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2연전 마친 클린스만호,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첫 2연전 마친 클린스만호,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기사승인 2023-03-29 17:40:11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KFA)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첫 2연전이 막을 내렸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평가전을 1대 2로 패배했다.

선제골을 허용한 한국은 후반 5분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이 동점골을 만들었지만, 후반 17분 마티아스 베시노에게 결승골을 헌납했다. 지난 24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평가전을 2대 2로 비긴 한국은 3월 2연전을 1무 1패로 마무리했다.

콜롬비아전에서 득점을 올리고 기뻐하는 손흥민.   대한축구협회(KFA)

벤투 보다 더욱 공격적이었던 클린스만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9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1대 0보다는 4대 3 승리를 더 원한다”면서 공격 축구를 예고했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안정적으로 공을 지키며 주도권을 쥐는 데 중점을 뒀다. 공을 점유하면서 안정적으로 공격을 시도하는 등 빌드업(공격 전개)을 중시했다. 공격 기회를 만들 때 과감한 슈팅보다는 페널티 박스 안까지 파고들어 골 찬스를 만들었다.

반면 클린스만 감독은 이전보다 공격 속도를 높이고 선수들을 높은 위치에 배치해 득점 기회를 계속 노렸다. 후방에서 황인범(올림피아코스), 김민재(나폴리) 등이 한 번에 롱패스를 뿌려 공격진에 기회를 만들어줬다. 공격수들은 위치에 상관 없이 기회가 된다면 바로 슈팅을 때렸다. 측면에서도 과감한 크로스가 잦아졌고, 미드필더도 수차례 상대 페널티박스까지 치고 들어왔다.

손흥민(토트넘) 활용법도 클린스만 감독은 벤투 감독과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었다.

벤투 감독 체제에선 손흥민은 2선에서 경기를 풀어가는 이타적인 플레이에 중점을 뒀다면, 클린스만호에선 동료들을 활용해 본인이 직접 공을 운반하거나 슈팅으로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의 포지션도 달랐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을 윙포워드 혹은 2선 공격수로 활용했는데,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에게 프리롤(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뛰는 역할)을 부여했다.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해 측면 선수들과 스위치를 하는 등 왕성하게 움직였다.

우루과이 공격수와 경합하는 김민재.   대한축구협회(KFA)

더욱 잦아진 전방 압박…수비 불안은 여전히

클린스만 감독은 공격수들부터 압박하는 수비법을 들고 나왔다.

빌드업 축구를 지향하던 벤투 감독은 선수들이 전방 압박을 펼치기 보다는 제 포지션에서 상대의 공격을 저지하는 데 집중했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공격수까지 강하게 압박을 시도해 상대의 공을 뺏고 득점을 노리는 방안을 택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의도는 몇 차례 적중했다.

전반 10분 이재성은 콜롬비아 측면 수비수 모히카를 구석으로 몰아넣고 압박했다. 모히카는 애매한 패스를 구사했고 이재성이 발을 뻗었다. 이재성 발에 맞고 굴절된 공은 손흥민에게 갔다. 손흥민은 콜롬비아 골키퍼 바르가스가 골문을 비운 틈을 놓치지 않고 왼발로 중거리 슛을 성공시켰다.

이후에도 몇 차례 전방 압박을 통해 상대의 실수를 끌어냈고, 이는 슈팅 시도까지 이어졌다.

다만 전방 압박을 위해 많은 선수가 상대 진영에 자리, 중원과 수비 간격이 멀어지는 등 수비진의 부담이 더해졌고 역습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콜롬비아전에서는 후반 5분 만에 2골을 내주는 아쉬운 장면이 발생했다. 모두 왼쪽 측면이 뚫린 뒤 박스 안으로 들어오는 상대 선수를 놓치며 실점했다. 우루과이를 상대로는 세트피스로만 2골을 내줬다. 실점 상황에서 득점 선수를 완벽하게 놓치는 실수를 범했다.

벤투호 체제부터 이어진 수비 조직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김진수(전북 현대)와 정우영(알 사드) 등 부상자까지 발생해 기존 자원들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 빈자리를 대체하기 위해 센터백 김영권(울산 현대)과 김민재(나폴리)의 수비 범위가 더욱 넓어졌다. 최근 소속팀에서 계속된 선발 출전으로 체력이 고갈된 김민재는 이번 2연전에서 평소와 달리 실수가 잦았다.

우루과이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이강인.   대한축구협회(KFA)

눈도장 찍은 이강인·오현규…세대 교체 가능성도 엿봤다

향후 미래를 책임질 선수들의 가능성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던 자리였다.

대표팀의 막내였던 오현규(셀틱)와 이강인(마요르카)은 2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이강인은 콜롬비아전에서는 교체로, 우루과이전에서는 선발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평소 위치인 왼쪽이 아닌 오른쪽 2선 공격수로 출전했다. 손흥민에게 수비가 밀집되자 공격의 활로를 이강인이 직접 뚫었다.

이강인은 장기인 정확한 패스를 찔러 전방에 공격 기회를 만들어냈다. 또 상대 수비수가 여러명이 붙어도 개인기와 순간적인 스피드를 활용해 상대를 뚫어냈다. 왼발 키커로 코너킥과 프리킥으로 위협적인 장면도 몇 차례 연출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강인을 두고 “상대에게 많은 어려움을 줬다. 파울만이 그를 막을 수 있었다”고 극찬했다.

슛을 시도하는 오현규.   대한축구협회(KFA)

2경기 모두 교체로 출전한 오현규도 기대치를 크게 끌어올렸다.

신체 조건이 좋은 오현규는 남미 수비수들을 상대로도 몸싸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공중볼 경합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수비 때는 오현규가 페널티 박스까지 내려와 수비 가담도 적극적으로 해줬다.

비록 오프사이드로 득점이 취소되기도 했지만 우루과이전에서 보여준 그의 득점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우루과이전 후반 39분 이강인의 크로스를 받은 뒤 수비수와 몸싸움을 이겨내고 오른발 터닝슛으로 연결해 홈팬들을 열광케 했지만,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다는 비디오판독(VAR) 결과가 나와 A매치 데뷔골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오현규에 대해 “아주 좋은 선수가 될 거 같다”라며 “다이렉트하고 골에 대한 굶주림이 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손흥민도 “(오)현규가 다음의 멋진 골을 위해 세이브 해놨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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