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재료라도 요리사가 요리를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지금 클린스만호가 그렇다. 역대급 멤버들을 데리고도 제대로 된 전술을 사용하지 못하면서 점점 퇴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8일 오전 3시45분(한국시간) 영국 카디프의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의 평가전에서 0대 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지난 3월 출범한 클린스만호는 또 승리에 실패, 13일에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첫 승을 기약하게 됐다.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한국은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5경기에서 3무 2패로 부진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3월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부임 취임 기자회견에서 “3골, 4골을 넣는 공격 축구를 원한다”고 했지만, 그가 보여준 행보는 공격 축구와는 거리가 멀다.
이날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은 점유율을 60% 가까이 기록했지만, 후방에서 무의미한 패스가 대부분이었다. 전방에서는 이렇다할 공격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또한 90분 동안 4개의 슈팅에 그쳤다. 이중 골문 안으로 향한 유효 슈팅은 단 1개다. 슈팅 11개, 유효슈팅 4개를 기록한 웨일스와 비교하면 한국의 공 점유율이 얼마나 비효율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빌드업은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서 클린스만 감독이 천명한 공격 축구는 당연히 나올 수가 없었다. 공을 소유하고 있지만, 웨일스 압박에 밀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런데 이렇다 할 전술 변화도 없었다. 그 전술 내에서 선수만 바꿀 뿐이었다. 무색무취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축구였다.
더욱 문제인 점은 클린스만호의 경기력이 날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점이다.
파울루 벤투 전임 감독은 지난해 11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자신의 소신이 담긴 빌드업 축구로 16강을 이끈 바 있다. 지휘봉을 이어 받은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3월 두 번의 평가전에서는 벤투 감독이 사용하던 전술, 선수들과 시스템 등을 최대한 활용해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 우루과이를 상대로 준수한 경기를 썼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클린스만 감독의 색채를 입히려던 지난 6월부터는 경기력이 뚝 떨어졌다. 페루, 엘살바도르 등 3월에 상대했던 국가들에 비해 한 수 아래 팀들을 만났지만, 승리는 커녕 답답한 모습만 노출했다.
부상자가 많은 탓도 있었지만, 롱패스와 측면 돌파만 활용한 단순한 공격이 이어지며 결정적인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했다. 대표팀의 막내인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개인 기량에만 의존하는 등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국가라고는 믿기 어려운 경기였다.
아직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5경기만 치렀는데, ‘강도 높은 비판’이라는 말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대표팀은 역대급으로 가장 좋은 멤버들을 모아 놓고 있다. 이전보다 유럽파들도 훨씬 많아졌으며, K리그나 아시아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의 경쟁력도 이전에 비해 크게 올라갔다. 전 포지션에 걸쳐 구멍이 없다 봐도 무방하다.
결국 클린스만 감독은 본인이 스스로 증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유지된다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