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원팀’ 됐다…유일한 숙제는 ‘대한축구협회’

한국 축구 ‘원팀’ 됐다…유일한 숙제는 ‘대한축구협회’

‘탁구 게이트’ 손흥민과 이강인 불화 논란 종식
아시안컵 후유증도 이제 마무리 단계
대한축구협회 책임질 일만 남았다

기사승인 2024-03-27 10:43:43
대한축구협회(KFA). 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이 ‘탁구 게이트’로 대표되는 아시안컵 내홍을 탈탈 털고 다시금 ‘원팀’으로 거듭났다. 다툼의 중심이었던 손흥민(32⋅토트넘)과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도 서로 화합하며 합작골을 터뜨렸고, 소방수로 온 황선홍(56) 임시 감독도 팀을 하나로 뭉쳐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제 남은 건 정몽규(62) 회장이 이끄는 대한축구협회(KFA)의 책임감 있는 후속 절차다. 아시안컵 잡음의 총책임자인 축구협회는 밝혀진 여러 문제에도 책임을 회피하며 ‘원팀’으로 거듭난 한국 축구의 유일한 숙제로 남았다.

대표팀은 26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9시30분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4차전 태국과 원정경기에서 손흥민의 골과 이강인의 도움에 힘입어 3-0으로 완승했다. 

이날 한국에선 ‘탁구 게이트’ 이후 화해의 손을 맞잡은 손흥민과 이강인이 함께 선발 출격했다. 두 선수는 그라운드 안에서 절정의 호흡을 자랑했다. 1-0으로 앞선 후반 9분, 상대 수비 진영에서 이강인이 손흥민에게 날카로운 침투 패스를 내줬다. 이어 손흥민이 환상적인 드리블로 수비를 벗겨낸 뒤 태국 골키퍼 가랑이 사이를 노려 골망을 흔들었다. 앞선 다툼으로 논란이 있던 이강인과 손흥민이 만든 합작골이기에 의미가 더 깊었다. 골이 들어가자, 이강인은 웃으면서 손흥민에게 안겼다. 손흥민도 그런 이강인을 밝은 미소로 맞았다. 

경기 결과도 좋았지만, 앞서 다퉜던 선수단이 하나 된 마음으로 경기를 치렀다는 사실이 더 인상적이었다. 경기 후 손흥민은 “한 팀이 돼 멋진 경기를 펼쳤다. 국민 모두가 분명히 봤을 것”이라면서 “어려운 환경에서 선수들이 한 발씩, 1%씩 더 희생함으로써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하며 승리의 공을 다른 선수들에게 넘겼다.

매번 ‘원팀’을 강조한 황선홍 임시 감독은 “하나 된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준비 시간은 부족했으나 선수단이 경기를 준비하는 마음이나 태도는 좋았다. 100% 신뢰를 보낸다”고 강조하며 선수단 분위기에 많은 신경을 썼다. 결과적으로 황 임시 감독은 태국 2연전 동안 아시안컵 때 다툼으로 상처가 남아있던 대표팀을 하나로 뭉쳤다. 이에 더해 1승1무라는 유의미한 결과도 얻었다.

선수단 갈등이 봉합됐고, 임시 감독마저 주어진 소임을 다했다. 그렇다면 이제 대한축구협회가 책임질 일만 남았다. 

‘정몽규 OUT’ 피켓을 든 ‘붉은악마’. 연합뉴스 

앞서 축구협회는 ‘카드 도박 의혹’에 휘말렸다. 지난 1월3일부터 10일까지 아부다비에서 진행한 전지훈련 기간에 일부 선수와 축구협회 직원 A씨는 한국에서 가져온 칩을 활용해 카드놀이를 했다. 아시안컵을 불과 3일(1월13일) 앞둔 시점에 불미스러운 일이 터진 것이다. 당시 축구협회는 이 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해당 직원을 직위해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관리 책임이 축구협회에 있음에도 해당 스태프만 직위해제하면서 직접적인 책임을 회피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협회의 ‘꼬리 자르기’ 행태라는 지적이 자연스레 나왔다. 스포츠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윤수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협회가 직원을 직위해제하고 사건을 끝내려는 점은 사태의 본질을 보지 못한 것이다. 이를 직위해제로 마무리하는 행동은 협회 내부의 합리적인 의사소통이 막혀있다는 의미”라며 “앞서 ‘탁구 게이트’에서 협회가 취했던 ‘선수가 잘못’이라는 태도 또한 문제다. 이번 도박 의혹은 직원 개인의 부주의에 더해 대한축구협회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뜻이다. 현재 협회는 ‘1인 독재’에 가깝다. 이번 사건이 이렇게 무마된다면 협회는 비민주적으로 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시안컵 이전, 축구협회가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을 선임한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클린스만의 입에서 나왔다.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클린스만 전 감독은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정 회장은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 때와 똑같은 과정으로 진행했다”고 말했고, 클린스만 전 감독은 “카타르 월드컵 당시, 정 회장에게 농담조로 ‘감독을 찾고 있냐’고 물었다. 이를 정 회장이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며 선임 전 사전 접촉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만약 클린스만 전 감독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몽규 회장은 감독 선임 절차를 무시한 채 본인 의사대로 감독을 앉힌 꼴이 된다. 

모든 논란 중심에 있는 정몽규 회장은 팬들의 비판도 받고 있다. 지난 21일 태국전, 경기장을 찾은 ‘붉은악마’들은 축구협회 지도부를 향한 기습 시위를 벌였다. 팬들은 ‘정몽규 나가’, ‘정몽규 OUT’ 등 구호를 외치며 축구협회 행태를 규탄했다. 

26일 태국전 명단을 살펴보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연합뉴스 

아직도 축구협회 수뇌부들은 아시안컵 이후 단 한 번의 사과만을 했을 뿐, 뒤에 숨어있기 급급하다. 지금처럼 직접적인 해명과 책임 없이 팬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제 갈 길을 간다는 식이라면, 발전은커녕 퇴보만 있을 뿐이다. 이제는 축구협회가 책임질 시간이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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