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 발로란트 팀은 2023시즌 기쁨과 좌절을 모두 맛봤다.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VCT) 퍼시픽’이 창설된 첫 시즌에 예상을 깨고 최종 3위를 기록했다. 특히 결승 진출전에서 5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DRX에 2대 3으로 아쉽게 패배했다.
최종 3위로 국제 무대에도 진출한 이들은 높은 벽을 실감했다. 지난 6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3 발로란트 마스터스’와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2023 발로란트 챔피언스’에서는 플레이오프 진출을 눈 앞에 두고 패배하면서 아쉽게 여정을 마무리했다.
절반의 성공을 거뒀던 T1은 2024시즌을 앞두고 빠르게 준비를 하고 있다. 2023시즌의 3명과 결별 후에 ‘이주’ 함우주, ‘킹’ 이승원, ‘엑스큐레이트’ 케빈 수산토를 영입하며 로스터를 일찌감치 완성했다. 이후 각종 대회에 나서며 팀 합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쿠키뉴스는 지난 19일 T1 사옥에서 ‘제타’ 손선호와 ‘카르페’ 이재혁을 만났다. 두 선수를 만나 올 시즌에 대한 소회와 다음 시즌에 임하는 각오를 들어봤다.
오랜만에 인사를 드린다. 자기소개와 함께 챔피언스가 끝나고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 지 말해달라.
‘제타’ 손선호(이하 제타) : T1에서 IGL(인게임 리더)을 맡고 있는 ‘제타’ 손선호다. 비시즌 때 무언가 특별하게 한 것은 없고, 리빌딩이 끝난 상황이라 스크림을 하면서 합을 좀 맞추고 있었다.
‘카르페’ 이재혁(이하 카르폐) : T1에서 척후대를 맡고 있는 비시즌이 엄청 길지 않았다. 아무래도 선수 교체를 하는 과정이 있다보니 트라이얼을 하는 데 시간을 좀 많이 섰다.
올해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두 선수의 첫 인상이 궁금하기도 하다. 처음 봤을 때를 기억하는가.
제타 : 아무래도 카르페 선수를 처음 봤을 때 오버워치에서 유명하기도 했고, 커리어도 성공한 케이스라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 봤을 때 신기한 느낌이 강했다.
카르페 : 사실 당시에는 제타 선수에 대해 많이 아는 게 없었다. 그래도 감독님께 얘기를 전해들었을 때 제타 선수의 플레이스타일이 제가 처음 느꼈을 때랑 비슷했다. 그래서 ‘상대방보다 똑똑하게 게임을 하려고 노력한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2023시즌에 대해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VCT 퍼시픽에서 최종 3위라는 성적을 냈고, 국제 무대에도 진출했다. 한 해를 돌아키보면 어떠한가.
제타 : 최대한 우리가 한 페이지로 갈 수 있게끔 게임을 만들어 놓고 연습을 했다. 실제로 그런 연습들이 잘 통했고, VCT 퍼시픽에서 나름의 수확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카르페 : 사실 현실적으로는 제타 선수를 비롯해 ‘먼치킨’ 변상범, ‘샤아플레이어’ 하정우까지 3명의 활약이 돋보였다. 경험도 많고 좋은 선수들이다. 물론 팀의 합도 좋아졌지만, 세 선수의 활약이 있기에 이런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VCT 퍼시픽에서 호성적을 거두면서 ‘발로란트 마스터스’나 ‘발로란트 챔피언스’ 등 국제 무대도 경험해봤다. 또 다른 무대에서 얻는 것들도 있었는가.
제타 : 국제 무대는 세계에서 강한 팀들만 나오는 무대이다. 우리 팀이 얼마나 준비가 돼 있느냐를 테스트 하는 무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가 플레이오프까지 가지는 못하고 일찍 탈락했다. 탈락할 당시에는 우리 팀만의 색깔이 너무 없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상대와의 경쟁에서도 안 된 부분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르페 : 발로란트라는 똑같은 게임을 하지만, 팀 마다의 색깔이 다르다. 아시아팀, 유럽팀, 북미 팀 모두가 다 다르다. 상대의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었기에 좋은 환경이었다. 또 그들을 상대하다 보면 우리에게 보이는 문제점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국제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우리만의 색깔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렇다면 두 선수는 2023년을 돌이켜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드는가. 성공한 시즌이라 생각하는가, 실패한 시즌이라 생각하는가. 또 개인적으로 배운 게 있다면 무엇이 있는가.
제타 : 포지션이 IGL 역할이라 콜에 대해서 많이 돌아보게 된다. 게임을 돌려보면 ‘아 이렇게 콜을 해볼걸’, ‘콜을 팀의 색깔에 맞춰서 잘 내렸다면 어땠을까’라는 걸 돌이키게 됐다. 또 팀의 기대치는 내가 예상했던 결과가 거의 그대로 나왔다. 불만족 이라기 보다는 조금 만족하는 정도다.
