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을 맞은 K리그가 돌아온다.
‘하나원큐 K리그 프로축구 2023’이 오는 25일 오후 2시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리는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맞대결을 시작으로 8개월 대장정에 들어간다.
1983년 5월 ‘수퍼리그’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프로축구는 ‘축구대제전’ ‘K-리그’ 등을 거쳐 지금의 K리그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5팀으로 시작한 프로축구는 어느덧 25팀(K리그1 12팀, K리그2 13팀)까지 늘어났다. 규모가 5배 이상 늘어나는 등 엄청난 발전을 이뤄낸 K리그다.
40주년을 맞은 K리그는 올 시즌에도 발전을 위해 많은 변화를 시도한다. 개막을 앞두고 올 시즌 K리그의 변경점을 비롯해 리그 판도 등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K리그, 이젠 OTT에서 보자
2023시즌 K리그는 7개의 방송사에서 생중계된다. K리그1은 스카이스포츠·JTBC 골프&스포츠·IB스포츠가 맡는다. K리그2는 기존의 생활체육TV·BALL TV·스카이스포츠·IB스포츠·GOLF & PBA 채널에 채널A 플러스가 가세했다.
눈에 띄는 건 디지털 플랫폼이다. 쿠팡 플레이는 올 시즌 K리그1,2 전 경기를 디지털 독점 생중계한다. 국내 프로스포츠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 중계되는 건 K리그가 최초다.
쿠팡플레이는 K리그1 주요 경기를 ‘쿠플픽’ 매치로 지정, 박진감 넘치는 영상과 다채로운 재미를 팬들에게 선사한다. 쿠플픽은 TV 중계와 별개로 쿠팡플레이가 직접 제작하고 송출하는 경기다. 최대 17대의 카메라를 다양한 앵글로 설치, 생동감 넘치는 중계 화면을 제공한다.
또 경기 전에는 ‘프리뷰 쇼’를 방영해 경기에 대한 흥미를 돋우고, 2022시즌 K리그 오리지널 시리즈 ‘THE K’를 비롯하여 구단의 다큐멘터리를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외국인 선수, 최대 6명 보유 가능해졌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올해 챔피언스리그(ACL)부터 외국인 선수 쿼터를 기존 ‘3+1’에서 ‘5+1(국적 무관 외국인 5명+AFC 가맹국 국적 선수 1명)’로 확대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이에 맞춰 올 시즌부터 ‘국적 무관 5명+AFC 가맹국 국적 1명’으로 외국인 선수 쿼터를 변경했다. 외국인 선수를 최대 6명까지 보유가 가능한 셈이다.
한 경기 출전 선수 명단(18명)에 외국인 선수를 모두 포함할 수는 있으나 경기 중 동시 출장은 ‘국적 무관 3명+AFC 가맹국 국적 1명’까지만 할 수 있다.
개막을 앞두고 외국인 쿼터를 모두 활용한 팀은 대구FC가 유일하다. 간판스타 세징야를 필두로 국적 무관 외국인 5명을 모두 브라질 선수로 채웠다. 아시아 쿼터로는 지난해에 이어 일본 선수 케이타가 뛴다. 다만 미드필더 페냐는 십자인대 부상 탓에 시즌 초반에는 경기에 나서지 못할 전망이다.
대구 외의 팀들은 대체로 ‘3+1’이나 ‘4+1’을 갖췄다. 울산 현대와 수원FC, FC서울, 광주FC가 ‘4+1’,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 인천 유나이티드, 강원FC, 대전하나시티즌은 ‘3+1’이다. 수원 삼성과 제주 유나이티드는 현재까진 아시아 쿼터 없이 각각 4명과 3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했다.
등록 한도가 늘어나면서 주장, 부주장 등의 직책을 맡는 외국인 선수도 생겨났다.
대구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세징야가 주장을 역임하며, 서울의 일류첸코는 합류 반 시즌 만에 주장을 맡게 됐다. K리그1(1부리그)에 승격한 광주FC는 지난해 승격에 일조한 외국인 공격수 산드로를 부주장으로 선임했다.
