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예상했을까. 일본이 ‘죽음의 조’에서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지난 4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편성이 끝난 뒤 한국과 일본의 반응이 엇갈렸다.
당시 3포트에 배치된 한국과 일본 중 한 국가는 E조로 배치되는 상황이었다. E조에는 독일과 스페인이 같은 조에 묶이면서 일찌감치 ‘죽음의 조’라고 불렸고, H조는 포르투갈, 우루과이가 뽑히면서 E조에 비해서는 수월하다는 평이 따랐다.
운명의 순간 한국은 환호성을 질렀고, 일본은 한숨을 내쉬었다. E조의 3포트에는 일본의 이름이 적혔기 때문. 일본의 조편성이 발표된 이후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대표팀 감독은 씁쓸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당시 상황을 중계하던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한국이) E조에 안 들어간게 천만다행이고 행운의 여신이 따랐다”고 언급했다.
조편성이 끝나고 많은 전문가들은 일본의 16강 진출이 어려울 거라고 판단했다. 일본 매체 닛칸스포츠는 월드컵 조편성을 마친 뒤 “일본은 죽음의 조라고 표현할 수 있는 어려운 조에 속하게 됐다”라고 평가했다. 닐슨 산하 데이터 분석 업체인 그레이스노트는 지난달대회 개막전 32개국의 16강 진출 확률을 예측했는데, 일본의 확률을 39%로 예측했다.
하지만 모두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마주했다.
일본은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독일을 상대로 2대 1 역전승을 거두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코스타리카와 2차전에서는 0대 1로 패배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스페인까지 2대 1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독일전을 다시 보는 듯 했다. 일본은 전반전을 0대 1로 끌려갔다. 점유율도 스페인이 80% 가까이 가져가면서 일방적으로 얻어맞았다. 하지만 후반전에 일본은 2골을 넣으며 역전승에 성공했다.
2번째 골을 넣을 때는 행운까지 따랐다.
1대 1로 맞선 후반 8분 도안이 올린 크로스가 길어 골라인을 벗어나는 듯 했는데, 이를 미토마 카오루가 살려내고 다나카가 밀어넣었다. 스페인 선수들은 득점하기 전 상황에서 공이 골라인을 먼저 벗어났다고 주장했고, 주심 역시 처음에는 아웃으로 판단했다. 일본 선수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VAR)이 진행된 이후 판정이 번복됐다. 공이 라인을 완전히 넘어가지 않았다고 판독되면서 일본의 골이 인정됐다.
결국 일본은 2승 1패(승점 6점)으로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유럽 강국들과 한 조에 배치돼 16강 진출도 낙담할 수 없던 일본이 가장 높은 자리에 위치했다. 일본은 2018 러시아 대회에 이어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두 대회 연속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 전까지 조 1위였던 스페인은 1승 1무 1패(승점 4점)으로 조 2위로 간신히 16강 무대를 밟았다. 독일은 코스타리카를 4대 2로 꺾고 스페인과 승점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에 밀려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독일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이후 2개 대회 연속 탈락의 수모를 맞이했다.
일본 현지는 축제의 분위기다.
일본 산케이 스포츠는 “일본이 스페인에 역전승을 거두고 자력으로 16강 토너먼트에 올랐다”며 “엄청난 성과다. 일본 열도가 환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커 다이제스트도 “일본이 독일을 제압한 데 이어 다시 도하의 기적을 썼다. 당당히 조 1위로 16강에 올랐고, 일본 전체가 난리가 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