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에 대한 대표 사례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었다. 교착상태에 놓인 은행권 자율배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오후 2시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등 주요 판매 은행 5곳에 대한 홍콩 ELS 대표사례를 한건씩 선정해 분조위를 열었다.
대표사례 분조위 결과 발표는 배상기준안 적용에 대한 민원인과 금융기관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분조위는 △(필요시) 추가 사실조사 및 검토 △분조위 회부 △조정결정 통보(양 당사자 앞) △당사자의 수락 또는 불수락 △양 당사자 모두 수락시 조정성립 등의 절차로 진행된다. 금감원은 분조위에서 결정한 대표사례 분쟁조정 결과를 이날 공개할 방침이다.
정체된 은행권 홍콩H지수 ELS 배상이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시중은행들은 금감원이 선제적 자율배상시 제재 감경 사유로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하자, 자율배상에 하나 둘 참여했다. 지난 3월29일 하나은행이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손실 고객에 자율 배상금을 지급했다고 발표한 뒤, 지난달 8일 신한은행, 16일 우리은행이 각각 지급 사례가 있다고 알렸으나 이후 추가로 배상금이 지급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배상금을 받은 고객 10%는 내부 임직원 가족으로 드러났다. 은행권의 자율배상이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을 받는 지점이다. 5개 시중은행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실에 낸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배상금을 받은 고객은 총 50명이다. 이 가운데 은행 임직원은 4명이고 임직원 배우자는 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대표사례 발표 뒤에도 ELS 배상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입자들은 여전히 불완전판매를 근거로 계약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배상 100%를 원하지만, 금감원 분쟁조정안과 홍콩 H지수 등을 고려하면 은행권 손실 배상 비율은 평균 35% 수준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1월 4900선까지 추락했던 홍콩H지수는 지난 10일 6718.86에서 마감하는 등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금감원의 갈등 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홍콩ELS 피해자모임’을 중심으로 약 600여명의 가입자들은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현재 로펌으로부터 법률 자문을 받고 있는 단계다. 가입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 지난 12일 올라온 집단소송과 관련한 글에는 “나도 법리검토 받고 싶다”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분조위 결과 발표가 사실상 요식행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은행이 제시한 배상비율보다 분조위 결과가 높게 나온다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지금 판도에 큰 영향은 주지 못할 것”이라면서 “과거 사모펀드 사태 같은 경우에도 분조위를 한번으로 끝낼 수 없어 2번, 3번씩 진행을 했었다. 하루 만에 5개 사례에 대해 일괄적으로 결정을 내린다는 것 자체가 요식행위로 보일 소지를 높인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