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도 끝났겠다…“산업은행 이전 반대” 국힘서도 나올까

선거도 끝났겠다…“산업은행 이전 반대” 국힘서도 나올까

尹 국정과제, 野 승리로 동력 떨어질 듯
마지막 관문 ‘산은법’ 개정…22대 국회 통과 가능성↓
금융노조 위원장도 국회 입성
노조 “이전 반대하지만 말 아낀 국힘 의원…설득 나설 것”

기사승인 2024-04-12 06:00:26
산업은행. 쿠키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 국정과제인 KDB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이 불투명해졌다. 신중론을 펴온 야당이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승하며 산업은행법 개정안 처리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박홍배 전 한국노총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 등이 국회에 입성하며 이전 반대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릴 전망이다. 산은 부산 유치를 공약으로 내건 국힘 당선자들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산은법 개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낮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175석, 조국혁신당 12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을 합한 범야권 의석수는 189석이다. 국민의힘은 지역구 90석, 비례정당 국민의미래 18석 등 108석에 그쳤다. 간신히 개헌 저지선(100석)을 지킨 수준이다.

윤 대통령과 국힘은 산은 부산 이전을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국토교통부를 통해 산은을 이전 대상 공공기관으로 지정했다. 한동훈 전 국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유세 과정에서 산은 부산 이전을 반드시 해내겠다고 공언했다. 부산을 세계적 해양·무역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산은 노조와 민주당에서는 총선용 공약이라고 의심해 왔다.

산은 본점 부산 이전을 위한 행정절차는 상당 부분 진척됐다. 가장 큰 관문인 산은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산은법 개정안은 산은법 4조1항(‘산은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을 ‘산은은 본점을 부산광역시에 둔다’고 변경하는 내용이 골자다. 해당 개정안은 서병수 국힘 의원이 발의했지만 오는 5월29일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 폐기된다. 22대 국회에서 국힘이 재발의할 것으로 보이지만 여소야대 지형에서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홍배 전 한국노총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 연합뉴스

22대 국회에서는 산은 이전 반대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의 비례대표(8번)로 당선됐다. 민주당에서 금융노조 영향력이 커졌다. 뿐만 아니다. 서울 영등포을에서 4선에 성공한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줄곧 지역구에 위치한 산은의 부산 이전을 막겠다고 공언해 왔다. 21대 국회에서 산은 이전에 반대 의견을 내던 김종민 새로운미래 의원도 국회 재입성에 성공했다. 

박홍배 더불어민주연합 당선인은 당선 다음날인 11일 서울 여의도 국힘 당사 앞에서 열린 ‘산은 부산 이전 규탄 집회’에 참석해 “출구조사보다 몇 석이 조금 빠져서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충분히 이겼다고 생각한다. 이제 힘을 더 받았다”면서 “산은 동지, 금융노조, 한국노총과 함께 산은 부산 이전을 저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민주당 압승 속에 부산만은 예외였다. 18개 선거구 중 17개 지역을 국힘이 싹쓸이했다. 간신히 부산 북구갑에서 전재수 민주당 당선인만 1석을 지켰다. 부산 지역에서 국힘 의석 수는 4년 전 15석에서 2석이 늘었다. 민주당이 부산 지역에서 기존 3석보다 더 의석수를 늘릴 것이라던 예측과 정반대다. 산은 본점 이전을 약속했던 국힘 의원들은 마냥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됐다.

산은 관리감독 기관인 금융위원회는 산은법 개정 이전에라도 절차를 빠르게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2월 산은법 개정안을 빠르게 추진해, 산은을 부산으로 확실히 이전할 것이라며 법 개정 이전에라도 산은 부산본부 기능을 대폭 확대해 지역 발전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 노조 관계자는 “박 당선인 뿐만 아니라 산은 이전에 반대 의사를 밝힌 의원이 다수 당선 확정됐다. 산은법 개정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본다”면서 “국힘 내부에서도 부산 이전을 반대하지만 공천 이슈가 있어서 공개적으로 의사 표명하지 못했던 의원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제 선거가 끝났기 때문에 접촉해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오세훈 서울시장은 산은 부산 이전에 대해 ‘자해행위’라면서 재차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산은 노조는 본점 기능과 인력을 추가로 부산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이 나올 경우 강경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직원 추가 발령 시 바로 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며, 이에 대한 법적 검토도 끝냈다. 산은 측은 “본점 부산 이전은 정부가 추진하는 사항이라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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