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에서 큰고니 무리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
- 산책과 겨울 철새 탐조 한 장소에서
석양 빛 윤슬의 반짝임을 따라 물의 정원은 겨울 철새들의 낙원이 되었다. 고방오리, 청둥오리, 물닭, 민물가마우지, 왜가리, 백로와 겨울 진객 큰고니의 우아한 날개 짓과 울음소리는 한 겨울 자연의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한 겨울 마지막 태양이 호수의 물결에 부딪혀 보석처럼 빛나는 동안 고방오리와 청둥오리의 자맥질이 분주하다. 물가에 무리 지어 놀던 물닭들은 뭍으로 올라와 분주히 꽃밭을 오가며 낱알과 꽃씨를 찾아 쪼아 먹는다. 오후 내내 물가 모래둔덕에서 깃털만 말리는 것 같던 ‘물고기 전문 사냥꾼’ 민물가마우지는 어느 새 물속에서 큰 물고기를 입에 물고 나온다. 물새들의 여유로운 유영과 윤슬의 조화로 한폭의 동양화가 그려지는 동안 어느 새 저녁 해는 잔 구름과 호수를 붉고 노랗게 물들이며 겨울 풍경을 완성한다.
점점 더 선명해지는 노을빛을 받으며 고니 가족들이 차례로 물 위에 내려앉는다. 수상스키 타듯 두발을 앞으로 쭉 밀며 멋진 착륙 모습을 보이더니 이내 긴 목을 하늘로 곧추 세우고 목청을 높인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큰고니 가족에 이어 고방오리와 청둥오리 가족도 무리지어 호수에 내려 앉는다.
“곤곤” 혹은 “곡곡”운다하여 이름 붙여진 고니의 일본식 이름은 백조(白鳥)다. 큰고니는 하루의 대부분을 물에서 보낸다. 물 위에서 쉬거나 물속에 머리를 박고 바닥에 있는 수초를 주로 뜯어먹는다. 육지 식물의 열매나 작은 물벌레도 섭취한다. 큰 고니는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된 보호종이다.
큰고니는 중국과 몽골, 멀리는 시베리아를 떠나 짧게는 3,000km에서 길게는 8,000km에 이르는 대장정을 마치고 이곳 물의 정원을 비롯한 팔당댐 주변에서 월동한다. 북한강과 남한강으로 유입되는 소하천 등지에서 먹이 활동을 마친 고니 가족들이 저녁노을 질 무렵 잠자리인 물의 정원으로 날아든다. 고니는 어미새 아비새와 보통 3~4마리의 유조로 이루어진 가족 단위로 활동한다. 물의 정원을 잠자리 겸 휴식처로 삼은 고니 가족은 70~80여 마리에 이른다.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물의 정원은 2012년 한강 살리기 사업으로 조성한 484,188㎡의 광대한 면적의 수변생태공원이다. 인간이 자연과 소통하며 물을 잘 사용하고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치유하는 자연친화적 공간이다. 겨울이 깊어가며 팔당댐 호수가 얼음판으로 변하자 고니 등 겨울 철새들의 먹이터가 줄어들었다. 물의 정원 호수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결빙되었다. 이곳 역시 얼음으로 뒤덮이면 고니와 철새들은 물의 정원을 떠날 것이다. 다행히 최근 겨울 같지 않은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수도권에서 겨울 진객을 가장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명소로 남을 것 같다.
서울 성북구에서 아내와 함께 겨울 나들이에 나선 나보현(65) 씨는 “아내와 손잡고 산책로를 걷다가 커다란 새의 울음소리가 들려 수변으로 다가왔더니 백조의 호수가 펼쳐졌다”면서 “서울에서 불과 1시간 거리에 이렇게 아름다운 생태공원이 있는 줄 몰랐다. 다음에는 집에 있는 쌍안경을 가지고 와서 좀 더 자세히 살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남양주=글·사진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