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도입을 앞둔 늘봄학교를 둘러싼 교육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안에 전국 초등학교에 늘봄학교를 도입한다는 방침이지만, 교원단체는 “초등 늘봄학교는 아동학대”라며 도입 중단을 외치고 있다.
교육부는 ‘2024년 달라지는 교육제도’를 통해 오는 1학기부터 늘봄학교를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올해 1학기 전국 초등학교 2000곳에서 우선 운영한 뒤, 2학기부터 모든 학교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지난 1일부터 ‘초등학교 1학년 신입생 예비 학부모 대상 늘봄학교 관련 기초 조사’를 시작했다.
교원단체는 교육부의 기초조사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지난 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과 돌봄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말했으나, 정부 차원의 인력과 재정 대책은 밝히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는 늘봄학교 계획 발표를 무기한 연기한 가운데 초등학교 현장으로 기습 공문을 발송했다”라며 “단위 학교에서는 늘봄학교 업무에 대한 반발이 극심한 상황에서 해당 공문을 누가 처리해야 할지 혼란을 겪었다”라고 비판했다.
늘봄학교를 둘러싼 갈등은 지난해부터 지속돼 왔다. 전교조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4차례 ‘졸속 유보통합, 늘봄 저지 전국교사결의대회’를 열고 늘봄교육 폐지를 외쳤다. 교사노조연맹도 지난해 11월23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 앞에서 늘봄학교 철회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늘봄학교를 둘러싼 핵심 쟁점은 인력 문제다. 현장교사들은 늘봄 업무로 발생하는 업무 과중을 우려하고 있다. 교사노조연맹 늘봄대응팀이 지난해 5월30일~6월7일까지 교사 774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8.6%가 ‘학교 내 돌봄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응답했다. 반대 이유로는 ‘담당교사 업무 부담 증가’, ‘비전문인력 투입으로 학교 혼란 증가’ 등을 꼽았다.
현장 교사들은 결국 자신들이 늘봄학교 업무를 떠맡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일부 교사들은 시범운영 기간 늘봄 업무에 투입됐다. ‘교사가 늘봄 강사 인력으로 투입되고 있다’는 응답 비율은 77.7%에 달했다. 전교조가 지난해 1학기 늘봄학교 시범학교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정규직 돌봄전담사가 추가 지원된 학교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과후학교 돌봄을 경험한 초등교사 A씨는 “돌봄 업무는 정규 수업 시간에 연락이 올 정도로 업무가 많아 학급 학생들에게 소홀해질 정도였다”라고 설명했다.
돌봄 공간도 문제다. 현재 늘봄학교 전용 공간이 부족해 일반교실을 활용하고 있다. 초등교사 B씨는 “수업이 끝난 뒤 교사는 다음 날 수업을 준비해야 하는데, 돌봄과 방과후교실 등으로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라며 “교재 연구 등에 방해가 되는 주객전도의 상황”라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비교과 늘봄교사’ 등을 통해 업무 가중을 막는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5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초등돌봄 대기 해소와 2학기 늘봄학교 정책 운영 방안’을 발표하며 “늘봄 담당 교사제를 확립해 늘봄을 전담시키고 다른 교사들이 수업 시수를 줄일 수 있도록 하려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늘봄학교와 관련해서 교사들에게 업무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라며 “관련 내용을 협의하며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교원단체는 ‘비교과 늘봄교사’를 교사 정원이 줄어드는 현실과 역행하는 대책이라며 비판했다. 전교조는 “늘봄학교 인력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갑자기 비교과 교사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라며 “학령인구수 감소를 이유로 교원 정원을 지속적으로 감축하는 상황에 비교과 교사 체제 신설은 심각한 모순이자 졸속행정”이라 꼬집었다.
교원단체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늘봄학교가 아니다”라며 늘봄학교 도입 폐지를 외치고 있다. 김현희 전교조 대전지부장은 “교사들이 늘봄학교를 반대하는 이유는 오로지 업무 증가 때문이 아니다”라며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양육자와 교류와 애착을 형성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교에 머물며 가족의 얼굴 한 번 못 보고 AI, 코딩, 미래교육을 받는 것이 아이들을 위한 정책이냐”라며 “노동시간을 늘리기 위해 아이들에게 자행하는 폭력”이라 비판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