한편 K리그2(2부리그)에선 기존 '국적 무관 3명+AFC 가맹국 국적 1명+동남아시아 국적 1명'의 외국인 제도가 유지된다.
천안시티·충북청주…K리그2에 함께하는 새 식구들
지난해 김포FC가 K리그2에 참가한 데 이어 올 시즌에는 천안시티FC와 충북청주FC가 K리그2에 합류했다. 총 13개 구단이 경쟁하며 총 3번씩 맞붙어 총 36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천안시티는 2008년 창단해 2021년 K3리그 정규시즌 우승,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전국체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천안시티는 프로 경력이 없는 박남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인천에서 활약했던 수비수 김창수가 플레잉코치를 맡는다.
충북청주FC의 모태는 2002년 창단된 청주 솔베이지 축구단이다. 아마추어 축구단 솔베이지는 2009년에 청주 직지FC로 이름을 변경하며 K3리그에 참가했다. 2014년에 충북청주FC, 2015년에 청주FC로 이름을 변경했다가 2016년에 청주시티FC와 통합하며 충북청주FC로 정착했다.
충북청주는 K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최윤겸 감독을 선임했다. 또 K리그에서 활약했던 류원우, 장혁진 등을 영입했다. 말레이시아 국가대표팀 라즈 등을 영입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최하위권으로 평가받는 두 팀의 올 시즌 목표는 플레이오프 진출이다. 박 감독은 지난 22일 미디어데이에서 “열정을 가지고 K리그2에 입성했다. 좋은 축구를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신생팀으로서 돌풍을 일으켜 플레이오프 진출하겠다”고 약속했고, 최 감독 역시 “신생팀으로서 정열과 패기를 보여주겠다”라면서 “홈 경기 평균 관중 5000명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올해도 화끈했던 이적 시장, 아마노 이적 사가부터 황의조의 귀환까지
올 시즌에도 프로축구 이적 시장은 화끈했다.
특히 사제(師弟)간의 설전은 이번 이적 시장의 키워드였다.
아마노 존은 지난해 임대생 신분으로 울산 현대에서 30경기를 뛰며 9골 1도움을 기록, 울산의 17년 만의 우승에 큰 공을 세웠다. 울산 측은 2023년에도 아마노와 함께 갈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아마노는 울산 잔류가 아닌 전북행을 택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울산과 계약 연장이 불발되자, 원소속팀 요코하마에서 전북으로 다시 임대 이적했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아마노를 두고 지난달에 “지금까지 만나본 일본 선수들 중 최악의 선수”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아마노는 홍 감독의 대답에 “작년 여름부터 울산 측에 남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홍명보 감독님, 일본인 코치님도 커뮤니케이션을 했는데, 구단 측에선 진심으로 생각하고 그런 자리를 만들어준 적이 없었다”고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홍 감독은 최근 미디어데이에서 “더 이상 할 말은 없다”고 상황을 정리했다.
제주에서 수원 FC로 이적한 윤빛가람과 남기일 제주 감독 사이에도 불편한 기류가 흐른다. 윤빛가람은 지난 시즌 3년 만에 제주로 복귀했으나 기회를 얻지 못해 15경기 출전에 그쳤다. 윤빛가람이 2010년 프로 데뷔 이후 한 시즌 동안 20경기 이하로 출전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남 감독은 이달초 미디어캠프 행사에서 “많이 경기에 내보내지 못해 개인적으로 미안하다”며 “서로 생각이 일치하지 않았던 건 앞으로 반복하고 싶지 않은 소통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윤빛가람은 “아쉬운 생각이 든다. 훈련을 안 한다고 뛰쳐나간 게 아니라 훈련을 시켜주지 않아 못한 것”이라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천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신진호와 김기동 포항 감독도 다소 껄끄러운 사이가 됐다. 지난해 포항에서 맹활약해 시즌 최우수선수(MVP) 유력 후보로도 거론됐던 미드필더 신진호는 구단과 계약 조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인천으로 새 둥지를 틀게 됐다.
