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프로축구에서는 서포터즈가 성적 부진과 프런트의 소통 불화 등의 이유로 구단의 버스를 막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전북 현대는 지난 1일 홈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3’ 포항 스틸러스와 5라운드 맞대결에서 1대 2로 패배했다. 전반 16분 류재문의 선제골로 앞서가다 후반 12분 백성동에게 동점골을 내주고, 경기 종료 직전에는 제카에게 역전골을 허용했다. 전북은 1승 1무 3패(승점 4점)로 8위까지 추락했다. 시즌 초반이라지만 ‘영원한 우승후보’ 전북의 행보는 초라하다.
결국 전북 팬들의 뚜껑이 열렸다. 경기가 끝나고 경기장을 찾은 일부 전북 팬들은 구단 버스 앞을 가로 막았다. 전북 서포터즈들은 김상식 전북 감독과 허병길 전북 대표이사를 강하게 비판하며 동반 사퇴를 요구했다. 김 감독은 대치 처음에는 버스 안에서 기다렸지만, 결국 팬들 앞에 서서 이야기를 나눴다. 경찰까지 출동한 끝에 버스는 약 2시간 만에 경기장을 떠날 수 있었다.
전북에 앞서 수원 삼성팬들도 구단의 버스를 2차례나 막았다.
지난 시즌 승강전 끝에 간신히 K리그1에 잔류한 수원은 올 시즌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시즌에 돌입했지만, 2무 3패(승점 2점)으로 아직까지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다.
3월에 두 차례나 선수단 버스를 막았는데도 성적이 나아지지 않자, 수원 팬들은 지난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강원전에서 응원을 포기했다. 바사니의 동점골이 터지지 전까지 경기장엔 강원 서포터즈들의 목소리만 울려 퍼졌다.
K리그에서 ‘버스 막기’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지난 시즌에도 대구FC, FC서울 등이 성적 부진 등의 이유로 팬들의 ‘버스 막기’를 경험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개막이 한 달이 조금 넘어간 시점에서 ‘버스 막기’가 등장했다.
지난 1일 전북 경기장을 찾았던 전북팬 박균태(27)씨는 “성적도 성적이지만, 구단의 전통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과거 전북은 ‘닥공(닥치고 공격)’이라 불릴 정도로 화끈한 공격 축구를 보여주는 팀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5골을 넣어 5골을 넣는 데 그쳤다. 김상식 감독이 부임한 이후 구단의 아이덴티티는 사라지고 있다”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오죽하면 우리도 이러겠는가. 구단이 무너지는 걸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팬들도 선수단에게 격려하고 응원만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하지만 구단이 계속해서 패배하고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인다. 또 다른 구단에 비하면 프런트, 코칭 스태프와 소통할 기회가 너무 없다. 이렇게라도 우리의 의견을 전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팬들의 심정도 이해를 하지만,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30대 축구팬 B씨는 “물론 그들의 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아직은 시즌 초반이다. 충분히 반전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경기가 끝나고 가는 길에 무섭기도 했다. 팬들이 (버스를 향해) 밀고 가거나 욕설을 하는 장면은 아이들이 보기에도 좋지 않아 보였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 최용수 강원FC 감독은 수원전이 끝난 뒤 “나도 옛날에 1시간 40분 갇혀봤다. 너무 과하지 않나 싶다. 즐길 수 있는 문화로 가야한다”라면서 “결과에 대한 책임은 우리가 당연히 진다. 회피할 일도 없어야 한다. 지도자도 한 사람이고 인격체인데 프로팀 감독되기가 정말 쉽지 않다”고 털어 놓았다. 과거 최 감독은 서울 감독 시절 버스 막기를 당한 바 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