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함만 가득했던 기자회견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신임 감독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알 수 없었다.
마이클 밀러 대한축구협회(KFA) 전력강화위원장은 28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클린스만 감독을 새 지도자로 선임하게 된 배경 등을 밝혔다.
KFA는 지난 27일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새 사령탑에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했다고 전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계약 기간은 올해 3월부터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본선까지 약 3년 5개월이다. 연봉은 양측 합의에 따라 밝히지 않기로 했다. 다음주 중으로 입국해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시작한다.
이날 기자회견은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 과정 및 이유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하지만 뮐러 위원장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아 취재진과 축구팬들의 답답함을 샀다.
단편적으로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 과정을 알려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뮐러 위원장은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을 좋아하고, 과거 한국을 방문해 한국에 대한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에 취재진이 질문이 잘못 전달된 것 같다며 답변 수정을 요구했지만 자세한 답변을 전혀 들을 수 없었다. 언제 후보를 몇 명으로 좁혔는지 등에 관한 대략적인 절차만을 반복해 이야기했다.
뮐러 위원장은 5명의 최종 후보군의 감독 중 클린스만을 1순위라고 언급했지만, 이 이유 역시 들을 수 없었다.
이후에도 질문의 본질과 엇나가는 답변이 나올 때 취재진에서 다시 질문을 하는 상황이 여러번 발생했지만, 통역사는 “질문을 전달드렸지만 같은 말씀만 한다”고 답했다. 동문서답식 기자회견이 한 시간 넘게 이어지다보니 현장에서는 답답함이 역력했다. 중계를 지켜보던 축구팬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우려도 떨치지 못했다.
선수 시절 ‘금발의 폭격기’라 불리며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린 클린스만 감독은 감독 시절 전술 부재, 일선 지도 회피 등 숱한 논란을 빚었다. 2019년 독일 분데스리가의 헤르타 베를린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3년 넘게 감독직을 맡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의 전문성, 전술적인 역량 등에선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뮐러 위원장은 “축구는 전술만이 답은 아니다. 어떻게 선수 개개인을 살리고, 스타플레이어를 관리하느냐도 문제다. 여러 요소를 통해 팀워크를 이뤄야 하기 때문에 전술적인 부분만이 해답은 아니다”는 답변을 수차례 강조하며 문제점에 대한 즉각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외에도 ‘강화위원회와 원활한 소통이 되지 않았다’는 지적에도 뮐러 위원장은 “절차에 걸쳐 그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다”는 알려진 사실과는 상반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4년 전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했던 김판곤 전력강화위원장(현 말레이시아 감독)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벤투 감독은 한국 감독을 맡기 전 연달아 실패를 맛봤다. 이후 한국 감독직을 맡게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이들의 의문을 샀다.
이에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벤투 감독의 축구 철학과 전문성, 그가 충족한 선임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우려를 불식시킨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클린스만에 대한 불신만 더욱 커졌다. 다음주 중 클린스만 감독이 입국한다. 클린스만 감독을 만나는 자리가 생겨야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듯 하다.
신문로=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