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열렸지만…"빈부격차 커졌다"

하늘길 열렸지만…"빈부격차 커졌다"

기사승인 2022-11-18 06:00:16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모습.   사진=박효상 기자

# 직장인 홍모(28ㆍ여)씨는 최근 코로나19가 완화 조짐을 보이면서 겨울 휴가를 하와이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항공권을 알아보다 결국 올해도 해외여행을 가지 않기로 했다. 항공권 값이 코로나 이전 대비 2배 가까이 폭등했을 뿐만 아니라 숙박비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홍씨는 “차라리 이 돈으로 국내 호캉스를 가거나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가 내년에 해외여행을 가려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이모(30ㆍ남)씨는 최근 7박 8일로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왔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을 가지 못했는데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흔히 말해 '플렉스'를 한 것이다. 이씨는 "원래 일년에 2~3번 해외 여행을 다녀왔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그러지 못했다"며 "오랜만에 다녀온 여행인 만큼 쇼핑도 마음껏 즐기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왔다"고 말했다.

일상회복으로 해외여행에 대한 제한이 사라지면서 해외 여행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항공권 가격이 폭등하면서 2030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휴포족(휴가 포기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보다 많게는 두 배 이상 비싸진 항공권 가격을 감당하느니 차라리 휴가를 미루거나 집에서 보내는 것이다. 

17일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발권된 항공권 판매액은 107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3% 급증했다. 특히 2019년 10월과 비교해서도 8% 늘었다. 최근들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항공 수요가 가장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고 인터파크 측은 설명했다.
 
특히 국제 항공권 온라인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735%, 2019년 10월과 비교할 때는 19% 늘었다. 동일 기간 국내 온라인 항공권 판매액이 전년 동기보다 37%, 2019년 10월과 비교해 14% 증가한 것보다 더 큰 폭이다.

최근 각국이 코로나 빗장을 풀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회복 조짐을 나타낸 것으로, 특히 동남아 중심의 패키지 여행 인기와 일본 무비자 입국 허용으로 수요가 폭증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1일부터 자유 여행 목적의 무비자 입국을 2년 7개월 만에 허용했고, 대만도 같은달 13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무비자 국가에 대한 입국을 재개했다.

이와 반대로 고물가 여파로 항공권 등 여행 경비가 치솟아 해외여행은 포기하고 비교적 저렴한 국내 여행을 계획하거나 이마저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여행 계획을 포기한 '휴포족'들 사이에서는 휴가가 양극화의 영역이 됐다는 한탄도 나온다.

직장인 신보원(34) 씨는 "항공권을 알아보니 가격이 코로나 이전 대비 2배 이상씩 폭등했으며, 숙박비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다. 게다가 비행기 운항 수가 적어 원하는 날짜에 항공권을 사기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 뿐만 아니라 제주 등 국내 주요 여행지 물가 역시 치솟아 국내 여행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여행 관련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일제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호텔숙박료는 올해 7월(13.5%)과 8월(10.6%) 휴가철을 맞아 큰 폭으로 올랐다가 9월 8.0%로 상승폭이 축소됐지만 지난달 들어 다시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제주 여행을 계획했던 40대 회사원 김모씨는 "아이들까지 4명이다 보니 항공료만 100만원이 넘더라"며 "렌터카 가격도 만만치 않아 올해는 근교로 다녀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 사이에서도 휴가를 다녀온 애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로 나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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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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