 위해 일반주주의 이익을 편취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게 나타난다. 때문에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안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6일, 불공정한 합병가액 결정으로부터 소액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합병가액 결정시 주가 등을 기준으로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삼고 있다.
현행법령에서는 주권상장법인이 합병 등을 하는 경우에는 주가를 기준으로 그 가액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 합병사례에서 보듯이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결정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대주주가 주가 변동상황을 고려해 자신이 유리한 시기에 합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불공정한 합병가액은 합병회사의 주주간의 부의 이전을 초래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에게 돌아간다.
이밖에 주가가 기업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에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결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은 ‘공정한 가격’을 판단할 때 자산가치, 수익가치, 회사의 미래전망 등 회사의 본질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경제적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이에 이용우 의원은 “상장법인이 합병 등을 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합병가액은 주식 가격 등을 기준으로 하되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장안에는 ▲합병가액 결정시 주식가격 등을 기준으로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 ▲계열회사 간의 합병 등의 경우에는 외부평가기관을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가 선정 ▲특수관계인과 합병 등의 상대 법인과의 이해관계 공시 ▲불공정한 합병가액으로 투자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합병 등을 한 주권상장법인·이사·감사·외부평가기관이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용우 의원은 “계열회사 간 합병은 대주주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이루어질 수 있어 소액주주에서 대주주로의 부의 이전이 발생하게 된다.”면서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방향으로 현행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