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고집이라고 불리던 벤투 감독의 철학이 끝내 빛을 봤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포르투갈과 맞대결에서 전반 27분 김영권 동점골과 후반 46분 황희찬의 결승골에 힘입어 2대 1로 승리했다.
같은 시간 우루과이가 가나를 2대 0으로 꺾으면서 한국과 우루과이는 승점(4점) 골득실(0)으로 동률을 이뤘지만, 3경기에서 4골을 넣은 한국이 다득점에서 2골을 넣은 우루과이에 앞서 조 2위를 확보해 16강에 진출했다.
한국이 월드컵 무대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한 것은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이다. 한국은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 모두 조기 탈락하며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이 끝난 뒤 한국은 신임 감독 찾기에 나섰다. 여러 후보군 중 파울루 벤투 감독이 한국의 지휘봉을 잡았다.
벤투 감독은 부임 후 대표팀이 가져갈 팀컬러로 후방부터 공을 잡고 경기 주도권을 잡는 프로 액티브 풋볼, 일명 ‘빌드업 축구’를 이식하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그동안 늘 수동적이고, 강팀을 상대로 수비 지향적인 축구를 해왔던 한국 입장에서는 ‘불가능한 스타일’이란 지적이 따랐다.
벤투 감독 부임 직후 한국 대표팀은 평가전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도 했지만,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카타르와 8강에서 탈락하면서 벤투 감독을 향한 비판 여론이 생겨났다. 두 차례의 한일전에서 패배하고는 경질설이 대두되기도 했다.
이어진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도 시원시원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벤투 감독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주요 전술이 막힐 때 대체할 다른 전술이 없다는 지적과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지적도 따랐다. 언론에서는 ‘벤투 감독이 고집을 버리고 한국에서 맞는 축구 전술을 짜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선수들에게 일관된 전술과 철학을 주문하며 뚝심 있게 나아갔다.
그 결과 벤투호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부임 초반 의심을 가지던 선수들도 점점 벤투 감독에 대한 믿음이 커졌다.
그리고 월드컵에서 벤투 감독의 철학은 꽃을 피었다. 당초 한국보다 객관적 전력에서 우위라고 점쳐진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을 상대로 벤투호는 물러나지 않고 자신들이 해왔던 축구를 했고, 16강이라는 업적을 세웠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