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가 끝까지 보여준 투지는 한국 축구팬들에 감동을 안겼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브라질과 16강전을 1대 4로 패배했다. 전반에만 4골을 내줬지만, 백승호의 중거리 슈팅으로 득점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벤투호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 H조에서 1승 1무 1패(승점 4점)를 거두고 포르투갈(2승 1패)에 이은 조 2위로 12년 만의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이 월드컵 16강에 오른 것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이후 12년 만이자 4강 신화를 쓴 2002년 한일 대회를 포함해 통산 세 번째였다.
벤투호는 기세를 몰아 카타르에서 원정 대회 사상 첫 8강 진출을 노렸다. 그러나 월드컵 최다 우승국(5회)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1위(한국 28위) 브라질의 벽은 너무 높았다.
하지만 브라질의 공격은 너무 강했다.
전반 7분 만에 측면 돌파를 허용하며 비니시우스에게 선제골을 내준 벤투호는 6분 뒤 네이마르(파리생제르맹)의 페널티킥 득점까지 허용해 0대 2로 끌려갔다. 전반 39분 히샬리송(토트넘), 전반 36분 루카스 파케타(웨스트햄 유나이티드)에게 추가골을 내주면서 전반전을 0대 4로 마쳤다.
한국은 후반에도 라인을 올려 득점을 내기 위해 총공세를 펼쳤으나 상대 골키퍼 알리송의 선방에 잇따라 막혔다. 후반 교체로 들어간 백승호(전북 현대)가 후반 31분 호쾌한 왼발슛으로 브라질 골망을 흔들며 영패를 면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비록 패배로 끝났지만, 태극 전사들이 보여준 투혼에는 아낌없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주축 선수 대다수가 부상을 안고 뛰었다.
주장 손흥민은 지난달 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마르세유와 맞대결에서 상대 선수에 얼굴을 가격당해 안와골절 부상을 입었다. 안와골절 부상을 입으면 보통 2~3개월 가량 회복이 필요해 손흥민의 월드컵 출전 가능성은 희박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월드컵 출전을 감행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앞만 보고 뛰겠다”고 의지를 표출했고,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려 카타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4경기를 치르는 동안 풀타임을 소화했다. 마스크를 쓴 탓에 제 기량을 뽐내지는 못했지만, 지난 3일 포르투갈전에서 한국을 16강으로 견인하는 귀중한 어시스트를 올리기도 했다.
황희찬(울버햄튼) 역시 부상으로 제 때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햄스트링 통증을 안고 대표팀에 합류한 그는 3차전 포르투갈전에서야 경기를 뛸 수 있었다. 당시 후반 교체 출전한 그는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역전골을 터트리며 한국의 16강을 견인했다.
‘수비의 핵’ 김민재도 부상으로 포르투갈전은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1차전 우루과이와 맞대결에서 상대 선수를 쫓아가다 종아리 근육에 이상이 생겼다. 그럼에도 2차전 가나와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당시 선수들을 끝까지 쫓아가다 지친 기색을 몇 차례 노출하기도 했지만, 끝까지 뛰는 투혼을 발휘했다. 이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브라질을 상대로 선발 출전했다.
이외에도 김진수(전북 현대), 김영권(울산 현대) 등 주축 선수 일부도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월드컵 출전을 감행해 자신의 역할을 소화했다.
이날 경기를 광화문 거리 응원에 나선 이찬형(34)씨는 “처음으로 겨울에 개최한 월드컵인 만큼, 어느 때 보다 힘들었을텐데 너무나 열심히 뛰어줘 감동을 받았다”라면서 “태극전사들이 있기에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