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 이상혁(T1)이 손목·팔 건강 악화 소식을 전한 가운데, 프로게이머들의 부상 주의가 요구된다.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를 대표하는 미드라이너 이상혁은 지난 2일 경기 후 기자실 인터뷰에서 자신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으며 치료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이상혁은 이날 경기 중 자신의 오른쪽 팔을 책상 아래로 끝까지 내린 채 손목만 걸치고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이상혁은 5일 열린 LCK 서머 정규리그 1라운드 DRX전에 결장했다. 그는 당분간 회복을 위해 휴식에 전념한다. 이상혁은 같은날 오후 11시엔 정회윤 T1 단장의 생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증상을 팬들에게 설명했다.
그는 “경기를 하고 나면 손목과 새끼손가락이 저리는 등 이상 증상이 있었다”며 “MRI상으로는 이상 소견이 없지만 증상의 원인은 명확하게 알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상혁은 “특정 자세가 문제가 돼 신경이 눌리는 등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일부 편견과 다르게, 프로게이머들은 일반 프로스포츠 선수와 마찬가지로 갖은 부상에 시달린다. 부상으로 기량이 저하되거나, 이를 견디지 못해 은퇴를 선택한 선수들도 적잖다.
전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관계자 T씨는 “선수들은 오전 12시에 기상해 다음날 오전 2시까지 밥 먹는 시간 빼고 주7일 게임을 한다”며 “전반적으로 육체적인 상태가 안 좋다”고 말했다. T씨에 따르면 한 선수는 장시간 모니터 주시로 인해 눈에 문제가 생겼다. 안압이 너무 높았기에 의사는 안정을 취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프로 선수 신분이었기 때문에 눈이 충혈돼도 꾹 참고 게임을 해야 했다.
프로게이머가 흔히 겪는 부상으로는 손목터널증후군, 거북목 증후군, 척추측만증, 디스크, 안압 상승, 시력 저하 등이 있다. LoL 프로게이머 ‘썸데이’ 김찬호와 ‘고릴라’ 강범현은 과거 ‘손목터널증후군’을 호소했다. 스타크래프트를 대표하는 프로게이머 이영호는 ‘요골신경포착증후군’을 앓고 수술대에 오른 적이 있다. 역대 최고의 ‘테란’으로 평가받는 조성주 또한 어깨를 부상당한 바 있다.
이호원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게이머들이 부상당하는 원인으로 ‘특정 자세가 너무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을 짚었다. 그는 손목터널증후군에 대해 “손목 안에 염증이 생기면서 신경이 눌리면 통증 등의 증상이 생기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증상이 심하면 손가락 끝의 감각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저린다. 근육의 힘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 단계까지 가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증상 악화를 막기 위해 특정 동작을 너무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하지 않아야 한다”면서도 “그것을 피하기 어렵다면 스트레칭을 생활화하고, 따뜻한 찜질을 매일 하며, 잠들 때 손목 보호대를 차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한편, LCK 구단들은 선수단의 건강 관리를 위해 정기적인 프로그램 운영과 외부 트레이너 초청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정 T1 단장은 5일 생방송에서 "구단이 선수의 부상을 케어하는 방법은 예방과 진단, 대응 3가지 순서로 나뉜다"고 밝혔다. 이어 “주 1~2회 나이키 트레이닝과 전문 트레이너 세션, 도수 치료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필요한 선수에 한해서는 심리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서머 시즌 종료 후엔 종합 검진도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차종관 기자 alone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