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진출을 위해선 반드시 포르투갈전 승리가 필요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일 오전 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포르투갈 축구대표팀과 3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지난 28일 가나와 2차전에서 2대 3으로 패배하면서 승점 획득에 실패했다. 전반에만 2골을 내준 한국은 조규성(전북 현대)이 멀티골을 터트렸지만, 모하메드 쿠두스에 결승골을 헌납하며 아쉽게 패배했다. 한국은 1무 1패(승점 1점)로 조 3위에 위치했다.

각 조 상위 2개국에 주어지는 16강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선 포르투갈을 무조건 잡아야 한다. 여기에 동시에 열리는 우루과이이와 가나의 경기 결과까지 봐야 한다.

포르투갈은 가나, 우루과이를 차례로 꺾으며 조 1위(승점 6점)에 올라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경기 시청을 앞두고 알아두면 좋은 몇 가지 관전 포인트를 준비했다. 

#1. 이번에도 나왔다 ‘경우의 수’

마지막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벤투호다.

우선 우루과이가 가나에 패배하면 한국은 탈락한다. 가나가 승점 6이 되는 반면 한국은 승점 4에 그치기 때문이다.

우루과이와 가나가 비길 경우에는 한국과 가나가 나란히 1승1무1패(승점 4)가 된다. 조별리그 순위는 승점→골득실→다득점 순으로 순위를 가르는데, 2차전이 끝난 시점에서 가나의 골득실은 0, 한국은 -1이다. 한국이 포르투갈을 두 골 차 이상 이기면 조 2위로 16강에 오를 수 있다.

우루과이가 가나를 이길 시 가나가 탈락하고, 한국과 우루과이는 나란히 1승1무1패(승점 4)가 된다. 이 경우에도 골득실을 따져야 한다. 현재 한국이 -1, 우루과이가 -2다. 한국과 우루과이가 같은 골 차이로 승리하면 한국이 16강에 오를 수 있다. 한국이 한 골 차로 이기면 우루과이는 세 골 차로 이겨야 한다.

#2. 벤투 없는 벤투호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전에서 벤치에서 경기를 지휘할 수 없다.

가나와 2차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코너킥을 주지 않고 경기를 종료한 앤서니 테일러 주심에게 거세게 항의하다 퇴장을 당했다. 벤투 감독은 가나전 종료 후 이어진 공식 기자회견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전을 벤치에서 지휘할 수 없고 라커룸에도 들어가지 못한다. 포르투갈전은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가 팀을 이끌 예정이다. 징계로 인해 벤투 감독과 선수단의 즉각적인 소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통신 등 다른 연락 방법도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 출신으로 이번 월드컵을 통해 조국과 대결을 기다렸다. 포르투갈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주요 선수들을 잘 알고 있는 벤투 감독의 부재가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대한축구협회(KFA) 관계자는 “벤투 감독은 경기 당일 팀 버스를 타고 경기장으로 함께 들어오는 것까지만 허용된다”면서 “도착 후 VIP석으로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3. 손흥민과 호날두, 진짜 ‘우리형’을 가리자

이번 대결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선수는 각 국가의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무소속)다. 두 선수는 각 나라의 간판스타이자 공격을 책임지는 에이스다. 두 선수의 A매치 맞대결은 처음이다. 

유사점이 많은 두 선수다. 나란히 주장 완장을 차고 있으며 등 번호도 7번으로 같다. 빠른 스피드와 함께 강력한 슈팅력을 갖춘 스타일도 닮았다.

손흥민은 프로 무대 데뷔 후 "호날두를 우상"이라고 자주 표현하며 닮고 싶은 선수 중 한 명으로 꼽아왔다.

이번 월드컵에서 두 선수의 활약상은 대조된다.

손흥민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소속팀 경기에서 안와 골절상으로 수술을 받아 마스크를 착용하고 조별리그 1, 2차전을 풀타임 소화했다. 하지만 두 경기 모두 골을 넣지 못했다.

반면 호날두는 가나와의 조별리그 1차전(3대 2 승)에서 선제 페널티킥 골을 터트리며 사상 최초로 월드컵 5개 대회 연속 득점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우루과이와 2차전(2대 0 승)에서도 헤딩골을 넣었으나 브루노 페르난데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득점으로 인정하면서 골이 취소되기도 했다.

#4. 수비진의 어깨가 무겁다

호날두를 제외해도 포르투갈 공격진은 막강하다. 포르투갈은 조별리그 2경기에서 총 5골을 넣었는데 호날두를 포함해 선수 4명이 고루 득점포를 기록했다. ‘월드 클래스급’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들이 여럿 있어 한국 수비진의 어깨가 상당히 무겁다.

호날두와 주로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는 하파엘 레앙(AC밀란)은 한국이 신경써야 할 경계 대상이다. 188㎝의 큰 신장에 유연한 드리블과 빠른 발까지 가지고 있다. 지난 시즌 AC 밀란에서 34경기 동안 11골 10도움을 기록하며 세리에A 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가나전에서는 교체 투입 후 3분 만에 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골든 보이’ 주앙 펠릭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역시 한국 수비진이 신경 써야 할 대상이다. 레앙과 동갑인 펠릭스는 뛰어난 드리블을 갖춘 공격형 미드필더로 2선에서 한국 수비진을 위협할 수 있는 대상이다. 펠릭스 역시 가나전에서 월드컵 데뷔골을 터트리기도 했다.

공격수들의 뒤를 든든하게 받치는 브루누 페르난데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현재 폼이 최고점에 도달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2골 2도움을 기록하면서 대회 MVP인 ‘골든볼’ 1순위로 꼽히고 있다. 브루누 페르난데스와 호흡을 맞추는 베르나르두 실바(맨체스터 시티)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다.

다만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한 포르투갈이 벤치 멤버를 대거 기용하는 로테이션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펠릭스, 페르난데스를 비롯해  후벵 네베스(울버햄프턴 원더러스), 후벵 디아스(맨시티), 다닐루 페레이라(파리 생제르맹)까지 5명이 경고를 받았다. 이들이 한국과의 경기에서 경고를 받으면 정작 중요한 16강전에 뛸 수 없어, 경기에 온전히 소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