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긴 터널에서 벗어나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2분기까지 수주잔고만 해도 3년치 일감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3분기에도 수주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인력난’이 극심해지고 노조리스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9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 세계 수주잔량은 전월 대비86만CGT 증가한 1억470만CGT다. 이 중 한국이 3675만CGT(35%)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인도량 기준 약 3년6개월치 일감이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LNG 수요가 크게 늘면서 최근 LNG 운반선 발주가 이어진 데 따른 결과다.
LNG 운반선은 가격이 가장 높은 고부가가치 선박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선종이다. LNG 운반선은 영하 163도 이하로 냉각된 LNG를 생산기지에서 저장기지로 가스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운반해야 하는데, 이런 기술력은 우리나라가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 받는다. 또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은 2020년 6월 국내 조선 3사와 100척이 넘는 LNG 운반선 건조 슬롯 계약을 체결했는데 최근 국내 발주가 크게 늘고 있다.
이에 조선 3사는 이미 올해 연간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했거나, 목표치 도달을 눈앞에 두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때 ‘수주절벽’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조선업계가 중국과 선두를 달리며 반등에 성공했다"며 "특히 우리 조선업 주력인 LNG 운반선의 수주가 크게 늘어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조선업계가 슈퍼사이클에 진입했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추가 인상과 더불어 인력난, 노조 문제 등 불안 요인도 있다.
특히 가장 극심한 것은 인력난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조선업 종사자수는 업계 호황이던 2014년 20만3441명이었지만, 올해 7월 기준 9만2394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설계 연구 인력은 6645명, 생산 인력은 9만8003명 줄었다. 향후 5년간 국내 건조량을 볼 때 2027년 13만5000명이 필요해 4만3000명이 늘어야 하지만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조선업은 힘들고 위험한 노동 환경으로 인해 최근들어 젊은 신규 인력 유입이 줄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외국인 직원에 의존하고 있지만 코로나 19 여파에 입국이 지연되며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조선업계 인력난이 가중될 조짐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 운반선 수주 호황으로 수년 치 일감을 수주하면서 모처럼의 ‘봄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최근 젊은 세대들이 조선업을 기피하면서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 노동조합이 일제히 파업을 가결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