신진호는 최근 K리그 동계 전지훈련 미디어 캠프 기자회견에서 “김기동 감독님께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으셨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에 김 감독은 “당시 관계자와 이야기 중이어서 전화를 받지 못했다”라면서 “내 입장에서는 ‘가서 잘 하라’고 격려를 해 줄 수도 없고, 또 그렇다고 ‘서운하다’고 말을 하기도 그랬다. 내가 딱히 해 줄 말이 없었다”고 입장을 표했다.
공교롭게도 울산과 전북, 제주와 수원FC는 리그 개막전에서 격돌한다. 첫 경기부터 설전을 벌인 스승과 제자과 맞붙는 진풍경을 볼 수 있게 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K리그에 합류한 해외파 선수도 눈에 띈다.
그리스 무대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둔 황의조는 국내 무대 리턴을 택했다. 올 시즌 올림피아코스(그리스)로 이적한 황의조는 총 12경기에서 득점 없이 도움 1개를 올리는데 그쳤다.
이적을 추진하던 황의조는 올 시즌 잔여 경기를 유럽에서 소화할 수도 없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르면 선수는 한 시즌에 최대 두 팀에서만 공식 경기에 나설 수 있다. 황의조는 올림피아코스로 이적하기 전 보르도 소속으로 2경기를 치렀다. 이로 인해 유럽 내에서 새 팀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소속팀에서 기회를 잡지 못한 황의조는 미국 무대와 국내 복귀를 두고 고민했고, 서울행을 결정했다. 황의조는 임대생 신분으로 6개월 동안 서울에서 뛴다.
전북에 합류한 이동준은 명예 회복에 나선다. 이동준은 2017년 부산 아이파크에서 프로로 데뷔, 부산(2017~2020)과 울산(2021년) 소속으로 K리그 총 135경기에 나서 35골 16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2019시즌에는 K리그2(2부리그) MVP와 베스트11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고, 2021시즌에는 울산에서 K리그1 베스트11으로 뽑혔다.
지난해 1월에는 독일 분데스리가 헤르타 베를린으로 이적해 유럽 무대를 밟았지만, 계속된 부상으로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결국 독일 무대에서 4경기를 뛰는데 그치면서 친정팀 울산의 라이벌인 전북으로 이적했다.
전북·울산의 양강 구도…다크호스는 인천·서울
지난 시즌 길었던 전북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2019년부터 3년 연속 준우승에 그친 울산은 지난 시즌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17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5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전북은 준우승에 그쳤다.
울산과 전북은 올해도 왕좌를 두고 격돌한다. 이적 시장부터 어마무시한 금액을 쏟아부어 전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울산은 K리그1 득점왕 출신 주민규를 제주에서 데려오는 대형 이적을 성사시켰다. 주민규는 2021시즌 22골을 넣어 한국 선수로는 5년 만에 득점왕에 올랐다. 지난 시즌 우승 주역이자 최우수선수(MVP)인 이청용 등 주축 선수들을 지켜냈다. 스웨덴 미드필더 다리얀 보야니치, 공격수 구스타브 루빅손 등을 영입하는 등 전력 보강도 착실하게 해냈다.
준우승에 그친 전북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던 이동준과 ACL 우승 경험을 가진 브라질 공격수 하파엘, 골키퍼 정민기 등 전 포지션을 강화하며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약점으로 평가받던 중앙 수비수 자리에도 대구 출신 정태욱을 데려왔다.
나머지 구단은 현대가 독주를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각오다. 신진호와 제르소 등 검증된 공격수로 무장한 인천 유나이티드는 다크호스로 꼽혔다.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많은 이들이 인천을 ‘현대가’를 위협할 1순위 후보로 꼽았다. 이외에도 김기동 감독이 이끄는 포항, 황의조가 가세한 서울, 이승우가 버티는 공격진에 창의적인 미드필더 윤빛가람이 더해진 수원FC 등도 왕좌를 노리고 있다.
K리그2는 1강 10중 2약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시즌 11위로 K리그2로 강등된 김천은 1년 만에 재승격하겠다는 각오다. 이영재, 권창훈, 김지현, 박민규, 윤종규, 원두재, 조영욱, 김진규 등 국가대표급 라인업을 갖췄다. 신생팀 천안시티와 충북청주는 2약으로 분류되며, 나머지 구단들은 전력 차가 크지 않아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