카르페 : 내가 이니시에이터 요원들을 많이 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최대한 효율을 많히 내려고 했다. 이제 팀을 도와주면서 나의 역할이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 또 내가 게임을 전향한 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매일 매일 고쳐야 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피지컬이나 기본기적인 부분을 다음 시즌에는 더 늘려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올해를 돌이켜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
제타 : 인터뷰 때 마다 사실 VCT 퍼시픽 때 스크림을 하면서 힘들 때가 있었다. 개막 후에 2연승을 하다가 또 2연패를 했다. 이후에 렉스 리검 퀸(RRQ)을 상대로 승리했던 순간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그때부터 우리의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세를 몰아서 3등까지 기록할 수 있었다.
카르페 : 지난 2월 브라질에서 열린 ‘2023 발로란트 록//인’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고, 연습도 잘 안 됐다. 우리에 VCT 퍼시픽에 들어가면서 잘 해보자는 얘기를 많이 했다. 그래서인지 첫 경기였던 글로벌 e스포츠(GES)를 상대로 첫 승을 거둘 때가 생각이 난다.
2023시즌이 마무리되고 T1이 빠르게 재정비에 나섰다. 기존 3명의 선수를 떠나보내고 ‘이주’ 함우주, ‘킹’ 이승원, ‘엑스큐레이트’ 케빈 수산토를 영입하며 리빌딩을 마쳤다. 주장인 제타 선수가 새로운 팀원들에 대해 소개해 줄 수 있을까.
제타 : 우선 이주는 일본 리그에 있을 때부터 눈여겨보던 선수였다. 스크림 할 때도 만났다. 무빙이나 에임 퍼포먼스가 좋다고 생각했다. 같은 팀으로 뛰어보니 기대한 만큼 엄청 똑똑하고 잘하는 선수다. 막내인 만큼 팀의 분위기도 끌어보려고 노력한다.
또 킹은 여러 대회에서 많이 증명한 선수다. 먼치킨 선수가 나간 시점에 센티넬(감시자) 포지션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운 좋게도 킹 선수를 영입할 수 있었다. 엑스큐레이트는 과거 다른 게임에서도 정점을 찍어봤던 선수고 성격도 쾌활해서 팀에 잘 적응하고 있다.
로스터를 빠르게 구성하고 나서 많은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준비 과정은 잘 되어가고 있는가?
카르페 : 팀 합을 맞춘 다는게 누가 오래 게임을 했고, 어떤 성격을 가지고 같은 게 중요한 건 아니라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 있는 문제다. 운이 좋으면 빨리 끝나겠지만, 일단 계획을 잘 세웠다고 본다. 오프 시즌을 빠르게 시작했고, 작은 이벤트 대회지만 직접 게임을 하면서 경험이 많이 쌓인다고 생각한다. 지금 들어온 선수들과 원래 들어온 선수들도 성격이 잘 맞아서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 과정이 순탄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다음 시즌에 대한 T1의 스타일을 살짝 귀띔해줄 수 있을까.
제타 : 아직까진 완벽하진 않지만 팀 합을 맞추면서 완벽에 가깝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전 시즌에 나왔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까도 말했지만 팀의 색깔이 너무 없었다. ‘바닐라(평범)’스러웠다. 내년에는 ‘바닐라스러운 팀이 아닌 걸’ 보여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카르페 : 내가 느끼기에도 강단이 있는 팀이 될 것 같다. 확실히 지난 시즌하고 상황이 다르고, 기존에 남아 있던 선수들이 있기에 지난 시즌의 문제점을 내년에는 많이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또 성장하는 속도도 빠를 것 같다. 다음 시즌에 들어간다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 같다는 기대도 크다.
T1은 로스터를 빠르게 마쳤지만, 다른 팀들도 로스터 꾸리기에 한창이다. 혹시 두 선수가 보기에 내년에 기대되는 팀이 있는가.
카르페 : 일단 VCT 아메리카스에 올라온 G2 e스포츠가 기대된다. VCT 아메리카스에서도 우승할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한다.
제타 : 나 역시도 G2가 기대된다. 또 아시아 쪽으로 생각하면 페이퍼렉스(PRX)가 어떻게 될지도 궁금하다. 워낙에 ‘징’ 왕징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고 생각한다. 징을 대신해 영입된 ‘몬옛’ 차야 누그라하의 합류가 궁금하다. 워낙 잘 하는 선수인 걸 잘 아는 만큼 PRX가 다음 시즌에 보여줄 스타일이 궁금하다.
빠르게 준비를 하고 있는 만큼 T1 내부에서도 기대치가 높을 것 같기도 하다. 다음 시즌의 목표가 있는가.
제타 : 지난 시즌에 세웠던 목표처럼 우선적으로 마스터스와 챔피언스 진출이 1차 목표다. 그리고 챔피언스에서는 플레이오프까지 가서 우승권까지 노리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카르페 : 지난 시즌에 3등을 했기 때문에 VCT 퍼시픽에서 우승을 하는 게 목표다. 정말 가능성이 잇다고 본다. 그리고 마스터스와 챔피언스도 4강권을 넘어 우승까지 하는 것이 목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카르페 : 2023시즌에 들어갈 때 우여곡절이 많았는데도 팬들이 많이 응원해주셨다. 내년 시즌 준비가 잘 되고 있는 만큼 우리 스스로 기대가 커서 좋은 시즌이 될 것 같다. 응원하는 팬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느낌이 든다.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제타 : 팬들께서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또 T1을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많이 생기는 것도 알고 있다. 계속 응원해 주시는 것 만큼 우리가 좋은 성적을 내서 보답하겠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