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소가 씁쓸한 두가지 이유 [쿠키칼럼]

트럼프 기소가 씁쓸한 두가지 이유 [쿠키칼럼]

미국 대통령 출신으론 역사상 처음
돈으로 입막고 장부.조작한 혐의
도덕성보다 유불리 신경쓰는 풍토
유권자는 책임 없는가 입맛이 씁쓸

기사승인 2023-04-16 11:13:50



미국 역사상 최초로 전직 대통령이 기소되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때 성 추문 입막음을 목적으로 혼외 성관계를 가졌던 전직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13만 불을 불법적으로 지불한 것을 주요 혐의로 뉴욕 검찰이 2023년 4월 5일 기소를 결정했다.


트럼프 범죄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이클 코언 개인 변호사를 통해서 돈을 지불 하고, 법률자문 비용을 허위로 처리했다. 이를 포함한 34건의 기업문서 위조라는 중범죄를 저질렀다고 한다. 뉴욕주의 경우 기업문서 위조가 중범죄가 되기 위해서는 추가 범죄에 사용될 의도의 유 무에 따라 결정이 되는데, 이번 기소를 이끈 앨빈 브래스 맨하탄 지검 검사장은 성명을 통해 대선에서 불리한 정보와 불법행위를 유권자들에게 숨기기 위해 기업정보를 조작했다고 판단해 중범죄로 분류하였다고 한다. 또한, 직접적인 기소 내용에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륜 관계였던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의 여성에게 같은 목적으로 15만불,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혼외자식이 있다고 폭로하려는 트럼프 타워 경비원의 입막음을 위해 3만불을 지급한 사례를 들며 일회성이 아니라 상습적으로 반복된 범죄행위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히려 정치탄압이라면서 지지층 결집의 동력으로 이용했다. 실제로 지지세력의 결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내년 미국 대선에 영향줄까

내년 미국 대선에 트럼프가 유리한 자리를 차지할까? 그렇게 보이진 않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될 수는 있을지는 몰라도, 지지층 확장의 한계는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확인됐다. 중도층 어필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대통령 선거를 포함해서 격전지 선거에선 1~2%의 차이로 승패가 갈라진다. 내년 대선에서도 중도층의 선택이 결정적이다. 대선의 바로미터인 지난 해 중간선거의 결과는 중도층이 극우도 극좌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기소 후 CNN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무당파 유권자들의 62%가 기소에 찬성하고 38%가 찬성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더군다나 이번 기소는 현재 수사 중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중 가장 가벼운 범죄행위이다. 의사당 난입사태로 알려진, 2020년 대선 선거 결과 개입 시도는 아직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조지아주 선거결과를 바꾸려 시도했다는 혐의도 수사 중이다. 다른 혐의에 기소가 계속 이어진다면, 중도층은 오히려 트럼프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


정치보복, 한국처럼?

최초의 전직 대통령 기소를 보는 정치권과 시민의 반응을 보면서, 미국이 이제 더이상 정치 선진국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에 씁쓸하다.

워싱턴 포스트나 CNN 같은 미국 언론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직 대통령이 사법처리되는 한국의 정치 보복사례를 거론하며 극심한 분열과 보복으로 치닫는 미국의 정치 현실을 우려했다. 양당의 정치보복이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다. 이를 의식한 듯 조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의 기소에 '노 코멘트'하고 있다. 미국은 현전직 대통령에 기소 사유가 생기면 정치적 협상을 통해 해법을 찾았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 대통령이 사임하고 후임인 포드 대통령이 닉슨의 재임 기간 중 모든 죄를 특별사면한게 대표적인 사례다.

트럼프의 기소를 계기로 다음 대선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기소도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벌써 연방 하원 짐 조던(공화당) 법사위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 수사를 담당했던 마크 포메란츠 전 맨하탄 지검 검사를 소환했다.

이 번 사건이 씁쓸한 또 다른 이유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유권자들의 반응 때문이다. 트럼프와 그 측근들은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급 좌파 미치광이들이 법집행 기관을 통해 선거를 방해하려고 한다”면서 정적을 죽이기 위한 정치적인 기소라고 선동하고 있다. 본인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사과나 반성은 없다. 지지자들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지지자들조차도 트럼프의 도덕성이나 윤리 문제는 더 이상 논의하지 않는다. 정치적인 셈법과 법리에만 관심 둘 뿐이다. 정치인이 도적적으로 완벽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언젠가부터 정치인의 도덕성보다 정치적 유불리부터 따지고 있다. 목적을 위해 과정이 중요치 않다는 극단적인 논리가 유권자들에게도 통하는 모습이다.

정치인의 분명한 잘못에도 정치적인 탄압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장면은 미국 정치에서만 볼 수 있는건 아니다. 안하무인 정치인들이 활개를 치는 이유를 정치인 개인의 자질이나 척박한 정치 환경에서 찾기 앞서 그런 정치인들이 계속 목소리를 낼 수 있게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책임도 생각해야 한다. 정당이나 정파에 앞서 국민을 위해 정치하는 정치인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 인격이 성숙한 정치인을 선택할 수 있는 안목을 우리 유권자 스스로 길러야 한다.

송원석
1980년생.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청소년기와 20대를 보내고 미국으로 유학을 와 뜻하지 않았던 이민자가 되었다. 신학, 경영학, 비영리경영학 등을 전공하고 30대에 우연히 접하게 된 미연방의회를 향한 한국계 미국 시민들의 시민활동에 이끌려 지금은 워싱턴 DC에 자리한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의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미연방의회를 드나들며 축적한 경험과 지식으로 소수계인 한인사회의 권익을 옹호하고, 모국인 한국과 자국인 미국의 관계증진에 바탕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지금도 워싱턴 DC '캐피톨 힐'을 누비고 다닌다.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한미관계, 미국의 사회, 정치, 외교를 말하고자 한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ukinews.com
김지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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