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으로 만드는 나만의 도시, 브릭시티 [게임 들춰보기]

브릭으로 만드는 나만의 도시, 브릭시티 [게임 들춰보기]

기사승인 2023-08-17 06:00:44
데브시스터즈와 스튜디오 킹덤이 만든 ‘브릭시티’. 데브시스터즈

작은 ‘브릭’으로 조형물부터 각종 건물, 나만의 도시에 이르기까지 무엇이든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샌드박스 시티빌딩 게임이 있다면 어떨까. 상상 속 아이디어가 현실이 됐다. 데브시스터즈와 스튜디오 킹덤이 ‘쿠키런’ 이후 최대의 신작 ‘브릭시티’를 10일 얼리 엑세스(앞서 해보기)를 거쳐 오는 24일 글로벌 정식 출시한다.

다채로운 건물들을 이용해 도시를 만들 수 있다. 데브시스터즈

이 게임은 500년 전 멸망한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멸망하는 지구를 떠나 화성에 정착했던 신인류 ‘피포(브릭시티의 주민)’는 지구를 푸르게 되살릴 수 있는 정화 물질 ‘브릭’을 발견한다. 이용자는 지구를 푸르게 정화하기 위해 화성에서 온 브릭아카데미 1학년으로, 개교 이래 최고의 천재로 불린다. 생각보다 일찍 화성을 떠나게 된 이용자는 다른 피포들과 함께 브릭으로 도시를 건설하며 지구를 재건해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재건 임무에는 얼렁뚱땅 피포 ‘코스모’가 함께한다.

현실세계에서는 인간이 지구를 개척하면 환경이 파괴된다. 하지만 피포들의 세계관에서는 지구를 개척해 환경을 정화할 수 있다. 특이하고도 특별한 콘셉트다.

게임 초반에는 간단한 조작만 해도 자동으로 건물을 완성시켜준다. 샌드박스 게임 특유의 어려움을 ‘도면 시스템’을 이용해 타파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초반에는 브릭시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이용자를 위해 보다 쉽고 친절한 구성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브릭을 하나하나 쌓아나갈 필요 없이 종류별로 한 개씩만 옮기면 알아서 나머지를 지어준다. 몇 번의 클릭만 하고 나면 건물이 뚝딱 완성된다. 작업을 마치면 정화 에센스와 경험치를 받는다. 이는 정화 로봇을 작동시켜 흙빛의 미개척 토지를 푸르게 정화할 수 있는 재료다.

브릭시티 인게임 모습, 정화 로봇을 작동시켜 미개척 토지를 확장했다.

멋진 건물을 짓고 싶다면 다른 이용자가 작성한 도면을 바탕으로 건축을 시도할 수 있다. 또한 도로의 배치와 건물의 장식까지 모두 이용자의 취향대로 꾸밀 수 있다. 게임이 가이드하는 대로 도시를 건설하고 지구 복원 미션을 깨다 보면 지구 복원 단계가 높아진다. 그럼 구매가 가능한 도면이 다양해질 뿐 아니라 주거·상업·공공 건물도 지을 수 있게 된다. 

어느 시점부터는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 이는 브릭을 하나하나 직접 옮겨가며 완전히 자율적으로 건물을 창작할 수 있는 자격을 뜻한다. 게임 초반과 달리 자동으로 건물이 지어지지 않고, 일반 브릭과 특별 브릭을 사용한 창의적인 플레이를 요하기 때문에 시간·노력·비용이 훨씬 소요된다. 하지만 나만의 건물을 짓는 것은 중요하다. 건물의 도면을 팔아 재화를 모은다면, 보다 매력적인 도시를 만들 물질적 기반을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피포들의 모습, 다양성이 돋보인다. 데브시스터즈

도시가 얼추 태를 갖추게 되면 지구에서 함께 살 피포도 들여와야 한다. 피포는 ‘우주 공항’에서 ‘피포 입국 심사’를 통해 얻을 수 있다. 피포는 저마다 다른 성격, 외모, 직업 등 다양성을 갖고 있다. 이빨 요정, 기사 등 엉뚱한 직업이 있는 반면 바리스타, 과학자 등 우리에게 익숙한 직업도 존재한다.

도시에 들어온 피포들은 이용자가 만든 도시를 자유롭게 만끽한다. 말을 걸면 대화도 나눌 수 있고, 특정 건물에 배치하면 생산 활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게임 시스템 상 피포는 시티즌, 엑스퍼트, 마스터 등의 등급으로 나뉜다.

다른 이용자의 도시로 놀러가 사진을 찍거나 선물을 받을 수도, 색다른 피포를 영입할 수도 있다.

