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으로 돌아가서 스스로에게 월드컵 전 경기를 뛸 수 있겠냐고 물어보면 ‘못 뛴다’고 할 것 같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 오후 4시4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중동 클럽 소속인 김승규(알 샤밥), 정우영(알 사드)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은 귀국하지 않고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12년 만에 16강에 진출했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우루과이와 0대 0으로 비긴 한국은 가나와 2차전에서 2대 3으로 패배했지만,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극적인 2대 1 승리로 16강 무대에 올랐다.
16강전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1대 4로 패배하며 여정을 마쳤지만, 강팀들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은 선수단 대표로 기자회견에 참석해 “가나와 2차전에서 다소 불공정한 판단에 졌지만,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포르투갈을 이긴 것이 정말 자랑스러웠다”라면서 “16강에서 브라질을 만난 자체가 우리가 자초한 부분이지만 불운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 경험을 토대로 한국 축구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이번 월드컵을 돌아봤다.
이어 “준비 과정에서 외부의 우려도 있었지만 선수들은 많이 안 흔들리려고 했다. 저희가 기둥을 잘 잡고 있어야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며 “우리가 4년 동안 틀림없이 똑같은 방향으로 준비했기 때문에 이런 성과(16강 진출)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려운 걸 이겨내는 끈기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지난달 초 소속팀에서 ‘2022~202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올림피크 리옹과 조별리그 경기를 치르던 도중 상대 선수에 얼굴을 가격당해 안와골절 부상을 입었다.
안와골절 부상에 회복까지 2~3개월이 걸려 월드컵 출전이 어렵다는 전망이 따랐지만, 그는 붓기가 다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수술을 감행하며 월드컵 출전 의지를 밝혔다. 이후 그는 특수 제작한 안면 마스크를 쓰고 월드컵 무대를 누볐다.
손흥민은 부상에 대해 “사실 한 달 전으로 돌아가서 스스로에게 월드컵 전 경기를 뛸 수 있겠냐고 물어보면 ‘못 뛴다’고 할 것 같다. 그래도 다 소화한 것에 대해 감사하다”라며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신 덕분에 잘 회복하고 있다. 최대한 몸 상태를 잘 유지해서 소속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막내 오현규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오현규는 손흥민의 안와골절 부상 회복이 더딜 경우를 대비해 대표팀과 함께 카타르로 향했다. 그러나 손흥민의 부상이 빠르게 호전되면서 오현규는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오현규는 비록 정식 월드컵 멤버는 아니었지만 대회 기간 내내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팀의 선전에 일조했다.
손흥민은 “어떻게 보면 (오)현규는 나 때문에 와서 희생한 선수인데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준 것에게 대해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감사를 전했다.
16강전이 끝나고 팀 동료인 히샬리송에게 어떤 얘기를 했냐는 질문에 손흥민은 “경기가 끝나면 적에서 다시 친구로 돌아온다. 팀 동료들이 월드컵에서 많이 뛰고 있고 좋은 활약을 하고 있는 선수가 많다”면서 “우승은 우리 팀에 있는 선수 중의 한 명이 했으면 좋겠다. 선수들한테 응원한다고 얘기했고 다치지 말고 월드컵 잘 마무리하라고 얘기했다”고 답했다.
영종도=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