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감독 맡는 클린스만 “공격 축구 지향…월드컵 4강 목표로”

한국 감독 맡는 클린스만 “공격 축구 지향…월드컵 4강 목표로”

9일 파주 NFC에서 취임 기자회견 가진 클린스만 감독
“아시안컵 우승, 월드컵 4강 도전”

기사승인 2023-03-09 15:37:40
한국 감독을 맡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머플러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원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9일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국가대표축구트레이닝센터(NFC)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취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달 27일 파울루 벤투 감독의 후임자로 선임됐다. 클린스만 감독의 계약 기간은 3년 5개월로, 2026년 북중미 월드컵까지다. 

클린스만 감독은 “환영해 주셔서 감사하다. 어제도 오전 5시 한국에 입국했는데, 많은 분들이 반겨주셔서 감사하다. 감독직을 맡게 돼 기대된다. 협회와 함께 성공적으로 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확실한 목표를 갖고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직 감독을 맡게 된 배경에 대해 “대한축구협회(KFA) 정몽규 회장과는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 2017년 내 아들이 한국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 출전했을 때 부터 알았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기술위원회(TSG) 멤버로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라면서 “TSG 멤버였던 차두리와 함께 한국의 경기를 보면서 한국 대표팀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월드컵 이후 KFA와 다시 접촉을 했다. 인터뷰를 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절차를 거치면서 같이 일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축구에 대해 “(한국과) 월드컵에서 맞붙기도 했고, 한국에서 열린 올림픽에도 참가했다. 감독으로서, TV 등을 통해 한국 축구와 관련해 많은 경험을 했다. 각 국가마다 특성이 있다. 이 특성이 팀의 플레이, 사람들의 성향에도 녹아든다. 한국 대표팀의 역사는 놀랍다. 성공할 때도 있었고 실패할 때도 있었지만, 상당한 경쟁력을 봤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들은 항상 배고픈 모습을 보여줬던 것 같다. 보완점에 대해서는 카타르 월드컵 때 믿음, 자신감을 통해 한 발짝 더 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런 면에서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조별예선 그 이상으로 갈 수 있는 믿음을 심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9일 파주 NFC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 참석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사진=임형택 기자

클린스만 감독은 공격 축구를 지향한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공격수 출신인지라 공격을 선호한다. 1대 0 보다는 4대 3 승리를 더 원한다. 다만 감독은 선수에게 맞춰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 선수들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 지 지켜볼 예정이다. 팀이 이길 수 있는 방식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40년 넘게 경력을 쌓았기 때문에 어린 선수를 볼 때 10분이면 어떤 선수인지 파악할 수 있다. 20세 이하(U-20) 선수던, 성인 대표팀 선수든 기술적인 능력은 기본”이라면서 “(선수의) 특성을 더 지켜보게 된다. 행동이 어떤지, 팀에 어떻게 적응할 수 있는지도 살펴본다. 선수보다 중요한 건 팀이기 때문에 그런 요소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전임 감독인 파울루 벤투가 지향하던 ‘빌드업 축구’도 계승할 가능성을 남겨뒀다. 클린스만 감독은 “외부에서 지켜봤을 때 벤투 감독은 대단한 일을 해냈다. 긍정적인 면을 많이 구축했다.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눠볼 것”이라면서 “지속성을 갖고 이전 스타일을 이어나가는 건 중요하다”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로는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지만, 감독으로는 다소 아쉽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을 지휘할 당시 코칭스태프에 선수 점검이나 대표팀 스케줄 조정을 상당 부분 맡기고 미국에서 보고받는 형식을 통해 일을 처리해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전술적인 부분을 당시 수석코치였던 요아힘 뢰프 전 독일 감독에게 일임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미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는 일부 선수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북중미예선에서는 졸전 끝에 월드컵 진출에 실패하자 곧장 경질됐다.

클럽팀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08년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에 부임했지만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다. 2019년에는 독일 헤르타 베를린의 감독직을 맡았지만 10주 만에 SNS를 통해 사퇴를 밝히면서 책임 논란까지 불거졌다.

그는 “헤르타 베를린에서 감독 생활을 3달 정도 했다. 코로나19 시기 공부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경영학 석사 공부도 했고,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TSG로도 여러 대회에서 활동했다. BBC, ESPN 등에서도 일했다. 감독을 하지 않은 시기에도 축구 쪽에서 일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헤르타 베를린 시절을 돌아보며 “인생은 매일이 배움의 과정이다. 언급해주신 헤르타 시절 일은 나도 실수라고 생각한다.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모두 경험이다. 항상 옳은 결정을 할 수 없다. 실수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라면서 “감독은 결과로 평가받는 자리다. 안 좋은 결과를 이어가면 자리를 유지하기 힘들다. 올바른 방법으로 부정적인 여론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뷰하는 클린스만 감독.   사진=임형택 기자

클린스만 감독은 1차적인 목표로 아시안컵 우승을 겨냥했다.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1960년 이후 63년 동안 우승을 하지 못했다. 60년 가까이 준우승만 4차례 경험했다. 가장 마지막 대회인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에서는 카타르에 막혀 8강에서 탈락한 바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까지 10개월 남았다. 빨리 배워야 한다. 내가 한국의 철학에 적응해야 하기도 하고, 내 철학을 적용시켜야 하기도 하다.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빠르게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목표를 잡는 건 중요하다. 팀 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선수단이 같은 목표를 공유할 수 있도록 남은 열달 동안 노력할 것이다. 스포츠에서 우승은 중요하다. 단기적인 목표로 앞서 아시안컵 우승을 이야기했다. 이후에는 월드컵 예선 통과 후에 목표를 잡을 것이다. 2002년 한국이 4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뤘다. 목표를 높게 잡고,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월드컵 4강을 중장기적인 목표로 잡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오는 24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리는 콜롬비아와 평가전에서 한국 감독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다. 그는 “3월에는 콜롬비아, 우루과이와의 중요한 경기들이 있다. 이번 소집 명단 같은 경우 카타르 월드컵 명단 위주로 구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파주=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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