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들이 불법 프로그램을 악용하는 이용자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불법 프로그램 원천 차단은 기술적으로 로 불가능에 가까운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확산 예방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법 프로그램이란 게임 내 실력을 비정상적으로 높여주는 ‘핵’과 이용자의 역할을 대신 수행해주는 ‘오토 프로그램’ 등을 지칭한다. 자신의 시간이나 재화를 들여 게임을 즐기는 일반 이용자들에게 불공정을 야기, 잠정적으로는 게임에서 이탈하게 만드는 암적인 존재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지난 2019년 공개한 ‘불법 프로그램 피해 실태 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1월에서 10월까지 불법 프로그램에 의한 국내 게임사들의 직접 피해액은 1조 1921억원, 게임 핵 방지를 위한 비용 증가 등에 따른 피해액은 약 1조 2402억원 등 총 2조 4323억원으로 집계됐다. 당시 국내 게임업계의 연 매출은 12조원 규모였는데, 이중 20% 가량이 불법 프로그램으로 인해 증발한 셈이다.
크래프톤의 대표작 ‘배틀그라운드’는 2017년 발매 이후 현재까지 불법 프로그램에 시달리고 있다. 2021년 설을 맞이해 인터넷 방송인들을 대상으로 주최한 ‘파트너 리그 한중전’에서 중국 선수들이 핵을 사용했다는 논란이 제기됐을 정도로 불법 프로그램이 만연하다.
배틀그라운드의 가장 대표적인 핵은 사격 정확도를 높여주는 ‘에임핵’과 이동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여주는 ‘스피드핵’, 총알이 벽을 통과하는 ‘지형 통과’ 등이다. 클릭 몇 번으로 상대와의 실력 격차를 쉽게 메울 수 있어 게임의 재미를 크게 해친다. 한 포털 사이트의 배틀그라운드 카페에는 핵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이용자의 게시글이 매일같이 올라온다.
최근에는 넥슨의 인기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 카카오게임즈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오딘: 발할라라이징(오딘)’ 등이 게임 내 확산한 불법 프로그램으로 홍역을 치렀다.
문제는 이러한 불법 프로그램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체적으로 핵 방지 프로그램을 개발해도, 새로운 해킹 프로그램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탓에 발빠른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판매 행위가 은밀히 이뤄지기 때문에 확산 속도도 매우 빠르다.
특히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FPS 장르는 불법 프로그램을 차단하기가 더욱 쉽지 않다.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은 시스템 내 ‘로그(기록)’를 근거로 불법 프로그램을 적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화면 이동이 많은 FPS 게임은 모든 로그를 저장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 게임사의 경우 자체 불법 프로그램 차단 시스템을 도입해 핵 근절에 나섰으나, 다른 프로그램과 충돌하거나 무고한 이용자가 차단되는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대부분의 게임사는 보안 허점을 보완하거나, 유포자에게 법적 조치를 취하는 제한적인 방식으로 불법 프로그램에 대응하는 형편이다. 메이플스토리 운영진은 핵과 매크로 문제를 원천 차단하지 못한 것을 사과하면서 “보안 허점을 악용한 이용자에게 사법적 대응이 가능한 법률 검토를 마쳤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4차례의 공지를 통해 적극적인 대응을 약속하면서 법적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과 교수는 쿠키뉴스에 “(불법 프로그램 근절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모든 프로그램은 어뷰징이 가능하다. 개발자가 아무리 잘 준비하더라도 원천 차단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모니터링 시스템을 잘 활용한다면 큰 피해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첨언했다.
성기훈 기자 misha@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