전세계 이용자들의 도시를 탐험할 수 있게 해 서로의 개성을 돋보이게 하는 시스템도 있다. ‘시티 투어’를 시작하면 ‘마이포(이용자의 캐릭터)’의 시점에서 다양한 도시를 탐방하게 된다. 이용자는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갖가지 선물과 신규 피포를 획득하고, 마음에 드는 건물 디자인으로부터 영감을 얻을 수 있다. 필요시 도면을 구입해갈 수도 있다.

또한 ‘시티 평가단’을 통해서도 타 도시를 평가할 수도 있다. 평가단에 참여하면 보상도 주어진다. 소셜 기능을 활용해 다른 이용자와 관계 맺기,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공유하기도 가능하다.

피포가 입국하는 모습, 데브시스터즈 작품 특유의 귀여움이 돋보인다.

브릭시티에는 그 흔한 ‘경쟁’이 없다. 특정 목표에 대한 압박감 없이 나만의 페이스대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힐링 게임’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멸망 이후의 세계관을 다루고 있지만, 맞서 싸워야 할 적이 없기에 평화로운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이 편안했다.

힐링 게임 특유의 따뜻한 색감과 평온한 분위기, 마음이 편안해지는 배경 음악까지 고루 갖춘 모습은 ‘동물의 숲’ 시리즈를 연상하게 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호감을 얻을 수 있는 귀여운 캐릭터와 인게임 그래픽도 인기몰이를 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동물의 숲이 그렇듯, 브릭시티만의 위트가 스며든 피포의 대사와 아이템 설명도 플레이 내내 이용자를 미소 짓게 만든다.

어릴 적 ‘레고’를 가지고 좀 놀아본 사람이라면, 이 게임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올 법 하다. 기자도 진한 향수에 빠져 나만의 건물과 도시를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다. 7000개 이상의 브릭을 활용해 건축과 시티빌딩을 하고, 직접 그 속을 탐험하는 과정은 ‘마인크래프트’를 연상시켰다. 

‘피포 입국씬’과 같은 특별한 인게임 연출과 컷신, 창의적인 플레이를 돋구는 필드 기믹 요소들도 즐기는 맛이 있었다. 인게임 필드를 정화시키다 보면 추락한 우주선 등 여러 구조물을 만나게 된다. 이를 확보하면 인게임 재화를 주거나, 한꺼번에 많은 필드를 정화할 수 있게 해줘 차지하는 쾌감이 있었다. 또한 다른 도시 건설 게임과 달리 건물 건설 과정에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도 특별한 점이다.

특별 브릭이 없어서 상점에 들렸다. 크리스탈과 특별 브릭 쿠폰을 구매해야 했다.

BM(수익 모델)은 가챠와 시간가속이다. 이용자는 피포와 특수 브릭 등을 가챠로 뽑을 수 있으며, 필드에서 환경 복원에 걸리는 시간을 가속할 수 있다. 이외에도 게임 내 요소들이 다채로운 만큼, 갖가지 종류의 티켓 등 재화가 존재했다. 과금을 하면 인게임 재화를 얻을 수 있고, 재화를 사용하는 만큼 이용자의 도시는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성장한다.

일각에서는 자유로운 건축과 창의성 발휘를 요구하는 게임성과 달리 특수 브릭이라는 것을 통해 과금을 강제하는 시스템을 우려했다. 무과금 이용자들은 특수 브릭을 얻을 기회가 적어 플레이 경험을 해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데브시스터즈는 2가지 보완장치를 설치해놨다. 하나는 대체 브릭을 사용해 건물을 완공하는 방법이다. 다만 본래 도면에 있던 브릭이 아니기 때문에 건물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다른 하나는 특별 브릭을 뽑을 때 쌓이는 마일리지를 활용해 원하는 특별 브릭을 직접 선택해 획득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무한정 해당 브릭을 얻기 위해 과금을 해야 하는 일이 사라진다.

데브시스터즈 로고.


데브시스터즈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5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데브시스터즈는 “기존 라이브 게임들의 서비스 장기화로 인해 매출 규모가 축소됐고, 신규 게임 개발과 IP(지식재산) 사업 확장 등 미래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지속으로 손실 규모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쿠키런 IP에 의존하는 것이 매출 하락을 불러왔음을 인정하고, 이에 브릭시티라는 신규 IP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한 것으로 풀이된다.

데브시스터즈는 브릭시티 외에도 올해 하반기 쿠키런 IP의 신작 3가지를 출시한다. 새로운 이용자층을 확보하고 추가 매출 성장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차종관 기자 alone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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