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안양 KGC와 서울 SK가 구단 통산 4번째 우승을 두고 좌웅을 겨룬다.
KGC와 SK는 25일부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을 치른다.
두 팀은 지난 시즌에 이어 2시즌 연속 대권을 두고 맞붙는다. 지난 시즌에는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던 SK가 3위였던 KGC를 4승 1패로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바 있다.
올해는 두 팀의 상황이 바뀌었다. 올 시즌에는 KGC가 1위에, SK는 3위에 올랐다. 다만 정규리그에서는 3승 3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SK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전주 KCC에, 4강 플레이오프에서 창원 LG에 각각 3연승을 거두고 올라왔다. 정규리그 막바지부터 파죽의 15연승을 달리고 있다.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KGC는 고양 캐롯을 3승 1패로 물리치고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았다. 두 팀 모두 5일 넘게 휴식을 취하면서 체력을 회복했다.
경기 시청을 앞두고 알아두면 좋은 몇 가지 관전 포인트를 준비했다.
#1. 김선형vs변준형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양 팀의 야전 사령관의 손끝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SK의 선봉장 김선형은 올 시즌 전 경기에 나서며 평균 16.3점 2.7리바운드 6.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2012~2013시즌 이후 10년 만에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다. 득점은 국내 선수 3위이자, 어시스트는 리그 1위다.
이에 맞서는 5년차 가드 변준형은 올 시즌 기량이 만개했다. 매 시즌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 그는 53경기 출전 14.1점 2.7리바운드 5.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소속팀 KGC가 1위를 차지해 김선형과 MVP 레이스를 펼쳤지만, 기록과 임팩트에서 밀려 아쉽게 수상에 실패했다. 그래도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아 슈퍼리그(EASL) 결승에서는 변준형이 우승을 이끌며 김선형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비롯해 득점 마무리, 패스 센스까지 두 선수의 강점은 유사하지만, 득점 주무기는 다르다.
김선형은 상대 블록을 무마하는 플로터(공을 한 손으로 높게 띄워 득점하는 기술)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외국인 선수들도 쉽게 막기 힘들 정도로 높은 타점과 정확도를 자랑한다.
변준형은 드리블을 하다가 기습적인 스텝백(한발 뒤로 물러서며 슛)으로 명장면을 수차례 연출했다. 상대하는 수비 입장에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슛이다. 앞으로 돌파를 하다가도 순간적으로 뒤로 빠지기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2. SK의 포워드 공백
SK는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의 주축이었던 포워드 최준용과 안영준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한다.
안영준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군 복무 중이며, 최준용은 지난 2월 왼발 뒤꿈치 부상을 당한 뒤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부상 회복이 늦어지면서 결국 챔피언결정전에도 나서지 않는다.
전희철 SK 감독은 지난 23일 열린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지금 우리 팀에 포워드가 필요한 상황이다. 내 전성기 시절이라면 지금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다”라며 포워드진의 공백에 짙은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허일영의 어깨가 무겁다. SK의 최고참인 허일영은 KGC와 정규리그에서 평균 10.2점 2.7리바운드로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플레이오프 6경기에서는 평균 13.2점 4.3리바운드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다만 허일영이 앞선 KCC와 LG전에서는 신장 우위를 바탕으로 활약을 펼쳤는데, KGC를 상대로는 4년 연속 수비왕을 차지한 문성곤을 마주한다. 신장 차도 거의 나지 않는데다 활동량도 문성곤이 위다. 문성곤이 빠져도 ‘원조 수비왕’ 양희종이 기다리고 있다.
#3. KGC의 조커, 렌즈 아반도
SK의 경계 대상은 외국인 선수 오마리 스펠맨도, 변준형도, ‘라이온킹’ 오세근도 아닌 렌즈 아반도다.
아시아 쿼터로 KGC에 합류한 필리핀 국적의 아반도는 정규리그 39경기에서 평균 9.0득점 2.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출전 시간(평균 18분38초) 대비 활약이 좋았다. 탄력이 좋아 덩크슛과 블록에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SK를 만나면 유독 강했다. 5경기에서 20.4점을 기록하며 평균 기록의 2배가 넘는 득점을 올렸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단 6분40초만 출전하는 데 그친 아반도는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출전 시간을 오래 가져갈 전망이다.
김상식 KGC 감독은 지난 19일 LG와 3차전이 끝난 뒤 “(아반도의) 출전 시간을 오래 가져갈 생각이 있다. 아반도가 캐롯전에서는 경기력이 들쑥날쑥한데, SK전에서는 경기력이 좋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력 분석을 잘하기로 정평난 전 감독도 아반도의 활약 이유를 정확하게 짚지 못했다. 전 감독은 “첫 경기에서 호되게 당하고, ‘이번에도 또 그러겠어?’는 생각으로 리그 내내 당했다”라면서 “챔프전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선수는 아반도”라고 강조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