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중국항셍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사태에 대해, 대표 사례를 선정하고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결과를 이르면 내달 내놓을 계획이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현재 접수된 홍콩H지수 ELS 민원을 들여다 보면서 대표 사례를 찾기 위한 서류 작업이 한창이다. 금감원에 접수된 홍콩 ELS 관련 민원은 지난 2월 이미 3000건을 넘겼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표사례 분조위 발표 목적은 기본적으로 배상기준안 적용에 대해 민원인과 금융기관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라며 선정 기준에 대해 “배상기준안이 잘 적용된, 즉 가산과 차감이 적절히 반영된 사례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판매사별로 대표사례를 선정해 내놓는 방침도 고려 중이다. 판매사별 적합성원칙 및 설명의무 지적 사항이 달라 기본배상비율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기본배상비율은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이 40%,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20~30%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간적으로 가능하다면 판매사별로 대표사례를 선정할 생각도 없지는 않다”면서 “금융사들이 보고 참고하기 좋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사례 건수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건수가 중요한 건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금융상품의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 대표 사례 선정부터 분조위 개최까지 2~3개월이 걸리는데 금감원은 이 기간을 크게 단축한다는 방침이다. 대표사례 분조위는 추가 사실조사 및 검토(필요시), 분조위 회부, 조정결정 통보, 양 당사자 모두 수락시 조정 성립의 절차를 거친다. 금감원 조정은 권고일 뿐 의무는 아니다. 분조위에서도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소송으로 가게 된다.
김형순 금감원 은행검사1국장은 지난 12일 ‘2024년 은행 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에서 대표사례 공개 시기에 대한 질문을 받고 “법무법인 검토 의견뿐 아니라 내부 의견도 받고 분조위원들 간 논의할 시간도 필요하다”면서도 “이번에는 은행 자율배상 가능성이 있고 대표사례에 따라 배상하는 게 효율적이고 부담이 적을 수 있어 분조위 절차를 더 빠르게 진행하려고 한다. 기존보다 훨씬 일찍 공개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금감원은 지난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에는 손실을 본 6건 사례에 대해 배상비율을 80%, 75%, 65%, 55%, 40%(2건)으로 제시했다. 투자 경험이 없고 난청인 고령(79세)의 치매 환자에게 적용된 80% 배상비율은 역대 불완전판매 분쟁조정 사례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1일 홍콩 ELS 손실액에 대해 투자자별로 0~100%까지 배상하는 차등 배상안을 내놨다. 투자자별 배상비율은 연령, 투자경험, 불완전판매 정도 등에 따른 ‘판매사 요인’(기본배상비율+공통가중=23~50%)에 ELS 가입 경험, 가입자의 금융 지식수준, 매입·수익규모 등을 고려한 ‘투자자별 가감 요인’(±45%p)을 더하고 빼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기타 조정요인’은 ±10%p 반영된다. 금감원은 다수 사례가 배상 비율 20~60% 범위에 분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H지수 ELS 가입자들의 반발은 여전히 높다. ‘홍콩 지수 ELS 피해자 모임’은 18일 이복현 금감원장과 은행연합회가 회동을 가진 서울 중구 은행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금감원이 제시한 배상기준안은 시중은행 경영진과 합의로 이뤄진 것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